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과 외모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말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널리 퍼져있는 속설이지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심리학 연구들도 꽤 있답니다.
(Buss, 1989)

하지만 진짜 진짜 그럴까요?
남자와 여자는 이성을 선택하는
기준이 그렇게 다를까요?

오늘 연애의 과학에서는
이 속설을 구체적으로
검증해보고자 합니다.

 

당신의 기준은?

노스웨스턴 대학 심리학과의
폴 이스트윅 교수는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검증해보고 싶었어요.

이스트윅 교수는 실험을 위해
163명의 대학생을 모집한 후,
이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이스트윅 교수가 제시한 기준은
크게 3가지였어요.

  1. 외모: 얼마나 예쁘고 잘 생겼는지
  2. 능력: 좋은 직업을 가질 것 같은지
  3. 성격: 착하고 믿을만하고 재밌는 사람인지

참가자들은 각각의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10점 만점으로 답했습니다.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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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결과는 예상대로였어요.

성격은 남녀 모두 비슷한 점수를 줬지만
남자는 외모를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고,
여자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죠.

하지만 이스트윅 교수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실제 데이트 상황에서도
그 기준을 적용하는지가 궁금했죠.

그래서 다른 실험을 기획했습니다.

 

스피드 데이트

이스트윅 교수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스피드 데이트'를 열었어요.

스피드 데이트의 방식은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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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랜덤하게 짝을 지은 후
4분간 이야기할 기회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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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이 땡하고 지나면
2분간 방금 얘기한 사람이 어땠는지
간단히 메모할 시간이 있어요.

그리고 다시 다음 사람을
4분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반복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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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과 짧은 만남을 가진
참가자들은 집에 돌아와서
외모, 능력, 성격 세 가지를 기준으로
오늘 만났던 사람들을 평가하고,
애프터 신청을 할지 결정합니다.

만약에 둘 다 애프터 신청을 했으면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메신저 창을
열어주고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줬죠.

이스트윅 교수는 참가자들이
스피드 데이트에서 선택한 이성이
처음에 답한 이성의 조건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분석해봤어요.

그랬더니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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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실제 이성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작용했던 조건에

별 차이가 없던 거예요!

즉, 참가자들에게 그냥 물었을 때는
남자는 외모가 중요하다고 하고,
여자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실제 선택한 사람들을 분석해보니
남녀 모두 대략
외모 28%
능력 14%
성격 14%
의 비중으로 선택했던 거죠.
(결국은 외모인가..)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나도 날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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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선택해놓고 선택한 이유를
나중에 추정해서 만들어내는 거죠."

"이와 관련한 재밌는 실험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재미없는 영화를 보여주면서
한 그룹에는 일부러 톱 소리를 들려줬어요."

"톱 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본 그룹은
톱 소리 때문에 영화가 재미없었다고 답했지만,
사실 톱 소리가 있든 없든 영화에 대한
평가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으니,
당연히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 거죠."
(Nisbett,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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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선택할 때도 비슷해요.
그냥 물어볼 때 "난 능력이 중요해",
혹은 "성격이 중요해"라고 말하지만,
실제 선택을 보면 그 기준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거예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평소에 이성을 볼 때
추상적인 기준을 설정해놓긴 하지만,
실제로 만나면 그냥 '느낌'이 중요해요.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뜨거운 감성이 선택을 좌우하죠."

"결국 남녀의 이성 선택 기준은
실전에서 큰 차이가 없고,
자기도 자기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는 게
결론되겠습니다."

 

이상형 따위

흔히 솔로인 사람들에게
이상형을 많이 물어봅니다.
각자 나름의 이상형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그거
별로 쓸모없어요.
실제로 만나면 무용지물이거든요.

난 '예쁜 사람이 좋아' 라고 해도
누가 어떻게 예쁜지가 중요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좋아' 라고 해도,
누가 어떻게 능력 있는지가 중요하죠.

사람에 대한 호감이나 느낌은
너무 다층적이고 복잡하고
다양한 이유로 결정되기 때문에
내가 이상형이라고 설정해둔 기준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기계적으로 설정해 놓은 기준 때문에
실제로 만났을 때
잘 맞을 수도 있었던 사람을
놓쳐버릴 가능성이 있거든요.

내가 진짜 싫어하는 최소한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은
가능한 한 넓게 만나보세요.
나만의 진짜 취향이 무엇인지
감을 익혀나가는 게
행복한 연애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거,
잊지 마시고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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