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계단이나 올라왔지만

어제 글에서
냅 박사의 썸-연애-이별 10단계 중
썸에서 연애까지의
다섯 단계를 살펴봤었죠?

(당신도 겪어봤을 '썸에서 연애까지' 5단계)

아마 보시면서 풋풋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살며시 미소 지으신 분도,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지금이 안타까워
쓴웃음을 지으신 분도 계실 거예요.

오늘은 한 쌍이 되었던 커플이
어떻게 남남이 되는지,
‘Coming Apart’
즉 '분리의 5단계'를 살펴볼게요.

지난번 ‘Coming Together’ 5단계처럼
영화 <500일의 썸머> 속 두 주인공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혹 연인과의 관계에 문제를 겪고 있으시다면
우리가 정상에서 얼마나 굴러떨어졌는지,
우리가 다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계단은
무엇인지 살펴보시길!

관계에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1단계. 차이의 발견
(Differentiating)

썸에서 연인이 될 때는
서로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친밀감을 쌓아갔던 두 사람이
이젠 서로에게서 ‘차이’를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그 차이는 아주 사소한 생활습관부터
가치관까지 아주 다양하죠.

영화 속 톰의 경우엔
썸머의 ‘애정관’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요.

문제는 이런 차이들이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는 거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 차이가
나를 옥죄여온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동시에 ‘우린 좀 다르네..’하는 생각이 점점 커지죠.

그런 마음을 직접적으로
상대에게 드러내진 않지만
그 불만이 불안감, 짜증 등으로 드러나면서
본격적으로 갈등이 잦아지는 단계입니다.

 

2단계. 제한하기
(Circumscribing)

하지만 처음엔 다들
그 차이를 부정하려고 합니다.

관계에도 ‘관성’이라는 게 있기 때문이죠.
이미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차이를 느낀다고 해서
갑자기 빠이빠이-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받게 됩니다.
그래서 미봉책을 택하게 되죠.
바로 ‘이야기의 주제를 제한하는 것’.

서로에게서 차이를 발견할 만한
위험하거나 예민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는 거예요.

섬머와 자신의 결정적 차이였던
‘애정관’에 대한 얘기를 꺼내 보려다가
대충 얼렁뚱땅 넘겨버리는 톰처럼요.


(바보같이 웃고있는 톰...ㅠㅠ)

물론 이런 ‘제한하기’를 통해서
표면적인 갈등은 잠시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중요한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두 사람의 접점은 점점 작아집니다.
계속 멀어진다는 얘기죠.

 

3단계. 침체 (Stagnating)

이전 단계 ‘제한하기’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큰 싸움도 없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르죠.

예전에는 서로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기쁨을 더는 느끼지 못합니다.
서로에 대한 열정도 흥미도 부족하죠.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나눠왔어야 할 중요한 이야기들
위험하다고 해서 그냥 다 넘겨버렸기 때문이에요.


(이케아에서 뽀뽀할 땐 언제고)

친밀감이 낮아지니 거리감이 생기는 거죠.

그렇다고 지금 우리 관계에 대한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기엔 늦었습니다.

그걸 입 밖으로 내는 순간,
그토록 부정하려던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걸 잘 알거든요.

‘우리는 멀어지고 있다,
아니 이미 멀어져 버렸다.’

 

4단계. 회피(Avoiding)

이제 둘 사이의 거리감은
감정적, 심리적인 부분을 넘어서
물리적인 부분까지 확장됩니다.

스킨십은 꿈도 꿀 수 없고
만남 자체를 꺼리기 시작하죠.

이미 멀어져 버린 마음인데
만나봤자 어색하고 찝찝한 기분만
느껴질 게 뻔하니까요.

아주 최소한의 교류만 이어지죠.

한때는 비슷한 생활 패턴을 공유하던
두 사람이 이젠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이 단계에서 둘의 사이가
급속도로 멀어지기 시작하죠.

사실상 관계를 되돌려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단계입니다.

연애의 과학에서 소개했던
‘카타르시스 대화’ 같은 방법을 잘 써보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만도 아닙니다.
이 단계에 계신다면 꼭 시도해보시길!

 

5단계. 종결(Terminating)

이젠 정말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바로,
관계를 회복해보려는 노력 대신,
이제 ‘각자의 길을 걷는 게 낫겠다’라고
생각하는 쪽이 생기게 된 거죠.

이젠 한쪽이 혼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문제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가져볼 수 있는 희망은
그나마 “우리 시간을 좀 갖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잠시 ‘관계의 종결’을 뒤로 미루는 거죠.

하지만 관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미 한쪽의 마음은 떠나버린 상태니까요.

 

그 꽃

이 썸에서 연애, 이별로 이어지는
10단계를 설명해드리면서
저는 내내 ‘그 꽃’이라는 시를 떠올렸어요.

단 세 줄, 
열다섯 글자로 이루어진
짧은 시죠.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입장에 따라서
이 시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것 같아요.

1. 한창 좋을 때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 사람의 단점들이
지금은 왜 그리도 잘 보이는지..

2. 함께할 땐 보고 느끼지 못했던
그 사람의 소중함이,
왜 다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야 느껴지는지.

1번 해석의 입장에 서 계신 분도,
2번 해석의 입장에 서 계신 분도 계실 겁니다.

다른 해석 다른 입장이지만,
중요한 건 내가 놓치고 보지 못한 것이
상대의 단점이든 장점이든 간에
‘꽃’이라는 점이에요.

지금 어떻게 보이든 간에
내가 한때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꽃말이에요.

만약 당신이
위에서 소개한 이별의 다섯 단계를 밟고 계신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애인과
함께 이 시를 읽어보시길 바라요.

계단을 다 내려오기 전에 말이죠.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여러분 = 불안? 회피? 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