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진화론이 연애랑 무슨 상관인데요?
2편: 남자와 여자가 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
3편: 남자에게 바람둥이 유전자가 탑재된 이유
4편: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본 ‘여사친’이 위험한 이유
5편: 모든 남자가 바람둥이로 진화하지 않은 까닭은? ← 보고 계신 글

 

지금까지 조상 수컷과 암컷이
성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그 차이가 현재 남성과 여성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 또한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댓글 반응을 보니
연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반박하는 댓글을 많이 주셨더라고요.

연재글인 만큼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진화심리학이
본래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거리가 먼 주제로 논쟁하게 되거든요.

오늘은 진화심리학이
말하고자 하는 바로 그 지점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조상과 다르다

우리가 조상 수컷, 암컷의 유전자를
물려받긴 했지만
그들과는 분명 다릅니다.

크게 두 가지 차이가 있어요.

첫째, 조상 암컷은 수컷을 얻기 위해
다른 암컷과 경쟁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수컷은 바람둥이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암컷의 성관계 요구에 전부 응할 테니까요.

 

 

암컷 수십 마리가 모두
유전적으로 우수한 수컷 한 마리를
원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여러 마리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으니까요.

(세 번째 글에서
바다코끼리 교미의 88%는
겨우 4%의 수컷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았죠.)

그런데 현재 여성은 다릅니다.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여자들끼리 경쟁하는 모습
흔히 볼 수 있어요.

둘째, 조상 수컷은 자식을
부양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어요.

씨를 최대한 많이
뿌리기만 하면 그만이었죠.

사자의 경우에도 무리가 먹을 식량은
대부분 암컷이 사냥해오고,
수컷은 하루에 20시간가량 자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현재 남성은 다르죠.
남성에게 부양 의무가 빈번히 부과되고
실제로도 더 많이 책임져 왔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걸까요?

 

안 키우면 애가 죽는다

바로 인간에게는 ‘부양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바로 걷거나 뛸 수 있으며
독립적인 생활도 어느 정도 가능하죠.

하지만 인간 아이는 다릅니다.
수년 동안 뒷바라지하지 않으면
혼자 살아남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이 점은 조상 수컷의 전략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씨 뿌리기에만 신경 쓰고
부양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던
조상 수컷의 자손은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성심껏 부양하는
조상 수컷의 유전자만
살아남은 거지요.

이는 암컷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수컷이 아이를 성공적으로 키우려면
여러 측면에서 능력이 뛰어나야 하거든요.

이런 수컷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암컷에게도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진화의 역사 때문에
인간 사회가 약간의 ‘부정’을 수반한
일부일처제로 수렴하게 된 거예요.

물론 부정이 없으면 좋겠지만
조상 수컷과 암컷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에겐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겠죠.

 

근거 있어요? 있어요!

이러한 진화 역사를
증명하는 근거가 있습니다.
바로 남녀의 몸집 차이예요.
(*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

힘센 소수의 수컷이 암컷을 독점할 경우,
수컷은 점점 몸집이
커지는 쪽으로 진화합니다.

힘이 세져야 한다는 진화 압력
암컷과의 덩치 차이
점점 키우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수컷의 경쟁은 치열하고
암컷의 경쟁은 느슨할수록
수컷의 몸집이 암컷보다 커집니다.

화석 연구에 따르면 몇백만 년 전
조상 수컷과 암컷의 키는
상당히 차이 났어요.

수컷은 치열하게 경쟁했고
암컷은 그렇지 않았다는 증거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덩치 차이가 줄어드는 게 확인됐습니다.

암컷 사이의 경쟁도 점점
심해졌다는 뜻이죠.

 

 

시간이 흘러 진화를 거듭한 지금
남성과 여성의 키는
그다지 차이 나지 않아요.

이 사실이 알려주는 바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다음 글에서는 일반적인 동물과
다른 성 전략을 가진 동물을 살펴보면서,

진화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이론이
얼마나 탄탄한 증거를 가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수컷과 암컷 사이] 시리즈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화심리학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연애는 훨씬 즐거워질 거예요! (편집자: 문형진)



필자: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JTBC2 《오늘의 운세》 고정패널 출연 중.
유튜브 《싸이들의 잡학사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