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해 희생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기 싫은 행동도 기꺼이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린 그걸 ‘희생’이라고 하죠.

좋아하지도 않는 액션 영화를
함께 봐주거나,
전엔 돈 주고 먹을 일 없던 음식을
일주일에 한 번씩 먹기도 해요.

너무 예쁜 마음이죠.

하지만 말입니다.
만약 이런 희생이 우리의 연애에
아무런 도움이 되고 있지 않고 있다면...
얼마나 속상할까요?

이인수 심리상담연구소의 이인수 박사는
커플들의 희생과 연애 만족도 간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합니다.

‘희생을 많이 하는 커플’이라고 해서
무조건 남들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연애를 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엥... 지난 글에선
분명 희생을 많이 하는 커플일수록
행복하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희생하는 커플은 정말 행복할까? 클릭!)

 

희생이가 나를 했다

그건 바로 많은 희생을 하는 커플들이
‘자율성’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다들 맨 처음엔
정말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기 싫은 일도 하거나
내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희생을 합니다.

그리고 그 희생을 통해
애인보다 ‘본인’이 더 큰 만족감을 느끼죠.

‘아, 내가 정말 이 사람을 사랑하는구나.
내가 이런 희생도
기꺼이 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애인을 사랑하게 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희생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젠간 희생을 하는 일이
조금씩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연애를 한다고 우리 모두가
간디나 테레사 수녀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나만의 시간, 나만의 선택, 나만의 취향..
나만의 독립적인 것들이 점점 사라져가지만
그래도 희생은 계속 이어집니다.

혹여나 내가 예전만큼 희생을 하지 않으면,
애인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무의식중에 들기 때문이죠.

희생이 본래의 의미를 잃게 되는 거죠.
‘내 사랑을 증명하는 행위'가 되어 버린 거예요.

하지만 희생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이때부턴 문제를 발생시키기 시작합니다.

바로 ‘나의 연애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거죠.

 

자율성을 되찾는 일

내 만족도는 조금 떨어져도
상대방이 크게 만족할 테니 괜찮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잖아요.

희생은 ‘상대를 위한 행동’이지만,
그 희생을 통해 만족과 행복감을 얻는 건
바로 본인 자신이거든요.

맨 처음 희생을 했을 때 느꼈던
그 뿌듯한 감정처럼요.

이 연구의 실험 결과에서도
본인이 희생을 더 많이 한다고 해서
애인의 연애 만족도가 올라가진 않았어요.

애인은 생각만큼 여러분의 희생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거죠.

우리가 희생하면서
“나 이거 너 위해서 하는 거다?”라고
말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 박사는 무엇보다
‘본인이 어떤 마음에서
희생을 하고 있는지’ 꾸준히 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면
잠시 STOP! 하고 희생을 '조절해야' 해요.

‘혹시 내가 이 희생을 안 하면
애인이 실망하는 거 아닐까...?’

이 생각이 바로
희생이 ‘자발적인 헌신’이 아닌
‘의무적인 행동’이 되고 있다는 신호거든요.

 

나의 삶을 되찾기

또 한 가지의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희생이 나의 것을 포기하고
애인의 것을 선택하는 것이었으니,
이제 조금은 다시 ‘내 것’을 되찾아 보는 거예요.
의무적으로라도요.

지금껏 연애를 하면서
뒤로 미루기만 했던 나만의 중요한 목표들,
만나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혼자만의 여행.

애인이 실망할 거라는 두려움은 잠시 잊고
시작해보는 겁니다.

그러다 사이가 멀어지면 어떡하냐고요?

서로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왔을 만큼
깊은 친밀감이 형성된 커플이라면
미리 얘기만 해도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커플보다
이렇게 각자의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면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커플이
연애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요!
(이인수, 2017)

그러니 점점 커지는 희생에
지쳐간다고 느끼고 있다면,
하루빨리 애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세요.

“너랑 함께하는 시간도 너무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조금 필요한 것 같다”고요.

이 말이 두려워 계속 희생만 늘려나가다간
언젠가 애인에게

“나는 더 이상 이렇게 못 살겠다!”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요.

그럼 애인에게선 이런 반응이 나올 겁니다.

“내가 언제 해달라고 했어?”

그땐 이미 돌이키기 늦었을 거예요.

애인에게 하는 희생도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희생과 헌신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