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비밀의 정원> 에 날아온 사연

"올해 33살이 된 여자 J입니다.
제게 썸남이 있었어요.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하남이었죠.
어딘가 불쌍해 보여서 안아주고 싶은..

깊은 스킨십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했지만
오랫동안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되긴 했지만
성격 차이로 결국 3개월 만에 헤어졌죠.

근데 헤어진 이후로도
자기 삶이 힘들 때마다 연락을 해와요.

최근엔 이런 연락까지 왔어요.
“요즘은 너무 힘들어.. 상담도 다니고 있고..”

그날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깊은 비밀까지 저에게 털어놓더라고요.

너무 안쓰러웠어요.
원래 몸도, 마음도 약하고
집안 형편도 안 좋고..
너무 힘들게 자라온 걸 예전부터 알았거든요.

듣고 나니 다시 우리가
특별한 관계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결국 지금은 또 애매한 관계가 됐죠.

사귀는 것도 아닌데
만나게 되면 잠자리까지 가집니다.
근데 그 남자는 저한테
“이제 누나한테 좋은 사람 생겼음 좋겠어.”
같은 얘기나 하고..

우리 관계 이상한 거죠?
이 불쌍한 남자 어떻게 하죠..
저는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까요?"

 

J님의 감정

사실 보내주신 사연만으로는
남자분이 그냥 의지할 곳을 찾는 건지,
사랑하지만 연애할 여력이 없는 건지
그 속마음을 알기 어렵네요.

부족한 정보로 그 남자의 마음을
단정 짓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J님께 물어보고 싶어요.
"니가 뭘 안다고!" 싶을 수도 있지만
한 번만 진지하게 생각해주세요.

“혹시 그 남자가 
불쌍해서 좋은 건 아닌가요?”

보내주신 사연을 보면
그 남자가 좋은 이유보다는
유독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말이 많아서요.

글 머리부터 “모성애를 자극하는
어딘가 불쌍한 남자”라고 표현하시기도 했죠.

충분히 답답할 상황 속에서도
늘 그 남자를 안쓰러워하고만 계신 걸 보면,
꼭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남자에 대한 J님의 마음이
사랑보다는 '동정'이 아닌지.

 

동정은 사랑이 아니야

많은 관계전문가들이
동정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정을 사랑이라고 
쉽게 착각하죠.

동정은 이런 겁니다.

"넌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
난 널 도와주고 싶어."

이때 동정하는 사람은
상대를 보듬고 도와주면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해요.

상대가 나에게 의지하는 걸 보면서
'아주 큰 만족감'을 느끼는 거죠.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을 재확인하기도 해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드니까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마음을 나누는 일

물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제 애인이 불쌍할 때가 있는데
그럼 우리도 사랑이 아닌가요?"
하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불쌍히 여기면서’
상대를 진정 사랑할 수도 있어요.

만약 그 불쌍히 여김이
'동정(Sympathy)'이 아니라
'공감(Empathy)'이라면 말이죠.

공감은 이런 겁니다.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해져.
왜냐하면 넌 나의 일부니까!
내가 함께 도와줄게."

내 감정이 동정인지 공감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돼요.

"그 사람이 지금과 달리 아주 행복해지고
내 도움을 전혀 필요치 않게 되더라도
똑같이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의 불행이 끝났을 때,
지금처럼 마음이 가지 않을 것 같다면
'동정'일 뿐이었던 겁니다.

 

내가 불쌍해서 좋은가요?

사실 처음에 J님께 드렸던
"(그 남자가) 불쌍해서 좋은가요?"라는 질문은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옛 드라마 <아일랜드>에서 가져온 대사예요.

너무 불쌍한 삶을 살아왔던 이나영이
그런 자신을 좋다고 따라다니는 현빈에게 묻죠.

"내가 불쌍해서 좋은가요?"


(드라마 '아일랜드', MBC 문화방송)

현빈은 잠시 생각하다
자기만의 답을 들려줍니다.

혹 J님의 답도 그와 똑같다면,
이 관계에 더 뛰어든대도 말리지 않을게요.

현빈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처음엔 불쌍해서 좋았고,
지금은 좋아서 불쌍합니다."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누구나 불쌍한 구석 하나씩은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