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가슴에 묻자

이별 때문에 힘들면서도
혼자 아픔을 끌어안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친구들이 있어요.

친구들이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너 괜찮아? 썰 좀 풀어봐’라고 해도
대충 얼버무리거나 화제를 돌리죠.

상처가 다 아문 것도 아니면서
속마음을 감추고 쿨한 척까지 하는 이유는
힘들었던 일을 다시 얘기해봤자
도움될 거 하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사실 헤어진 직후에
이별 과정에 대해 얘기하는 게
감정적으로 쉽지는 않아요.
그때 일을 되새기면서 더 슬퍼지기도 하고요.

아니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냥 혼자 속으로 삭히는 게 답인가...

 

이별이 준 선물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최미나 교수는
이런 행동이 틀렸다고 말합니다.

최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이별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친구들을 만나 최대한 자세히 털어놓는,
이른바 ‘이별 토크’거든요.

이별 경험이 있는 대학생 21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별 토크’를 나눈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들은 이후 자존감도 높아졌고
전반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이미 끝난 연애에 대해
울고불고 얘기하는 ‘이별 토크’가
어떻게 사람을 성장시킨 걸까요?

 

비로소 보이는 것들

최미나 교수에 따르면,
가까운 사람과 직접 만나서 하는
‘이별 토크’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어요.

첫째,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이별처럼 충격적인 일을 겪었을 때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머릿속에서도 온갖 장면과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요.

그래서 헤어진 뒤엔
근거 없는 원망이나
막연한 자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죠.

생각 정리엔 수다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친구를 만나 이별의 A부터 Z까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동안,
뇌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재구성하거든요.

일이 복잡하게 꼬여서 괴로울 때
한바탕 떠들고 나서
그제야 해답이 보였던 경험,
다들 한 번씩 있지 않으세요?

그게 바로 수다의 힘!

그래서 ‘이별 토크’를 할 때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할수록 좋아요.

둘째, ‘무언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힘들 때 친구가 필요한 건
따뜻한 말을 해줘서가 아니에요.

내 얘기를 들을 때 짓는 표정,
고개를 끄덕이거나
술잔을 맞부딪치는 등의 행동만으로
큰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nonverbal feedback)

전화나 메신저로는
아무리 길게 대화를 나눠도
이 ‘무언의 위로’들을 느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전화나 카톡보다는
직접 만나서 나누는 대화가
이별 극복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바둑 실력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가
대국을 마친 뒤 복기하는 거라고 하죠.

돌을 놓던 당시엔 보이지 않던 것들도
지나고 나서 찬찬히 돌아보면
비로소 보이는 법이니까요.

연애가 끝난 뒤에도 복기가 필요해요.
다음 만남, 다음 연애를 위해서.

그런데 연애 복기를 혼자 하기는 쉽지 않아요.
가뜩이나 외롭고 마음이 허한데ㅠㅠ

다행히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게 바로 ‘친구’입니다.

평소 티격태격하고 얄밉게 굴던 친구도
“헤어졌다. 술 먹자”라고 하면
왠지모르게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기꺼이 자기 시간을 내어주거든요.

사실, 헤어진 친구 얘기 듣는 게
꽤 재밌기도 해요.

내가 헤어졌을 때 불러내려면
미리 공덕을 쌓아놔야 하기도 하고...

이게 바로 ‘헤어진 자들의 상부상조’!

 

P.S.

친구 만나서 한바탕 수다 떤 뒤엔
차분히 '나'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난 어떤 연애를 했을까? 
내 연애 스타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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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잘 알아야
다음에 만나게 될 사람과의 관계도
더 잘할 수 있지 않겠어요?


기명균 에디터의 후기

친구가 헤어졌다는데 바쁜 척 하는 너, 친구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