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에서 이별까지

썸에서 이별까지.
그 아름답고 또 징글징글한 과정을
아주 깔끔하고 보기 좋게(?)
정리한 박사가 있습니다.

바로 시카고 대학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냅Knapp 교수죠.

냅 교수는 두 남녀가
남남 사이에서
한 쌍의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Coming Together’의 5단계.

그리고 다시 연인에서
남남이 되기까지의
'Coming Apart'의 5단계로 나누었죠.

오늘은 먼저 두 남녀가
한 쌍의 커플이 되기까지의
'Together' 단계를 살펴보려고 해요.

많은 분이 사랑하는 영화
'500일의 섬머'를 통해서요!

썸타고 계신 분들은
'우리가 이 단계쯤 와있구나!' 짚어보거나
'다음엔 이런 단계가 찾아오겠구나' 알아보시고

연애 중이시거나
요즘 한참 관계가 안 좋으신 분들은
그 예쁘고 설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잠시 추억에 잠겨보시길.

우리는 어디쯤 있는지,
우리는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을 거예요!

 

1. 개시 (Initiating) 단계

첫 번째 단계인 '개시'는
말 그대로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두 남녀가 만나게 되는 순간입니다.

우연한 만남일 수도
약속된 소개팅일 수도
혹은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일 수도 있겠죠.

이 단계에서 두 남녀는
첫인상, 특히 외적인 모습에 끌려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목소리나 키, 몸매, 
외모, 매너 같은 것들이죠.

서로에게 첫 호감을 느끼게 되면
그다음부턴 천천히
서로의 모습을 꼼꼼하게 따져보죠.

여기서 엄청난 결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대부분 이 개시 단계를 통과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럼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하죠.
"야! 걔네 썸 탄대!"

 

2. 시험 (Experimenting) 단계

'썸'이라고 부르는 단계가
바로 이 시험 단계입니다.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이
서로를 '시험'해보는 단계죠.

어떤 시험이냐고요?

바로 소소한 대화들을 통해서,
우리가 '통한다는 느낌'을
얼마나 받는지
시험해보는 거예요.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거나
비슷한 취향 등에서 공통점을 찾게 되면,
두 사람은 '우리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통한다는 느낌이 들면
둘은 성공적인 썸을 타게 되는 거죠.

반면에 얘기도 잘 안 통하고
취향 성격도 너무 다른 것 같다면
대부분 이 단계를 넘지 못하고
어정쩡한 관계로 남게 될 거예요.

 

3. 강화 (Intensifying) 단계

통한다는 느낌을 주고받았으면
그 애매한 '느낌적인 느낌'을
'감정'으로 강화해야죠.

바로 '자기 노출'을 통해서요.

예를 들자면 남들은 모르는 이야기들,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내 소중한 기억, 슬펐던 일 같은
자신의 개인적인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그 '느낌적인 느낌'을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시키고 '강화'하는 겁니다.

영화 속에서
썸머가 비밀스러운 이야길 들려주며
"이런 얘긴 아무한테도 안 했어"라고 말했을 때,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톰처럼요.

보통 이 단계 중에
'고백' 같은 감정의 전달이 이루어지고
첫 스킨십도 시작되죠.

진지한 관계가 시작되는 거예요.

 

4. 통합 (Integrating) 단계

자, 이제 썸은 끝났습니다.

하다못해 아직 고백을  하거나
고백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은 절대
"우리? 아무 사이도 아냐"라고
말할 수 없게 되죠.

이제는 너와 나로 분리되어 있던
두 사람이 '우리'라는 한 쌍으로
통합되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일상과 생각, 기호 등을 공유하고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죠.

가끔 이런 통합 단계까지 왔는데
한쪽이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죠.
그럼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보통 '회피형'이라고 부르는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뜬금없이 도망을 치기도 해요.
깊은 관계를 맺는 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함께 통합 단계까지 왔는데
갑자기 혼자만 발을 빼려 한다면
그건 분명 문제가 있는 겁니다.
(이 애착유형은 글 밑에 테스트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5. 결합 (Bonding) 단계

안전하게 '한 쌍'이 되었다고
모든 발전이 끝나는 건 아닙니다.

아직 한 가지 남은 게 있죠.

바로 사람들의 인정입니다.

인정이라는 게 뭐 사실
말이 인정일 뿐이지,
두 사람이 자신들의 관계를
주위에 '공표' 하는 거죠.

"우리는 이제 한 쌍이다.
누구도 비집고 들어올 생각 마!"

이제 두사람은
서로의 미래를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애정, 관계 의지, 친밀감 같은
여러 조건이 충분히 충족되면
결혼도 성사될 수 있죠.

안타깝게도 톰은
섬머가 '결합'을 거부하는 바람에
제4단계 통합을 넘어서지 못하고,
정상에 오르지 못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지금 예쁘게 연애를 하고 계신 분들은
가파른 다섯 계단을
모두 오르신 분들입니다.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죠.

하지만 글의 머릿말에서도 이야기했듯,
모든 커플이 이 정상에 계속 서 있지는 못합니다.

힘들게 올라온 계단에서
비극적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하죠.

내일 두 번째 글에선
마찬가지로 영화 속
톰과 섬머의 이별 과정을 통해
'Coming Apart',
즉 분리의 5단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요즘 사이가 안 좋은 커플이라면
우리가 어디까지 떨어졌는지,
바닥까지 남은 계단이 몇 개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을 거예요.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썸머 = 회피형이 확실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