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의 차이

연애의 과학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오는
주제 중 하나가 커플의 성욕 차이입니다.

애인의 성욕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법을 물어보시는 분이 많죠.

물론 그런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연애의 과학에서 다룬 적도 있고요.

참고:
여자친구의 성욕을 높여주는 방법
남자친구 성욕 높이는 방법 3가지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마다
성욕의 강도가 다르다는 데 있어요.

최근 워털루대학 연구진은
커플의 성욕 차이가 만성적인 갈등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Sutherland et al., 2019)

성욕이 많은 쪽은 항상 자기만
매달린다고 생각하게 돼요.
애인에게 늘 무시당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쉬운 거죠.

반면 성욕이 적은 쪽은
애인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내키지 않는 섹스를 해야 하기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더 나쁜 건
혹여 섹스로 이어질까 두려워
일상 속 애정 어린 스킨십마저
꺼리게 된다는 거예요.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러니 성욕 차이는 관계를 서서히
병들게 하는 독이라고 할 수 있죠.

 

해결책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예요.

  1. 헤어진다
  2. 계속 다투며 불행한 관계를 유지한다
  3. 섹스 빈도를 협상한다

2번을 택하고 싶은 분은
아무도 없겠죠?

결국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원하는 섹스 빈도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일대일 협상을 하는 것뿐이에요.

남사스럽게 그런 얘길
어떻게 꺼내냐고요?

관계가 망가지는 것보다는
잠시 민망한 게 훨씬 낫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기회를 봐서 얘기를 꺼내세요.

사실은 상대방도 당신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단,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이 있어요.

36년간 섹스 상담을 해온 전문가
마이클 캐슬먼은 섹스 빈도 협상을 할 때
절대로 비난하거나 경멸하는 반응을
보이지 말라고 말합니다.

상대의 성욕이 자신과 다를 때
사람들은 자기가 정상이고
상대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성욕이 적은 상대에게
- 바람 난 거 아니냐
- 날 사랑하지 않는 거 아니냐
- 남들은 매일 한다는데…
이런 식으로 얘기해선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성욕이 많은 상대에게
- 그렇게 많이 하자니 짐승이냐
- 내가 네 성욕풀이 도구냐
- 이러려고 나 만나냐
라는 식으로 얘기해도 안 돼요.

성욕의 강도는 원래 사람마다 다릅니다.

둘 다 정상임을 인지하고 대화를 나눠야
제대로 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어요.

 

횟수는 몇 번?

그러면 뭘 기준으로
섹스 빈도를 정하면 될까요?

정해진 원칙 같은 건 없지만,
만 45세 이하 커플의
평균 빈도는 주 1회라고 해요.

일단 이걸 기준으로 잡고
두 사람이 원하는 빈도의 평균
중심으로 얘기해 보세요.

예를 들어 남자는 주 2회,
여자는 월 1회를 원한다면
주 1회월 2회 정도로
정하는 게 좋겠죠.

참고:
남자가 여자보다 성욕이 높은 이유

하지만 그 기준을 강박적으로 지키려 들면
도리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죠?

한번 협상을 했다고 해서
무슨 십계명처럼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생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에는
보너스 섹스를 할 수도 있을 거고요.

몇 주나 몇 달 해본 다음
빈도를 조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괜찮답니다.

 

달력에 날짜를 적어두자

섹스는 사실 분위기가 잡히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제일 좋죠.

하지만 연애 초의 뜨거운 기간이 지나가면
그런 자연스러운 섹스는 사라지기 쉬워요.

특히 성욕 차이가 뚜렷한 커플의 경우
알아서 분위기가 잡히길 기대하다간
섹스리스로 갈 가능성만 커질 뿐이죠.

그래서 성치료 전문가들은 대부분
관계를 가질 날짜를 미리 잡으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성욕이 많은 사람은
언제 섹스를 할지 알고 있으니
끊임없이 말다툼을 벌이거나
애인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죠.

또 성욕이 적은 사람은
원치 않는 섹스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부담없이
친밀한 스킨십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이런 애정 어린 손길이
관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크답니다.

처음엔 날짜가 됐기 때문에 섹스를
한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약속을 지키면서
얼마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긴장이 풀려서
섹스를 더 편하게 생각하고
즐길 수 있게 될 거예요.

이 단계까지 왔다면
수렁에 빠졌던 관계를
건져내는 데 성공한 셈이죠.

 

결론

정리하면 커플의 성욕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1. 원하는 섹스 빈도 털어놓기
  2. 협상을 통해 적절한 빈도 정하기
  3. 달력에 날짜 미리 적어놓기

성욕 차이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길!

 


문형진 에디터의 후기

글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애인이 무성애자(에이섹슈얼)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1% 정도가 무성애자라고 해요. 생각보다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