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많은 사람

성적 지향과 관련된 연구 중
형제 출생 순서 효과
(fraternal birth order effect)
라는 게 있습니다.

학술 용어라서 말이 좀 어려운데
풀어서 설명하면,
남자 형제가 몇 명인지와
그중에서 몇 번째로 태어났는지가

성적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실제 데이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니어 이스트 대학의
알리 보즈쿠르트 교수는
남자 이성애자와 남자 동성애자를
각각 60명씩 모집해
형제자매가 몇 명있는지 조사했어요.

분명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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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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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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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의 수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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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형의 수가 3배나 많았거든요.

성적 지향과 관련한 다른 연구를 종합해 보면
형이 많은 막내는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다른 사람에 비해 28~48%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출생의 비밀

언뜻 보면 이건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형들이 많아서
남자가 좋아졌다거나,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란 게
영향을 미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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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 현상은 생물학적 요인 때문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형제 출생 순서 효과는
문화권을 넘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Blanchard, 1997)

이보다 더 확실한 결과도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사람들의 경우에도
생물학적 가족의 영향을 받았거든요.

예를 들어 설명해드릴게요.

여기 철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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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그런데 집안이 너무 어려워서
태어나자마자 누나 한 명이 있는
가족으로 입양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철수는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았어요.
입양된 가족의 형제자매 구성과는
상관이 없었던 거죠.

철수의 사례는 이 현상이
문화적 요인이나 후천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예요.

심지어 이 현상은 유전적인 요인과도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유전적인 요인이었다면
형들도 동성애 성향이 높게 나왔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형이 많은 막내일 경우에만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도대체 이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요?

 

아마도

사실 이 현상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어요.

후천적인 요인은 확실히 아니고
유전적인 요인도 아닌 걸 보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태아에게 생기는 변화일 가능성이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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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로 태어나는 남자 태아의 경우
엄마 뱃속에서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현상이 있으며,
이 현상이 태아의 뇌세포 표면에
변화를 준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Bogaert & Skorska, 2011)

그렇지만 이 가설도 아직
명확히 규명된 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P.S.
근데 바람기도 생물학적 요인으로
결정되는 걸까요?
직접 자신과 상대방의 바람기를
테스트해보면 알 수 있겠죠?
아래 '바람기 테스트'를 통해 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