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진화론이 연애랑 무슨 상관인데요?
2편: 남자와 여자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3편: 왜 남자에겐 바람둥이 유전자가 탑재됐을까
4편: 진화 관점에서 본 ‘여사친’이 위험한 이유
5편: 모든 남자가 바람둥이로 진화하지 않은 까닭은?
6편: 남자와 여자의 심리, 임신이 결정한다?
7편: 남자가 “너 걔랑 잤어?”라고 물어보는 이유
8편: 엄마 닮았는데도 '아빠 닮았다'고 하는 이유?

9편: 남녀가 스킨십에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 ← 보고 계신 글

 

스킨십의 효과

오늘도 진화심리학과 관련된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소개합니다.

스킨십에 남녀가
얼마나 다르게 반응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실험인데요,

설계를 조금씩 달리해도
일관된 결론이 나온답니다.

실험 내용은 이렇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설문 조사를 할 거라고 공지한 다음
남성 참가자에게는 여성 도우미를,
여성 참가자에게는 남성 도우미를
각각 붙여줬습니다.

그러고선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는데,
그 기준은 바로
스킨십의 유무였어요.

한 그룹에선 도우미들이
설문 도중에 펜을 손으로
직접 쥐어준다든지, 참가자의
허벅지에 떨어진 지우개 가루를
털어주는 등 스킨십을 하도록 했어요.

다른 그룹에선 스킨십 없이
딱딱하게 안내만 하게 했죠.

물론 과학자들은 설문 내용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들이 궁금해한 건 참가자들이
도우미에게 호감을 느꼈는지
여부였어요.

결과가 어땠을 것 같으세요?

남성 참가자의 경우는
여성 도우미가 스킨십을 했을 때
훨씬 큰 호감을 느꼈습니다.

반면 여성 참가자의 경우는
남성 도우미가 스킨십을 하자
오히려 호감도가 낮아졌어요.

완전히 반대의 결과가 나온 거예요.

 

남자들의 착각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오류관리이론’으로 설명해요.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을 맞았을 때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오류를
더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입니다.

먼저 조상 수컷의
입장에서 살펴볼게요.

암컷이 수컷에게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했을 때
수컷이 할 수 있는 착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암컷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도 있다고 착각한다.

 

2. 암컷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데도 없다고 착각한다.

1번을 긍정 편향 오류,
2번을 부정 편향 오류라고 합니다.

두 착각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서로 위험도가 달라요.

1번 착각을 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불이익은
잠깐의 민망함 정도겠지요.
차이면 그걸로 끝일 테니까요.

반면 2번 착각을 했을 땐
자손을 생산할 수 있는
성관계 기회가 날아가버리기에
불이익이 훨씬 큽니다.

쉽게 말해 2번 착각을 많이 한 수컷은
1번 착각을 많이 한 수컷에 비해
자손을 덜 남길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바로 이게 우리 시대 남성이
자주 저지르는 착각의 근원입니다.

여성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데도
관심이 있는 줄 착각하는 경향이
다분한 건 진화의 흔적이에요.

 

여자는 왜 다를까

그럼 조상 암컷의 경우는 어떨까요?

수컷이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해올 때에도
똑같이 두 가지 착각이 가능하겠죠.

1. 수컷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데도 있다고 착각한다.

2. 수컷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데도 없다고 착각한다.

암컷이 1번 착각을 했을 때엔
수컷이 씨만 뿌리고 도망가는
상황이 벌어질 위험이 있어요.

야생 환경에서 수컷의 부양 없이
암컷이 자손과 함께 생존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당연히 1번 착각의
위험은 대단히 큽니다.

2번 착각은 어떨까요?
이 경우는 수컷과 마찬가지로
성관계 기회가 날아가는 결과를 얻죠.

하지만 암컷의 입장은 수컷과 다릅니다.

10개월이라는 임신 기간 때문에
성관계 횟수와 자손의 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깊지 않으니까요.

암컷은 그 한 번의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고 해도
별다른 손해가 없는 셈이죠.

그래서 우리 시대 여성은 2번 착각,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는 오류
더 많이 저지르는 경향이 있어요.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때보다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착각할 때 치르는 대가가
훨씬 크기 때문이에요.

 

스킨십에 대한 교훈

이런 남녀 심리의 차이는
DNA에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 방식을 이리저리 바꿔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거죠.

이런 성향은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럼 이 지식을 실제 연애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여성의 경우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스킨십이나
호감 표현을 해도 된다는 거죠.

이를테면 관심남이 있는 경우
기회 될 때마다 그 사람을 만지는(?) 게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거예요.

반면 남성의 경우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약간
소극적으로 스킨십을 시도해야
이성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테고요.

물론 이 내용을 너무 극단적으로
적용하시면 곤란합니다.
스킨십엔 언제나 상호 호흡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스킨십의 호흡을 조절할 때
원래 하려던 행동을 조금만 바꾼다면
여러분이 연애에 성공할 확률은
분명히 더 높아질 거예요.

 


[수컷과 암컷 사이] 시리즈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화심리학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연애는 훨씬 즐거워질 거예요! (편집자: 문형진)



필자: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JTBC2 《오늘의 운세》 고정패널 출연 중.
유튜브 《싸이들의 잡학사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