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가 어려운 이유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때
자신의 심리 상태에 근거해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연애할 때
커다란 맹점이 됩니다.

상대방은 나와 다른 성별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이성애를 전제로 쓰겠습니다.)

많은 경우의 연애 문제는
남성의 심리를 여성의 관점에서 보고
여성의 심리를 남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성숙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성별의 상대방이
어떤 심리 기제를 가졌는지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는
과학적 도구가 바로 진화심리학입니다.

 

뱀 vs. 자동차

진화심리학이 무엇인지
조금 더 쉽게 설명해드릴게요.
먼저 이 질문에 답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뱀이 무서우신가요?
자동차가 무서우신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뱀이 더 무섭다고 할 거예요.

누구도 자동차를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거나, 도망치려고 하진 않으니까요.

우리에게 ‘무서움’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생명에 위협을 주는
대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혹시 지금까지 살면서
뱀 때문에 죽을 뻔한 적이 있으신가요?

대한민국 도시에 살고 있다면
앞으로도 뱀을 만나 죽을 확률은
극히 희박합니다.

반면 자동차 사고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어나므로
생명에 위협을 주는 대상은
뱀이 아니라 자동차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동차는
무서워하지 않으면서
뱀은 무척이나 무서워합니다.

이 현상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요?
현재에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결국 과거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진화심리학의 논리입니다.

 

 

몇백만 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밀림 속에 사는 원시인이에요.

여기에 (1)뱀을 무서워하는 사람
(2)뱀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1)번 개체는 뱀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뱀을 만나면 도망가서 살 확률이
높아집니다.

(2)번 개체는 뱀을 무서워하지 않기 때문에
뱀을 만나도 피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물려 죽게 될 확률이 높죠.

두 개체가 처음에는 비슷한
비율로 존재했다고 해도
(1)번 개체는 살아남고
(2)번 개체는 죽기 때문에
두 개체의 비율은
6:4, 7:3, 9.9999:0.0001…
이런 식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우리는
(1)번 개체에 속할 확률이
99.999%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뱀을 무서워하는 것입니다.

물론 1~2백 년 전에 자동차라는 게
나타났지만 몇 백만 년 중에 그 정도는
무시해도 괜찮을 숫자입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무서워하는 심리는
(지금까진)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적어도 진화의 역사에서는요.

이렇게 우리의 심리 기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진화심리학입니다.

 

진화심리학과 연애

저는 진화심리학이 남성과 여성의
심리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이 생존에 유리한 개체가
살아남는 것만큼 이성으로부터
선택받은 개체 또한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성 선택이라고 합니다.
(성 선택 이론: 생존에 불리하다고 해도
이성으로부터 선택받는 쪽으로
진화한다는 이론. 공작새의 꼬리나
사자의 갈기와 같은 경우가 해당된다.
<편집자주>)

 

 

성 선택을 받지 못한 선조들은
자손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성 선택을 받은
선조들의 자손인 셈인데요.

따라서 우리 선조 중 어떤 개체가
성 선택을 받았는지 살펴본다면

현재 우리가 연애 중에 느끼는
심리에 대해서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제가 제목을 <수컷과 암컷 사이>라고
정한 이유도 이것입니다.

현재 시점의 남성과 여성의 심리보다는
몇 백만 년 전 수컷과 암컷의 심리
탐구해보기 위함입니다.

과거에 형성된 심리기제가
현재에도 여전히 적용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현재의 남성과 여성의 심리에 대한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수컷과 암컷 사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저와 함께
진화의 역사 속으로 떠나볼까요?


[수컷과 암컷 사이] 시리즈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화심리학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연애는 훨씬 즐거워질 거예요! (편집자: 구자민)



필자: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튜브 <싸이들의 잡학사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