왕성함이냐 중독이냐

저희에게 이런 종류의 고민을
보내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성욕이 너무 강해서 걱정이에요.”
“자위를 너무 자주 하는데... 이거 괜찮나요?”
“남친 만나면 섹스 생각밖에 안 들어요.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이런 고민이 생기는 건
섹스나 성욕에 있어
‘왕성함’과 ‘과함’을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일 겁니다.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에요.
학계에선 ‘왕성함’을 넘은 성욕을
일종의 정신적 질환,
‘성 중독(Sexual Addiction)’이라고 보니까요.

오늘은 한 편의 영화와 함께
그 ‘성 중독’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자가진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한 남자가 있어

바로 2012년에 개봉한 영화 <셰임>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브랜든’이
‘성 중독’으로 고통받는 인물이죠.

포스터의 저 허무한 표정만으로도
그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전해지는 것 같아요.

실제 정신의학계에선 성 중독을
약물이나 알콜 중독만큼이나
심각하게 다뤄야 할 중증 중독성 질으로 봅니다.
(DSM-5, APA)

일단 그 대표 증상들을 확인해봅시다.

 

간편 자가 진단

#1. 섹스에 대한 과도한 갈망
: 주체가 되지 않는 야한 생각

시간이 언제든,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야한 생각만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스쳐 지나가는 이성들의
몸을 훑어 보느라 바쁘고,
머릿속으론 계속 야한 상상을 하게 되죠.

(브랜든의 가장 흔한 일상)

누구든지 이성만 눈앞에 있으면
그와 섹스하는 상상을 하게 되고,

머릿속엔 온종일 야한 생각뿐이라
정말 중요한 약속을 놓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큰 실수를 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2. 집착/금단 증상
: 포르노 중독, 자위 컨트롤 안 됨 등

담배, 약물, 알콜 중독처럼
‘집착과 금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온종일 성욕이 들끓고,
성욕을 어떻게든 해소하지 않으면
예민하고 불안해지죠.

(회사 컴퓨터에 야동 쌓아뒀다가
상사에게 불려간 브랜든)

때문에 적당하지 않은 장소에서
몰래몰래 야동을 본다거나,
하루라도 자위를 안하면
결국 회사 화장실에 가서 몰래라도 해야
속이 시원해지죠.

 

#3. 내성이 생김
:더 자주, 더 강하게..

소주 한 병을 매일 한 달 동안 마시면
한 달 뒤엔 한 병 정도론 취하지 않게 되죠.
알콜에 내성이 생긴 겁니다.

성 중독도 마찬가지.
보통 사람들은 자위나 섹스를 하고 나면
성욕이 잘 해소되지만

이들은 어느 날부터
자위를 해도 섹스를 해도
성욕이 잘 해소되지 않게 됩니다.

흥분에 필요한 자극의 수준이 점점 높아져서
이전에 보던 야동,
이전에 하던 야한 상상, 섹스 정도로는
흥분을 할 수가 없게 된 거죠.

(이젠 자위에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써야하는 브랜든)

충분히 만족스러운 흥분을 얻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야동을 보고
점점 더 강렬한 상상, 행위를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4. 흥미 상실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함

예전엔 친구들도 만나고,
동호회에 나가 배드민턴도 치고,
혼자 책 읽는 일상도 즐기던 사람이
성을 제외한 모든 일에서 흥미를 잃게 됩니다.

야한 생각, 자위, 섹스 이외엔
자신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 게 없죠.
그런 일상들이 주는 느낌과 행복은
어떤 자극제도 되지 못하니까요.

(더이상 삶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브랜든)

그렇게 일상의 행복이 사라져 갈수록
섹스에 대한 중독은 더 심해집니다.
오로지 섹스 섹스 섹스!

 

#5. 연인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김
: 바람, 성매매, 성병, 성 기능 장애

이렇게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 성 중독은
이전에 누리던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특히 연애에서요.

싱글이라면 누군가와 진지한 사이가 될 수도,
사랑에 빠질 수도 없죠.
오로지 섹스 생각뿐이니까요.

(썸녀와 데이트를 시도하는 브랜든,
하지만 결국 처참히 실패하고 맙니다)

애인이 있는 성 중독자는
성매매를 하거나 바람을 피우는 경우도 많아요.
이미 익숙해진 애인에게선
성적인 흥분을 충분히 얻지 못하거든요.

심한 경우엔 애인과는 섹스하지 않고
자위나 원나잇만 즐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당신은

5가지 중 2~3가지에
자신이 해당한다면
'성 중독'으로 향하는 길에 서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특히 이 글을 읽으시면서
스스로 ‘수치심(Shame)’이 드셨다면,
특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큰 수치심을 느끼는 게
성 중독에 빠진 사람의 대표적 특징이거든요.

자신이 하는 행동, 생각들이
부도덕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하면서,
결국 자기혐오에 빠지고
늘 부끄러움 속에서 살게 되는 거죠.

그 수치심은 곧
자기 파괴적인 성향으로 이어지며
중독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그러니 혹 이 글을 읽고
걱정이 되기 시작하셨다면
빨리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길 추천해 드립니다.

성중독은 분명하고 심각한 치료의 대상입니다.
부끄러움, 꼭 이겨내야 해요.

만약 마약이나 알콜 중독이었다면
'부끄럽다'고 치료를 피하진 않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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