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연애의 과학

안녕하세요.
여자친구와 CC인 26살 대학생 남자입니다.

최근에 여자친구와
다툰 일 때문에 궁금증이 생겨
이렇게 메일을 드려요.
다름 아닌 '과제물' 때문이었는데요.

하루는 여자친구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 강의에 빠졌대요.
중요한 과제물을 제출해야 하는 시간이었는데..

다행히 같이 수업 듣는
친한 남자 동기에게 부탁해서,
문서 파일을 메일로 보내
대신 제출 해줬다 하더라고요.

여기까진 저도,
"고마운 일이네.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생겼어요.
여자친구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과하게' 고마워하는 것 같아서요.
막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 지 고민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음료수 하나 사주고 고맙다고 얘기해"했더니
그 정도론 안 된다고 굳이 밥까지 사주겠다면서
따로 저녁 약속까지 잡았더라고요.

물론 고마운 것 맞지만
그냥 친한 사이에 충분히 해줄 만한 일이고
그럼 고맙다고 말만 잘 전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이해가 잘 안 돼서
"무슨 그런 걸로 저녁까지 사주냐" 묻다가
"나 의심해?"까지 가서 결국 다투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 차이 왜 나는 걸까요?

그냥 제 질투가 너무 심한 걸까요?

 

From. 연애의 과학

아마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상담하려고 하면,
보통 두 가지 반응이 나올 겁니다.

결국 '질투'와 '믿음'의 문제라는 거죠.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건 질투의 문제이기 앞서서
바로 '고마움'에 대한
남녀의 생각 차이 때문에 생긴 문제예요.

 

"고마워"의 차이

인천대학교 김효창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고마움을 느끼는 정도'와
그 '보답 방식'이 크게 다르다고 해요.

김 교수는 28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가지 가상의 상황을 제시해줬습니다.

질문자님의 여자친구가 겪은 상황과 꽤 비슷하죠?

김 교수는 이런 가상의 '고마운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고마움을 느끼고,
또 어떻게 보답하려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굉장히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죠.

남자들은 대부분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거나,
"고마워" 정도의 단순한 표현으로
보답을 하겠다고 한 반면

여자는 남자들보다
34%나 더 큰 고마움을 느끼고
훨씬 더 다양한 표현을 통해 보답하겠다고 답했어요.

질문자님과 질문자님 여자친구의
생각 차이와 정확히 맞아떨어지죠?

 

대체 왜 그래?

대체 왜 남녀 사이에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김 교수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합니다.

 

#1. '도움'에 대한 생각 차이

남자와 여자는 '도움'을 받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을
각기 다르게 받아들인다고 해요.

여성의 경우, 상대가 나에게 도움을 주는 건
상대가 나와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하는,
유익한 일로 먼저 이해되지만

남성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내가 '약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는 거예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못나서 도움을 받는다'고 자책하는 거죠.

그러니 애초에 여자들은 이런 '도움'에
훨씬 적극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반면,
남자들은 고마움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는 거예요.

 

#2.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아!

"남자는 평생 3번 눈물을 흘린다", 들어보셨죠?

우리 사회가 남자들로 하여금
슬픔, 기쁨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얼마나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죠.

자기 감정을 너무 많이 표현하는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는 거예요.
사실 불쌍한 일이죠... 감정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래서 여자가 남자들보다 자기 감정을
훨씬 더 강렬하게 경험하고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라고 해요.
(Diener & Sandvik, 1991)

'고마움'도 일종의 감정이죠.
때문에 감정표현에 자유로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고마움도 더 많이 느끼고,
보답도 훨씬 크게 하는 겁니다.
(Sommers & Kosmitzki, 1988,
Ventimiglia, 1982)

 

다름을 인정하기

아마 두 분의 다툼은
이런 차이에서 생겨났을 거예요.

질문자님이 생각하기엔 '뭐, 고맙네..!' 정도지만,
여자친구에겐 '와, 너무 고마운 걸?' 일 수 있는 거죠.

질문자님이 질투가 너무 심한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분이 너무 과하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아닌 거예요.

고마움과 보답에 대한 생각이
애초에 '다른' 것 뿐이죠.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

우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싸움이 사라질 겁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남자 여자분들도,
훗날 비슷한 이런 비슷한 일을 겪게 되었을 때
그 '다름'을 떠올려주세요.

우리가 가진 차이점이 무엇인지 공유하는
'대화'만 잘 이루어져도,

이런 문제가 단순히 "질투가 많다"나
"믿음이 부족하다" 같은 결론으로 빠져
싸움, 더 나아가 이별이 되지 않게 할 수 있을 거예요.
함께 연애의 과학을 구독해보는 것도 좋겠죠?(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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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좋아도 너무 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