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힌 마음

애인이 바람을 피우거나
나를 배신한 탓에
괴롭게 이별한 적 있으신가요?

이렇게 힘든 이별을 겪고 나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린다” 하고
그 기억에 마음이 사로잡히기 쉬워요.

분노, 후회, 혐오, 원망, 자책감…
이런 해로운 감정들이 때로는
몇 년 동안이나 지속되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마음은 너덜너덜
엉망이 되고 맙니다.

오늘은 이런 고통스러운 기억을
뇌과학적으로 지우는 방법(!) 세 가지를
세 편에 걸쳐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이에요.
중요한 내용이 많으니 잘 따라오셔야 해요!

 

사실적 기억 vs. 감정적 기억

우리 기억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바로 단순한 사실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얽혀있는 기억이에요.

“어제 컵을 하나 깨뜨렸어요.”
이건 사실에 대한 기억이죠.

“그 컵,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데
깨져버려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이것은 그 사실에 씌워진 감정적 기억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억 속의
사실 그 자체는 바꿀 수 없지만,
거기 씌워진 감정은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6살일 때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줌을 싼 적이 있다고 해보죠.

그때는 그것이 너무나 수치스럽고
힘겨운 일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여러분이 지금 30살이라면
아직도 그 기억이 부끄럽고
괴로운 기억일까요?

아니죠. 그냥 아주 어릴 때 있었던
별 거 아닌 에피소드일 뿐일 거예요.

세월이 지나면서
감정적 기억이 사실적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된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기억의
내용 자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서 감정을 벗겨내서
감정적 기억을 사실적 기억으로 바꿈으로써
나쁜 기억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내가 원할 때
의도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나 귤 먹었어” 하는 느낌으로
“나 걔랑 헤어졌어” 하고 말할 수 있고,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르는 걸 막으려고
애먼 이불을 걷어찰 필요도 없어집니다.

 

기억을 지운다는 것

기억에서 감정을 벗겨내는 것이
실제로 기억을 지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은 지난 주에
뭘 먹었는지 계속 기억하고
괴로워하시나요?

사실적 기억에는 마음의 에너지가
별로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계기 없이는 아예 떠오르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이별의 괴로운 기억도
사실적 기억이 되고 나면
일상에서 떠오르는 일이 없게 됩니다.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을 지울 수 없다”는 말은
그 사람의 이름이나 신상 정보 같은
사실적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적 기억
지울 수 없다는 뜻이죠.

전 애인에 대한 모든 사실을 기억해도
거기에 감정이 없다면
나는 그 사람을 잊은 것입니다.

 

방법 ① 3인칭으로 바라보기

그럼 원리를 간단히 설명했으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 방법은 기억 속에서
시점을 바꾸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카페에서 이별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헤어지기 직전인 두 사람은
심각한 얼굴로, 어쩌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텐데요.

이때의 기억을 1인칭,
즉 체험하는 입장이 아니라
관찰자인 3인칭 시점에서
다시 떠올려 보는 거예요.

자신이 두 사람 주변을 날아다니는
작은 파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때의 풍경이 어떻게 보였을지
또 두 사람은 어떻게 보이는지 상상해보세요.

선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한 상상이라도
그걸로 충분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려고 하거나
날을 잡고 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지금 잠깐 눈을 감고
5초만이라도 시도해보세요.

 

이게 효과가 있다고?

실제로 해보셨다면 느끼시겠지만
거의 즉시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왜 이 방법이 감정적 기억을
약화시키는 것일까요?

우리가 괴로운 감정적 기억을
자꾸만 떠올리고 마는 것은
실패에서 배우려는 뇌의 본성 같은 거예요.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괴로운 경험에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방식으로
계속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뇌에 그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새겨집니다.

뇌는 한번 인식 패턴이 잡히면
그 패턴을 계속 쓰려는 경향이 있어요.

특정 사건, 또는 사람만 떠올리면
마음이 격렬한 감정에
휘말리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이것이 감정적 기억이
우리를 옭아매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기억에서 시점을 바꿔버리면
뇌는 기존의 패턴을 깨뜨리고
기억을 재처리하기 시작해요.

시점을 3인칭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원래 느끼던 감정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나서
그 상황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두껍게 덮여있던 감정의 껍질을 벗기고
사실이라는 알맹이를 새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죠.

이렇게 시점을 바꿔서 떠올리기를
두 번, 세 번, 네 번 반복하다 보면
마치 상처가 낫고 새살이 돋은 듯
편안해지는 게 느껴질 거예요.

제 3자 시점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에요.

이 방법을 별도로 다룬 다른 글도 있으니
참고로 같이 읽어보세요.

(참고: ‘이 사람’과 멀어질수록 이별이 덜 아프다고?)

그럼 두 번째 방법과 세 번째 방법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살짝 예고를 드리자면
앵커링이라는 강력한 심리 테크닉이
다음 글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그럼 곧 다시 뵐게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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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진 에디터의 후기

파리는 겹눈이 2개, 홑눈이 3개인데 겹눈 하나가 4천 개의 홑눈으로 되어 있대요. 그래서 파리의 눈 갯수는 총 8003개라고 합니다. 아무 상관 없는 얘기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