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으면 연애도 끝?
2025년에는 우리나라도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합니다.
(통계청, 2019)
그런데도 사람들은
노인의 사랑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오히려 쉬쉬하는 분위기죠.
노인의 사랑에 관한 연구 또한
결혼제도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사랑,
그마저도 성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한정적인 연구가 많아요.
(Malta & Farquharson, 2014)
결혼 생각이 없는 저로서는
이런 연구를 접할 때면
‘나이가 들면 꼭 결혼을 해야 하나?’
‘욕구 불만에 시달리는 거 아닐까?’ 같은
두려움만 생길 뿐이었습니다.
제가 정말 궁금한 건 딱 하나거든요.
늙어서도 지금처럼 연애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애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에 대한 답을 주는 논문이 있습니다.
사회학자 수 몰타와 카렌 파커슨에 의하면
노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젊은 사람보다 더 멋진 연애를
즐길 수 있어요!
노인은 자유로운 연애를 즐긴다
노인의 연애는 젊은 사람들의 연애보다
훨씬 쿨하다고 합니다.
연구는 장기적인 연애를 하는
노인 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그중 결혼한 사람은 6명에 불과했어요.
나머지는 결혼이나 동거로
서로를 속박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10년 가까이 사귄 경우에도
여전히 독립된 삶을 유지하고 있었죠.
이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노인에게는 자식, 유산, 건강 등
고려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하지만 그런 부분을 제쳐놓더라도
노인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상태에서
애인과 교제하기를 바랐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92세 할아버지는
각자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서로를 속박하지 않는다는 게
헌신 없는 가벼운 연애를 뜻하진 않아요.
서로를 속박하는 연애가 더 진지하다고 믿는 건
오히려 젊은 사람들의 연애 특성에 가깝죠.
단지 외롭다는 이유로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관계를 가지려는 노인은
45명 중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노인은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한다
순수 관계Pure Relationship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관계 자체가 그 목적이고,
서로 합의하고 만족하느냐를
우선시하는 개념입니다.
사회의 시선이나 제도 등에
개의치 않는 게 특징이죠.
예를 들면 결혼이라는 제도나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제약 등에
얽매이지 않는 거예요.
연구진은 노인들이 맺는 관계가
바로 ‘순수 관계’라고 말해요.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서로 합의한다면
연애가 꼭 일대일 형태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79세의 한 할아버지는
동시에 4명의 애인을 만나고 있다고 했죠.
이런 연애가 가능한 건
수십 년간 쌓아온 세월이 무언가를
가르쳐주었기 때문 아닐까요?
이를테면 사회적인 시선이나 기준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깨달음 같은 것이겠죠.
나이가 들면 사랑에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일반적인 사랑의 형태가 자신에게 맞지 않거나
만족감이 떨어진다면 언제든
사랑의 정의를 바꿀 수 있어요.
황혼의 연애라는 건
"나이 들면 다 끝이다."
"늙어서 웬 주책이냐."
이런 말들은 전부 틀렸어요.
황혼의 연애는 청춘의 연애보다
훨씬 매력적이니까요.
나이가 들면 사랑 따위엔
관심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아요. 사랑에 대한 열정은
나이가 들어도 식지 않습니다.
(참고 글: 노인에게도 연애 감정이 있다는 증거)
물론 장벽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고,
노년의 연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과 갈등을 겪을 수도 있죠.
중요한 건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에
얽매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사랑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오로지 내 만족에 집중할 수 있는 연애는
어쩌면 노인의 특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오래오래 살아요, 연애해야 하니까!
구자민 에디터의 후기
오늘부터 영양제를 챙겨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