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실전 결혼 이라는
시리즈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누군가에겐 다소 회의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결혼은 무조건 무덤이니 

직접 땅 파고 들어가진 마시오”
라는 것은 아니다.

“너의 행복한 미래 따위는
절대 없을 것이다”라는 저주도,
누군가가 잘못되길 바라는 심보도 아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사랑의 종착지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것을,

그 모든 것이란
정말 뜻 그대로
‘모.든.것.’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다들 결혼 전에도
그것이 종착지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을 것이다.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매해 5월이면 날아오기 시작하는
각양각색의 청첩장들에 늘 쓰여 있는데 말이다.

“또 다른 시작을 축복해주십시오”
“하나 된 삶을 함께 시작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라는 것이
무엇의 시작인지,
그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던 것 같다.

나는 결혼이라는 것이
외로움의 끝. 동반의 시작,
불안함의 끝. 안정의 시작,
홀로서기 끝. 영원한 내 편을 영입한 삶의 시작,
이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그것이
자유의 끝. 구속의 시작,
나만의 공간 끝. 모든 것의 공유 시작,
나만의 인생 끝. 너무 많은 사람이 개입된 인생의 시작,
이라는 것은 간과한 채로.

아주 몰랐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최근 친한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알려왔다.
나는 미국에 있어
카톡으로 청첩장을 보내왔다.

“언니, 나 결혼해!
결혼하지 말라고 좀 말려줘 ㅎ” 라면서.

나는
“축하해. 넌 잘 살 거야. 행복해질 거야.”
라고 홀마크 카드에 쓰여있을법한
멘트로 답장을 했다.

그 동생을 아끼지 않거나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서
입바른 이야기를 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의 앞길이 꽃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끝과 시작이,

그녀가 앞둔
끝과 시작과
최대한 근접하기를.

그래서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지길.

하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거리가 먼 현실에
소위 멘붕이 오는 날,

내게 연락을 해오면
커피 한잔 앞에 두고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다 들어주고 나면
아마 나는 이야기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
내 친구의 친구 이야기.

너만 그런 게 아니더라.
그게 그렇더라.
사는 게 다 그렇더라.
생각한 것과는 좀 다르더라.

하지만 그래도
노력해 볼 의지와 사랑이 남아 있으면
더 노력해보고, 대화해보고
설득해보고, 화도 내보고,
자신도 돌아보아라.

결혼 생활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는 않더라.
생각과 달라도
뭔가 다 맘 같지 않아도
어쨌든 멈추지는 말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싸우고 대화하고 화해하고
다시 시작하고
계속해서 반복해라.

그러는 동안은
늘 진전이 있고
그러는 동안은
좋은 결혼 생활이니까.

계속해서 싸우고 다져 나가라고.

청첩장 건넸을 때엔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그렇게, 해줄 생각이다.


[실전 결혼] 시리즈
"결혼은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아티스트 심지아. 그녀가 결혼 생활 속에서 겪게 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전해 드립니다. 누군가의 솔직한 결혼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연애와 결혼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실전 결혼>은 매주 토요일 저녁 연재됩니다.
(편집자: 에디터 김관유)


 


필자: 심지아

뉴욕 거주중.
결혼 6년차, 엄마 3년차, 인간 40년차.
결혼생활 어찌저찌 유지중.
본업 아티스트, 부업 자유 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