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여는 글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는
특별한 로맨스가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남자인 주인공이
평범한 여자인 클로이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면서 겪게 되는
10단계의 과정.

아홉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마음이 변했을 때

지난 글에서
‘사랑은 노력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했었죠.
(참고: 잠시 한눈판 애인과 계속 사귈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라는 노래 가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이유는 뭘까요?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일 거예요.

이미 사랑이 끝났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관계를 이어갔던 경험.

그런데 이럴 경우 본인도 지치지만
질질 끌려가는 상대방은 더 힘들어요.

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클로이의 마음이 변한 걸 알고도
아무 말 못하고 지켜만 보는 남자처럼요.

 

하지 못한 말

남자는 요즘들어
클로이의 무게중심이 자기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남자가 좋아하는 시리얼
매번 자기 집에 사다놓던 클로이가
지난주부터 비싸다며
갑자기 안 사오기 시작했다는 거?

너무 사소한가요?
그럼 이 얘기도 한 번 들어보세요.

어제 남자와 클로이는
직장 동료인 윌과 함께 
셋이서 술을 마셨어요.

피곤해진 남자는 일찍 귀가했지만
클로이와 윌은 한 잔 더 하겠다고 했죠.

분명 집에 가서 연락하겠다던 클로이는
새벽까지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어요.

다음날 아침 클로이는
남자가 좋아하는 시리얼을 들고 찾아왔어요.
술을 마시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근처 친구 집에서 잤다는 클로이의 말.

전날 뜬눈으로 밤을 지샌 남자는
따져 묻고 싶었어요.

친구 집이 아니라
윌 그 자식과 같이 있었던 것 아니냐,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안 사겠다던 시리얼도 사온 거 아니냐.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겁이 났거든요.

‘내 말이 맞다고 하면 어떡하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사람들은 보통 안 좋은 일일수록
더 모른척해요.

진작 ‘확신’했을 정도로
결말이 뻔히 보이는 일도
‘에이 설마~ 아닐 거야'라고 축소해서 생각하죠.

그러니 ‘슬픈 예감’은
매번 들어맞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연애할 때도 그래요.
누가 봐도 상대방은 마음이 떠났는데
애써 모른척하고 헛된 희망을 품거든요.

별 거 아니라고, 좀 지나면 다시 좋아질 거라고.

애인의 변심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서 찾기도 합니다.

메릴랜드 대학의 에드워드 르메이 교수는
애인의 태도가 무관심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는데요,

관계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클수록
애인의 무관심한 태도를
자기 탓으로 돌렸어요.
(Lemay Jr & Edward P, 2014)

내가 너무 예민해서 그렇다,
내가 더 잘하면 좋아질 거다,
하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거죠.

하지만 아무리 모른 척 해도
언젠가는 알게 됩니다.
‘슬픈 예감’으로만 끝났다면 좋았을 이별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을.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이지만,
두 사람의 속마음은 정반대예요.

남자는 클로이의 마음을 돌려보려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클로이는 그런 남자를 밀어내며
관계를 조금씩 정리합니다.

당장 헤어지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애인에 대한 사랑은 식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관계에는 미련이 남아있거든요.
(참고: “헤어질까?” 백번 고민해도 이별이 어려운 이유)

그러니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더라도
평소처럼 같이 밥 먹고, 영화보고,
키스하고, 섹스를 하는 거예요.

씁쓸하지만 이 시간 또한
사랑이 끝나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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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대화가 어떻게 달라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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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표현이 많아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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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균 에디터의 후기

믿고 싶지 않아서 믿을 수가 없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