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알아야지
흔히 "결혼하려면 최소 2년은
만나봐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사람은 한두 번의 만남으로
전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배우자로서 상대방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보라는
의미로 하는 말이겠죠.
실제로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많은 사람이 결혼 전 연애의
적정 기간을 1~2년 정도로
생각한다고 해요.
그런데 왜 하필 2년일까요?
그때쯤 연인 사이에 무슨 특별한
심리적인 변화라도 생기는 걸까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엔 과학적인 원리가
존재한답니다.
관계의 변화
오하이오 대학의 크리스토퍼 교수는
커플의 관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애를 갓 시작한 102명의 사람을
2년 동안 관찰했습니다.
크리스토퍼 교수는 사람들이
연애 기간 동안 연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매월 설문조사를 했어요.
크리스토퍼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커플의 관계가 3개의 단계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연구진은 이 3단계를
아래와 같이 구분 지었어요.
1단계: 같이 시간 보내기 (proximity seeking)
"너와 같이 있고 싶어"
첫 번째 단계는 '같이 시간 보내기' 입니다.
이 시기의 연인들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상대방의 모든 것을 궁금해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죠.
2단계: 피난처 (Safe haven)
"흑흑 나 힘들어"
두 번째 단계는 '피난처'입니다.
연애한 지 4개월이 지나면
연인들은 서로를 피난처로
여길 수 있게 됩니다.
이 단계의 연인들은
함께 있을 때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을 느낍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연인과의 대화에서 진정을 얻고,
우울하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연인에게 위로를 받죠.
3단계: 정서적 안전 기지 (Secure base)
"너는 늘 내 편이지?"
세 번째 단계는
'정서적 안전 기지'입니다.
오랜 연애 기간을 통해
세 번째 단계에 도달한 커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서적인 '기지'로서
서로를 의지하게 됩니다.
마치 아기가 칭얼댈 때
즉각 반응해주는 엄마와의 관계처럼,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사람은 내 곁에 있구나'
'그 사람은 날 위해 무엇이든
해줄 의향이 있구나' 라는
믿음을 갖게 되는 거죠.
이 정도의 안정적인 믿음을 형성하려면
평균적으로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1단계와 2단계가
빠른 시일 내에 불꽃처럼 찾아온다면
이 3번째 단계는 천천히 도달한다는
차이점이 있죠.
기지를 지켜라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서적 안전 기지'를 형성하는 것은
커플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안전 기지의 존재 여부는
커플의 관계 안정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 단계에
빨리 도달한 커플일수록
이별 확률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크리스토퍼 교수는
'정서적 안전 기지' 단계의 커플들이
이별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서적 안전 기지를 만드는 건
상대방에 대한 헌신이 필요하기에
서로의 희생과 인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가까이 있고 싶은 욕망이나
함께 있을 때 생기는 편안한 감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단계인 거죠."
"그런 만큼 정서적 안전 기지를
잃게 될 때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낍니다.
그래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 어떤 희생이라도 기꺼이 감수하죠."
"세 번째 단계에 도달한 커플들은
관계에 갈등이나 어려움이 있더라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관계를 지키려는 의지를 갖는 거예요."
신기하죠?
시간을 두고
결혼 전에 연애를
최소 1~2년 해보라는 말은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정서적 안전 기지'를
먼저 세운 뒤 결혼한다면
신혼 생활의 예상치 못한 갈등에도
그 '기지'를 발판 삼아
관계를 좀 더 쉽게 지켜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조급해하지 말고 관계를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새 소나무보다도
단단해진 두 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또 하나 팁을 드리자면,
결혼 관련 논문을 보면
서로를 얼마나 아는지가
결혼 만족도를 결정한다는 연구가 있어요.
그 중에서도
서로의 '애착유형'을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애착유형은 인간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결정하는 심리학적 특성으로
연애, 부부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서로의 애착유형을 알아볼 수 있는
애착유형 테스트는 연애의 과학 앱에서
무료로 해볼 수 있으니 한 번 해보세요 :)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Fagundes, C. P., & Schindler, I. (2012). Making of romantic attachment bonds: Longitudinal trajectories and implications for relationship stability. Personal Relationships, 19(4), 723-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