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년째 연애 중
27살 김세희(가명)입니다.

얼마 전 일이었어요.
섹스가 끝나고 같이 누워 있는데 불쑥
남자친구가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자기는 거기 털이 좀 많은 것 같아.
왁싱 한 번 해볼래?”

좀 당황스러웠지만
실은 저도 평소에 음모가 많은 편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거든요.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왜, 그래서 싫어?”라고 물으니
남자친구는 그건 또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밤엔 일단 그렇게 넘어갔어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제가 팬티를 입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엉덩이 운동도 좀 해야겠다”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지난밤에 이어 남자친구가
자꾸 제 몸을 지적하니까
자존감이 확 떨어지더군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다 나더라니까요.

결국 전 엉엉 소리 내면서 울었고
남자친구는 깜짝 놀라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정말 미안하다며
몇 번이고 사과했어요.
제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면서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것 같아
일단 풀고 넘어가긴 했는데요.

그치만 이후에도 계속
남자친구의 지적이 떠오릅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감은 팍팍 떨어지죠.

요새는 남자친구 앞에서
옷도 벗기 싫어서
섹스도 못 하고 있어요.

남친이 평소에 말을 좀
툭툭 내뱉는 편이긴 하지만
지금껏 2년 동안 별 탈 없이
연애 잘 해왔거든요.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여전합니다.
그냥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어떻게 하면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
방법을 알려주세요.ㅠㅠ


 

 

에디터 박겸송의 한 마디
“정면돌파도 좋은 방법이에요”

 

세희님, 잘하셨어요.

일단 남자친구에게 세희님께서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얘기한 건
정말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해요.

혼자 끙끙 앓다가 결국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죠.

요점을 정리하자면 세희님께서는
1. 남자친구와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2. 자존감도 회복할 수 있는 방법
을 물어보셨는데요.

사연을 읽고 곰곰이 머리 싸매며
몇 가지 해결책을 준비했습니다.
하나하나 들어보시면서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확인해보기로 하죠.

일단 첫 번째는,
세희님도 남자친구의 단점을 지적해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하는 거예요.

좀 유치하기는 해도
남자친구는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겁니다.

그러나 전 이 방법이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기분만 상할 뿐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너도 당해봐라'라는 심정으로
확 질러버리고 싶기는 해도
결국 상처밖에는 남지 않을 게 뻔하죠.

두 번째 방법
남자친구가 뭘 잘못했는지
따끔하게 말해주는 거예요.

연인 사이에서 불만이나 요구 사항을
얘기하는 건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섹스나 외모 같은
민감한 주제는 당연히
전달 방식도 더 신경 써야죠.

남자친구의 말 한마디 때문에
세희님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그게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세요.

남자친구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면
세희님의 상처도 조금 아물 거예요.

그런데요,
실은 이 방법도
완벽한 해결책인 건 아닙니다.

이미 한 번 상처를 받은 지금,
남자친구가 아무리 사과를 해도
뚝 떨어진 자존감이
단 번에 회복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남자친구의 지적이 자꾸 생각나고
마음고생만 심해질 수도 있죠.

그래서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건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이에요.

바로 남자친구의 지적을
정면돌파해보는 겁니다.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자면
왁싱도, 운동도 남자친구와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는 거예요.

물론 저도 남자친구의 제안이
정말 촌스럽고 괘씸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연인 사이라고 해도
모든 걸 다 맞춰줘야 하는 것도
당연히 아니죠.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면돌파야말로
세희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랍니다.

두 분의 관계가 이어지기 위해선
세희님의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인데요.

이미 남자친구가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 이상,
그 어떤 사과를 들어도
아무리 마음을 다 잡아도
계속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죠.
누가 뭐라 해도 콧방귀 뀔 정도로
몸을 가꿔 보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요구라면
들어줄 필요도 없죠.
그런데 실은 남자친구의 제안도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아 보여요.

요즘 왁싱은 커플끼리도 많이 하는 추세고,
엉덩이 운동도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말하는 방식이 문제이긴 했어도
연인 사이라면 한 번 말해볼 수 있는
제안이진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실은 대답을 고르면서
생각이 참 많았어요.

쿨하게 '헤어지시라'고
말하면 그만일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별은 또 쉽나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로 두 분이
헤어지신다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남자친구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있고
세희님도 이별을 원하지 않으시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왁싱도, 운동도
남자친구와 같이 해보세요.

이런 고비들을 하나 둘 넘기는 것도
더욱 단단한 연인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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