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학생 김정은(가명)입니다.
제게는 사귄 지 1년 2개월쯤 되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저희 전공이 정말 빡세서
데이트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만나고,
보통은 카톡이나 전화로 연락하죠.

남친은 항상 밝고 상냥하고
인간으로서 존경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에요.
저도 정말 좋아하고요.

그런 남자친구에게 딱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는데요.

바로 남자친구가
야외 섹스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노래방이나 옥상 같은 곳에서 하는 섹스를요.

처음에는
‘사람 없으니까 괜찮겠지?’라며
저도 응했는데요.

매번 만날 때마다
밖에서 섹스하려고 해서
그 행위 자체가 싫어졌어요.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하는
섹스는 저도 좋아해요.)

저는 부모님과 같이 살아서 외박이 힘들고
저희가 학생이다 보니
매번 모텔에 가는 것도 부담스럽거든요.

사귄 지 1년 정도 된 어느 날,
또 밖에서 하자고 하길래
"매번 이러는 거 싫어"라고
솔직한 마음을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며칠 후에
남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결국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남친은 성욕이 강한 자신과
성욕이 없는 제가 밸런스를 맞추는 게
힘든 것 같다고 했어요.

무엇보다 제게 상처 준 것이 너무 미안해서
헤어지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것 때문에 헤어지는 게 슬퍼서
헤어지기 싫다고 했어요.

그렇게 저흰 계속 만났죠.
그 후로 밖에서 만날 땐 되도록
일반적인 데이트를 하자고
매번 섹스하지 말자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저번 달에 데이트하다가
사람이 진짜 많은 곳인데
남친이 또 섹스하고 싶다고 말을 꺼내는 거예요.

저는 너무 실망스러워서
하지 말라고 한 뒤 집으로 갔죠.

그리고 며칠 뒤,
남친이 카톡으로 또 헤어지자며
저번과 같은 이유를 대더라고요.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남친의 애정표현은 ‘섹스'이고
저의 애정표현은 ‘말'인 것 같아요.

저는 남친이 너무 좋고
남친과 이런 문제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이럴 거면
이별이 나을지 고민도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에디터 홍세미의 한 마디
“헤어지는 데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속궁합 혹은 성적 취향,
어디까지 맞춰볼 수 있을까요?

저는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타협할 수 있는 성적 취향이라면
노력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애인이 SM 플레이를 좋아하면
살짝 때리는 수준으로
‘시도'해 볼 순 있잖아요.

하지만 야외 섹스처럼 타협의 여지 없이
YES / NO로 결정되는 문제는
누구 하나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게 누구 하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어쩌겠어요.
헤어지거나 섹스를 하지 말아야죠.

남자친구분에게 야외 섹스는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 같아요.

그리고 그걸 상대에게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상처줘서 미안하다며
헤어지자고 결정한 거죠.

저도 남자친구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이 맞춰보려 노력했음에도
계속해서 같은 문제에 봉착하니까요.

제가 걸리는 지점은
정은님이 ‘이런’ 문제로
헤어지기 싫다고 한 거예요.

정은님은 ‘섹스 때문에’
헤어지는 게 억울한 거예요.
그래서 헤어져야 하는 걸 알면서도
붙잡고 있는 거죠.

성격이 안 맞아서,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서로의 습관을 이해할 수 없어서
헤어지는 것처럼
성적 취향이 다른 것도
충분한 이별 사유입니다.

성격이나 가치관, 환경만큼
어떻게 섹스하는지도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거든요.

다 잘 맞는데 성격이 안 맞아,
다 잘 맞는데 가치관이 안 맞아,
다 잘 맞는데 섹스가 안 맞아.
비슷한 겁니다.

헤어지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일 뿐,
헤어지는 데 특별하고도
고귀한 이유는 없어요.

그러니 아쉬운 마음은 접고
이제 그만 남자친구를 보내주세요.

 


에디터 김관유의 한 마디

“적어도 다음 연애는”


세미 에디터님 말대로
이번 연애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섹스에 관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했는데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이번 연애를 끝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걱정되는 건
정은님의 다음 연애예요.

정은님이
이번 연애에서 겪은 일 때문에
다음 연애의 섹스에서도
훨씬 조심스럽고 위축된 태도를 보일까 봐요.

이 남자의 판타지는 뭘까,
이 남자가 내게 원하는 게
혹시 과한 건 아닐까,

사귀기 전부터,
또 막 사귀자마자부터
걱정하게 될지 몰라요.

하지만 그런 걱정들이 너무 많다면
섹스뿐만 아니라 연애에 대한 태도 자체가
소극적으로 변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은님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섹스와 연애를 주도해보길 권합니다.

섹스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꺼내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섹스 이전 단계에서 말입니다.

너는, 또 나는 어떤 판타지를 가졌는지,
그것이 내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인지
정은님이 먼저 이야기해보는 거죠.

처음엔 어렵겠지만,
먼저 이야기 꺼내는 사람이
훨씬 주도권을 잡기 쉬울 거라는 생각으로
도전해보세요.

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섹스와 연애를,
정은 님도 한 번쯤 꼭 경험해보게 되길!

 

P.S.

"오빠, 섹스 판타지가 뭐야?"

만약 이렇게 묻기가 민망하다면,
<내 애인의 섹스 판타지는?>
테스트를 같이 해보세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143가지 섹스 판타지 중에서
두 사람이 좋아하는 판타지만
콕콕 집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