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얘기야?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크고 작은 잘못들을 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잘못은 애교 한 번으로
금방 없던 일이 되지만,
어떤 잘못은 1년, 2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어느 순간에 툭툭 튀어나오기도 하죠.

그럼 우리들은 흔히 이렇게 반응해요.

“아, 옛날 일 가지고 왜 그래.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2년 전.”

그러다 잘못하면 또 싸움 시작.

우리가 이렇게 오래전에 있던 일로
싸우게 되는 건, 도대체 왜일까요?

내 애인이 기억력이 너무 좋아서?
아니면, 속이 너무 좁아서?

 

용서에 필요한 시간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애인이 당신을
아직도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아니 벌써 2년이나 지났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요?

그럼 이 실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사람이 어떤 일을 용서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135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했습니다.

그러곤 가상의 이야기를 들려줬죠.



단, 현 교수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여러 가지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들려줬는데요.

A그룹 참가자들에겐 이 사건이
‘1개월 전, 6개월 전, 1년 전’처럼,
특정한 과거의 시점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숫자로 정확한 기간을 말해줬고,

B그룹들에겐
‘매우 오래전, 오래전, 최근’처럼
특정한 과거의 시점이 아닌
추상적인 시간 표현으로 말해준 거죠.

그러곤 참가자들에게
지금은 친구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물었습니다.

과연 두 그룹의 참가자들은 뭐라고 답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기하게도 두 그룹의 반응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났어요.

숫자로 정확한 기간을 말해줬던 A그룹
그게 1개월 전이든, 1년 전 일이든
하나 같이 “전혀 용서가 안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잘못이 일어난 시점을
'매우 오래전' '얼마 전'처럼
추상적인 표현으로 들었던 B그룹은
훨씬 너그러운 반응을 보였어요!

'1년 전 일'이라고 생각하면 용서가 안 되는데,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하면 용서할 수 있다는 거죠.

둘의 미묘한 차이를 아시겠나요?

 

시간은 문제가 아니야

그 잘못이 실제로
한 달 전에 일어났든 1년 전에 일어났든,
그 '실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용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거예요.

오히려 누군가를 용서하는 건
상대가 그 사건을 마음으로
얼마나 오래전 일처럼 '느끼는지'에 달렸어요.

불과 한 달 전에 있었던 일이라 해도,
제대로 된 용서가 됐고
‘다 지난 오래전 일’이라고 느낀다면
애인은 그 얘길 다시 꺼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의 애인이
2년 전 일을 가지고 아직도 화를 내는 건,

무려 730일이나 지난 사건을 굳이 꺼내어
트집 잡는 이상한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겁니다.

아직도 애인의 마음속에
어떤 응어리가 남아있다는 거겠죠.

그때 만족스러운 사과를 받지 못했거나
제대로 된 재발 방지 약속을 못 받았을 수도,
혼자 속으로만 삭인 게 있을 수도 있어요.

혹은 최근 들어 여러분이
그때 했던 잘못과 비슷한 행동을 보여서
그 오래 전 일을 떠올리게 됐을 수도 있죠.

 

이 말만은 하지 말자

그러니까 적어도
“아, 2년 전 일 가지고 왜 그래” 같은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화만 더 나게 만들겠죠.

그러니 오래전 일을 끄집어내어
화를 내는 애인을 마주하고 있다면,
“넌 그 옛날 일 가지고 왜 그러냐!”라고 받아치는 대신
내 모습을 한 번만 더 되돌아보세요.

최근 들어 애인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면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고요.

용서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맘이 풀리지 않은 부분은 없는지,
내가 놓친 부분은 없는지
한 번만 더 되돌아본다면,
적어도 2년 뒤에 할 고생은 덜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 시간 뒤에 숨지 않는
떳떳한 애인이 되자고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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