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는 걸 어떡해

이제 와 털어놓는 얘기가 하나 있는데요.
남자 친구한테는 민망해서
제대로 하지 못한 얘기랍니다.

만난 지 200일쯤이었을까,
늦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애인의 카톡 답장을 기다리다
눈물을 뚝뚝 흘린 적 있어요. 

온종일 일에 치여 피곤한 날이었는데,
그런 제 마음을 모르고
카톡을 1도 안 보는 그 애가 짜증 났던 거죠.

그런데 입장 바꿔 생각해보니,
그 애는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것 같은 거예요.

제가 이만큼 우울한 상태인지는 몰랐겠죠.
평소라면 “퇴근했어”
웃으면서 카톡 남기는 저였으니까요.

남자친구는 독심술사가 아니니까,
제가 원하는 시간에 딱딱 맞춰
카톡을 읽어줄 수 없잖아요?

제 생각이 여기에 다다랐을 때,
전 화를 내지 않아도 될 문제에
화가 나버렸다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어요.

 

너에게 화가 나는 이유

그런데 이런 희한한 감정을
연구한 심리학자가 있더라구요.

“애인에게 느끼는 분노는
다른 사람들에게 느끼는 분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 관계 심리학자 Bowlby, 1973

다른 사람에겐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제가
왜 애인에게는 곧잘 섭섭하고 화가 나는지
퍼뜩 이해가 됐어요.

‘화’는 내 기본적인 욕구나 권리가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나를 보호하려고 느끼는 감정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화가 나면
"남들과 똑같이 대해 달라"
“내가 준 만큼 내놓으라”며
상대에게 합리적인 요구를 어필하죠.

하지만 애인에게 느끼는 화는
내가 생각해도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요.

애인에게만큼은 나를 그냥
“특별히 대해 달라고” 화를 내 거든요.

필요한 순간! 내가 원하는 만큼!
날 위해 행동해주길 바라고
무조건 사랑을 베풀어주길 요구하죠.

실제로 보울비 교수는
애인에게 느끼는 화가 “부모의 관심을 위해
아기가 떼를 쓰는 본능”과 비슷하다고 설명해요.

생각해보면 아기들도,
"아, 오늘은 엄마가 피곤해 보이니까
배고프지만 내가 참아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아니, 이거 딱 제 얘기 아닙니까?

“나는 지금 너의 부둥부둥과
다독거림이 필요하다”며 울며 보챈 저 말입니다.

아아, 전 제가 그때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비로소 깨달았어요.

애인에게 화가 나는 건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을
쟁취하기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거예요.

 

나를 특별하게 대해줘

다만 우리가 아기와 다른 점은
화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일 거예요.

부모 자식 관계와는 달리,
상대방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화를 막무가내로 표현한다면
연인 관계는 유지될 수 없을 테니까요.

저는 찔찔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다시 차분하게 카톡을 했습니다.

“가끔 퇴근 시간에 너와 카톡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할 때 속상해.”

다행히 애인은 저를 너그럽게 다독여줬어요.

남자친구의 카톡을 받자마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거 있죠!

울며 보채고 싶은 제 마음이,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 감정이라는 걸 알고
헤아려준 거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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