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진화론이 연애랑 무슨 상관인데요?
2편: 남자와 여자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
3편: 왜 남자에겐 바람둥이 유전자가 탑재됐을까
4편: 진화 관점에서 본 ‘여사친’이 위험한 이유
5편: 모든 남자가 바람둥이로 진화하지 않은 까닭은?
6편: 남자와 여자의 심리, 임신이 결정한다?
7편: 남자가 “너 걔랑 잤어?”라고 물어보는 이유 ← 보고 계신 글

 

남자와 여자의 마음이 다른 건
임신을 두고 진화해온 결과라는 걸
계속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진화시리학은
실험으로 증명할 수 없는
한낱 ‘썰’이 아니냐고
의심하시는데요,

오늘은 진화심리학에
충분한 근거가 있음을 알려주는
실험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몸의 바람, 마음의 바람

오늘 글에서 다룰 실험은
바람에 대한 남녀간 심리 차이
관한 것입니다.

육체적 바람, 심리적 바람으로
나눠서 따져볼 거예요.

물론 바람이라는 게
무 자르듯 육체적, 심리적으로
딱딱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진화심리학의 프레임에선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갖거든요.

연구진은 실험 대상자로
신혼 초기이거나 오래 만난 커플들을
모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뇌파, 심전도,
피부 전도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부착했어요.

사람이 흥분하면 맥박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기 때문에
심전도와 피부 전도도를 재면
얼마나 흥분했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런 다음 연구진은 커플들에게
가상의 이야기를 읽어보게 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애인이 바람을 피웠는데,
육체 관계는 있었지만 심리적 교감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이었어요.

두 번째 이야기는
애인이 바람 상대와
육체 관계는 없었지만
깊은 심리적 교감을 나누며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었죠.

즉 두 이야기는
육체적인 바람과 심리적인 바람을
시나리오로 표현한 거예요.

당연히 모든 실험 대상이
두 시나리오에 다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자들이
알고 싶었던 건 이 두 가지 사례를
접했을 때 남자와 여자의 반응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였죠.

 

남자의 불안

육체적인 바람부터 살펴보죠.
남자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남자는 임신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부성 불확실성’이라는 문제를
겪게 되어있습니다.

쉽게 말해 아내가 다른 남자와도
육체 관계를 맺었을 경우
아내가 낳은 자식이 내 자식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거죠.

물론 현대에는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지만,
몇 백만 년 전에는
유전자 검사가 없었잖아요.

진화심리학은 몇 백만 년 전에
만들어진 심리 기제가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는 걸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세울 수 있는 가설은 이렇습니다.

현 시대 남성에게는
조상 수컷들의 심리가 남아 있기에
아내가 육체적인 바람을 피울 경우
강한 불안과 분노
자동적으로 일어날 거라는 거죠.

하지만 여자 입장은 달라요.

아빠가 누구든 자신이 낳은 이상
자기 아이라는 건 100% 확실하죠.

남편이 다른 여자와 육체 관계를
가져도 내가 낳은 자식이
내 아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육체적인 바람은
여자보다 남자를 더 불안하게
할 것으로 가정할 수 있어요.

 

여자의 불안

심리적인 바람은 어떨까요?

조상 암컷의 입장에서
수컷 짝의 마음이 떠난다는 신호
심각한 불안을 불러일으킬 거예요.

나와 내 자식이 야생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수컷 짝의
보호와 양육 등이 필요한데,

이런 ‘부성 투자’가 다른 여자에게
옮겨갈 수 있다는 신호니까요.

따라서 심리적인 바람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큰
불안과 분노를 부를 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요?

정확하게 진화심리학이
예상한 바와 같았습니다.

남자는 애인이
육체적인 바람을 피웠을 때,
여자는 애인이
심리적인 바람을 피웠을 때
더 흥분하는 경향이 나타난 거죠.

 

조상 인사이드

이처럼 우리 조상의 심리는
진화를 거쳐 전승돼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사람의 육체적인 구조가
진화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심리적인 부분도
진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듯합니다.

인간의 마음 또한
뇌라는 신체 구조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인지해주신다면 그 불편함이
한결 가벼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수컷과 암컷 사이] 시리즈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화심리학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연애는 훨씬 즐거워질 거예요! (편집자: 문형진)



필자: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JTBC2 《오늘의 운세》 고정패널 출연 중.
유튜브 《싸이들의 잡학사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