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주도권

연애를 하다 보면
보통 한 쪽이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사람에게 주도권이 가는 걸
몹시 싫어하고 피하려는 분들이 있어요.

한 사람이 ‘리드’하는 관계는
옳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죠.

좋은 말처럼 들리는데요.

이런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한 박사님이 있습니다.

 

평등은 좋은 것이지만

캘리포니아 대학의
다이앤 팸리 교수인데요.

팸리 교수는
“행복한 연애의 길은
무조건적인 평등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팸리 교수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413명의 학생들에게
“누가 연애의 주도권을 쥐고 있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졌죠.

1. “우린 완전히 평등한 관계예요.
우리 연애에 주도권 같은 건 없죠!”

2. “우린 한쪽이 주도권을 쥐고
관계를 리드하는 편이에요!”

팸리 교수는 시간을 두고서
두 종류의 커플 중
더 오랫동안 관계를 잘 유지하는 커플은
어느 쪽인지 관찰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평등한 관계라고 대답했던 커플보다,
한쪽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대답한 커플이 더 오래 관계를 유지했죠.

주도권이 없는 게 좋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평등이 항상 답은 아니다

팸리 교수는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한쪽이 주도권을 쥐지 않는 관계가
겉보기엔 좋아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에선
문제가 생기기 쉬워요.
어떤 문제를 논의할 때,
결정을 내릴 결정권자가 없기 때문이죠”

“한 가지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이 완전한 합의를 내리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보통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없으면
논의는 끝없이 계속 이어지게 되죠.”

“그런데 주도권이 없는 관계에선
언제, 누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결국 계속 자기 의견을 내세우다가
싸울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볼까요?

여름 휴가지를 고르는
‘주도권 없는' 연인이 있다고 칩시다.
남자는 제주도에, 여자는 도쿄에 가고 싶어 해요.

남자는 여름 휴가인데
제주에 가서 여름 바다도 만끽하고
제대로 힐링하고 오자는 의견이에요.

여자는 요새 물가가 비싸져서
제주나 일본이나 어차피 비슷한 비용이 드는데
이왕이면 해외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오자는 의견이죠.

둘 다 좋은 의견이에요.
논리적인 하자도 없죠.
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는 한
입씨름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러다 점점 감정이 실리고
여행을 따로 가자는 얘기까지 나오죠.
결국 싸움 끝에 이번엔 남자가 양보하고
휴가지가 도쿄로 정해졌어요.

문제는 이렇게 겨우 넘어갔더라도
모든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예요.

도쿄에 가서도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숙소를 정할 때,
여행 코스를 선택할 때.. 매번 반복되죠.

하지만 한 쪽에 주도권이 있는 커플은
이런 갈등을 훨씬 덜 겪습니다.

논의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에요.
이들도 똑같이 논의를 거칩니다.

단, 충분한 논의 후에도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을 때,

주도권을 쥔 한 사람이 결정을 내리고,
논의가 갈등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때

안정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거예요.

 

주도권을 쥔다는 것

이처럼 한 사람이 주도권을 쥐고
연애를 리드해가는 관계가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충분히 서로의 의견을 교환한 다음
결정을 좀 더 잘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리드하는 역할을 맡아준다면,

무조건 평등! 만 외치는 것보다
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어요.

만약 계속되는 의견 충돌로
잦은 갈등을 빚고 있다면,
이 주도권의 부재가 원인은 아닌지
점검해보세요.

강압적이지만 않다면,
연애에도 ‘리더’는 필요합니다.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각자 리드하는 영역을
나누는 것도 좋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