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공통점은?

1. 소개팅녀와 만날 장소 정하는 관유

"지윤 씨, 우리 어디서 만날까요?"
"전 어디든 좋아요!"
"그럼 이태원 어때요?
서로 사는 데서 딱 5km씩 떨어져 있어요^^!"

 

2. 썸남과 카톡 중인 세미

“흠... 저번에 내가 막톡했으니까
선톡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30분 동안 답장이 없네?
그럼 나도 30분은 안 본 척해야겠다!”

 

3. 소개팅 날 식사를 마친 석우

“식사비 5만 원 나왔는데요.
오늘은 제가 낼 테니 다음 번엔
맛있는 거 사주셔야 돼요! 꼭이요!”

이 세 명의 답답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계산적인 태도”

이런 태도가 이성에게
좋은 점수 못 받는다는 건,
모두 아실 텐데요.

그럼 그 이유는 알고 계세요?

어찌 보면 공평하고
합리적인 태도인데...
왜 우리는 저런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친밀감’의 진짜 의미

와튼 스쿨의 엠마 레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이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껴요. 

이게 있느냐 없느냐로
타인과 내 사람을 구분하죠.

그것은 바로,
‘자애로움’(benevolence)입니다.

자애로움을 좀 더 풀어 보면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상대의 이익을 챙겨주는 태도”인데요.

상대방이 자기 것과
남의 것을 철저하게 구분하지 않고,

자기 것을 기꺼이
나에게 떼어 주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비로소 “가까운 관계”라고
여기는 거죠.

가족을 친밀하게 느끼는 것도
그래서예요.

단순히 피를 나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별 대가 없이 나를 도와주고,
때론 희생도 감당할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
상대가 약속 시간에 조금 늦어도
(=내 시간을 허비해도)

내가 비용을 좀 더 내도
(=내 돈을 허비해도)

상대의 고민을
내 문제처럼 해결해 줘도
(=내 에너지를 허비해도)
괜찮은 관계.

이런 관계를
우리는 '친밀한 사이’로 받아들여요.

그저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함께한 추억이 많다고
그 사람을 가깝게 여기는 게 아니라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 모습에서
우리가 남들과는 다른
깊은 관계임을 느끼는 거죠.

 

사람을 믿는 이유

레빈 박사는 사람들이
자애로운 상대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게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관계가 깊어지면(연애하면)
시간, 물건, 심지어 돈까지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되는데
상대가 뒤통수 칠 사람이면 안 되잖아요.

자신의 것을 내게
베풀어 주는 자애로운 모습에서,

“내 것을 부당하게
훔쳐가지 않겠구나”라는
믿음이 쌓인다는 거죠.

 

 

막연한 고마움,
인간적인 정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자원(시간, 돈, 에너지 등)을
억울하게 뺏기지 않으려는
보수적인 심리가 작동해

“이 사람은 가까이 지내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로봇이랑 연애하고 싶나요?

글 초반에 나온
3명을 떠올려보세요.
조금도 손해 볼 생각 없잖아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런 모습을 보는 상대는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되죠.

누군가는 그게 다 ‘밀당’이며,
주도적인 연애를 하려면
손해 보거나 희생하는 건
절대 금물! 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자로 잰 듯한 철저함,
로봇처럼 계산적인 태도는
관계가 더 깊어지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이치,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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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치킨 다리를 양보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