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컴의 면도날 법칙

이전 연재에서 진화심리학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1편: 진화론이 연애랑 무슨 상관인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심리 차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연재에서는 ‘남성과 여성’은
현 시대의 남자와 여자를 지칭하고
‘수컷과 암컷’은 몇 백만 년 전
우리 조상 남자와 여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오컴의 면도날 법칙’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법칙인데요.

가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 가정에 대해 증명할 의무가 생기고,
증명에 대한 오류도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증명해야할 단계가 적을수록
진리에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진화심리학은
남녀 심리 차이에 대해
딱 하나의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어요.

오늘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여자는 10개월, 남자는 10분

바로 여자는 임신을 하고
남자는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은 반박의 여지가 없죠.

그러면 이것이 남녀에게
어떤 차이를 가져올까요?

 

 

첫째. 낳을 수 있는 자식의 수

수컷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수만큼 자식을 낳을 수 있습니다.

10분만 주어져도
자식을 만드는 게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암컷의 경우는 다릅니다.

임신이라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한 명의 자식을 낳기 위해
최소한 열 달의 시간이 필요해요.

암컷 한 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식 수는 기껏해야 10명 정도로

수컷보다는 자식의 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둘째. 자식 한 명에 대한 투자 비용

자식을 만드는 데에
수컷은 짧은 시간(약 10분)만
투자하면 됩니다.

반면 암컷은 아무리 적게 투자해도
10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즉, 자식 한 명에 대한 투자 비용
큰 차이가 생기는 거예요.

아이를 무탈하게 낳기 위해서는
10개월 동안 조심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암컷에게는
전부 투자 비용이 되는 거죠.

자식 한 명에 대한
가치 부여 또한 달라집니다.

희소성의 법칙 때문에
인간은 희소하면 할수록 그 대상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거든요.

수컷에 비해 암컷이 자식 한 명에
더 소중한 가치를 부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내 자식이라는 확실성

외국에 이런 속담이 있어요.
‘Mother’s Baby, Father’s Maybe.’
해석하자면 “어머니의 자식은 확실하고,
아버지의 자식은 아마도 맞을 것이다.”
정도가 되겠죠.

암컷의 경우,
임신이라는 과정을 거쳐
출산하기 때문에 내가 낳은 자식은
100% 확실히 내 자식입니다.

그런데 수컷의 경우,
내 자식이 아닐 가능성도
언제나 존재합니다.

내 자식이라고 믿고 싶지만
이면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이야 유전자 검사라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수컷의 경우에는
내 자식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습니다.

 

 

 

임신이 불러온 나비효과

정리하자면 임신을 하고, 안 하고는
자식 숫자와 투자비용, 확실성에 있어
남녀의 차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심리 기제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 세 가지 차이가 ‘마법의 열쇠’같은
역할을 합니다.

현 시대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관찰되는 많은 심리 차이를
이 간단한 가정 하나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음 글에선 이 열쇠를 이용해
‘섹스에 관한 남녀의 관점이
다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컷과 암컷 사이] 시리즈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화심리학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연애는 훨씬 즐거워질 거예요! (편집자: 구자민)



필자: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튜브 <싸이들의 잡학사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