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패턴

기웅 씨와 윤아 씨 커플은
평소엔 참 사이가 좋아요.

그런데 일단 싸우기만 하면
몇 마디 나누다가
둘 다 입을 다물어버려요.
냉전이 시작되는 거죠.

싸울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자
두 사람은 점점 상대방이
말도 안 통하는 냉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똑같은 방식으로
갈등을 반복하는 커플이 참 많아요.

이런 상황을 해결해줄
기막힌 방법은 없는 걸까요?

 

딱 하나만 바꿔라

미국 심리학계의 거두이자
해결중심요법Solution-focused therapy의
대가인 빌 오한론은 이렇게 조언해요.

“딱 한 가지 행동만 바꿔보세요.”

오한론은 상담을 할 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보다는
당사자들이 반복적으로 보이는
행동 패턴에 주목했어요.

애인과 싸우는 상황은
여러 가지 작은 행동들의 조합이고,
그 안에는 무의식적으로 늘 되풀이되는
몇 가지 습관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오한론의 말은 이렇습니다.

“원인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반복하고 있는 행동을 찾아서
그 패턴을 바꿔야 해요.

이런 방법을
‘패턴 깨뜨리기’라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시나요?

요점은 어떤 문제가 반복될 때
사소한 행동 하나만 바꿔도
패턴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구체적인 방법 세 가지를 알려드릴게요.

 

1. 일단 뭐라도 바꾸자

애인과 갈등을 빚을 때의
상황을 잘 생각해보세요.

그때 우리의 표정, 동작, 자세,
말투가 어땠는지,
시간은 언제였고 장소는 어디였으며
그곳의 조명이나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등…

그런 다음 거기에
반복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한번 바꿔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항상 자취방 안에서
싸움을 시작했다면,
싸움이 시작될 기미가 보일 때
장소를 화장실로 옮겨보는 겁니다.

만일 변호사처럼 이성적으로
또박또박 말하면서 싸우곤 했다면,
다음번엔 일부러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식으로 얘기해보는 거예요.

서로 욕설과 막말을 하는 게 문제라면
욕이 나올 때마다
‘햄스터’라고 말해볼 수도 있죠.

애인과 같이 하면 더 좋겠지만
나 혼자만 행동을 바꿔도
어느 정도 효과 있어요.

내 행동이 달라지면
상대의 반응도 달라지고,
이것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붕괴시킬 수 있거든요.

 

2. 문제가 해결됐던 상황을 재현하자

글 첫머리에 나왔던
냉전이 반복되는 커플 이야기는
사실 실제로 오한론이 상담했던
부부 사례 중 하나를 재구성한 거예요.

오한론은 이 두 사람이
보통 어떻게 하면
냉전이 끝나는지
물었어요.

부부의 대답은 전화 통화를 하고 나면
냉전이 풀린다는 거였습니다.

둘 중 한 명이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이때는 냉전 중이라도 통화를 하면
자연스레 화해가 됐다는 거죠.

이를 들은 오한론은
냉전이 시작될 것 같으면
1시간 내에 상대에게 전화를
걸라
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인데도
효과는 대단했죠.

이 방법을 실천하자 실제로 냉전이
평소보다 훨씬 빨리 끝났답니다.

이 경우 문제 패턴은 냉전이고
해결 패턴은 전화 통화였던 거예요.

해결 패턴을 발견했다면
그걸 써먹지 않을 이유가 없죠.

예전에 화해의 계기가 된
어떤 행동이 있다면,
다음에 싸울 때
의도적으로 그 행동을 해보세요.

애인과 손을 맞잡으면서
자연스럽게 화해한 적이 있었다면
다음부터는 싸우고 나서
꼭 손을 잡기로 규칙을 정하는 식이죠.

 

3. 새로운 패턴을 끼워넣자

제가 이 내용을 알고
신이 나서 구자민 에디터에게
설명을 했거든요.

그런데 구자민 에디터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근데 싸우긴 자꾸 싸우는데
패턴을 못 찾겠으면 어떻게 하죠?”

물론 그럴 때도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싸움 속에
새로운 패턴을 끼워 넣는 거죠.

예를 들면 커플이 싸울 때
보통 마주 서거나 앉아서,
혹은 걸어가면서 싸우게 되잖아요.

그럼 앞으로 싸울 때는 꼭
한 명은 드러눕고 다른 한 명은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싸우기로 규칙을 정하는 겁니다.

아니면 한 명은 양변기에 올라가고
다른 한 명은 욕조에 들어앉아서
싸우기로 하는 것도 괜찮겠죠.

실제로 그렇게 싸운다고
한번 상상해보세요.

분위기가 심각해지려다가도
둘 다 웃음부터 나오지 않을까요?

이런 방법들이 여러분을
웃게 만든다면 패턴 깨뜨리기는
올바른 길에 접어든 거랍니다.

 

패턴 파괴자

방법은 생각하기 나름이니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해보세요.

이렇게 문제 상황 속에서
반복되는 작은 행동을
하나씩 고쳐가다 보면
어느새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스스로 깨닫게 되실 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해결중심요법에서
제안하는 효과적인 대화법
알려드릴게요!

 

P.S.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싸우는지,
또 화해는 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연애의 과학 앱에 있는
<싸움 유형 보고서>를 추천해드려요!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두 분의 싸움을 정확하게 분석해드릴게요.

 

 


문형진 에디터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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