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소개나 데이트 앱으로 누군가를
만났는데 기대와는 다른 사람이 나와서
실망한 적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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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사진과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거나,
분위기나 성격이 예상한 것과 다르다거나.
정보경제학에선 이를 ‘역선택'이라고 불러요.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원하지 않는 상대와 거래하는 상황을 뜻해요.
한데 그런 위험이 있다고
소개팅, 데이트 앱을 마냥 거부하는 게
꼭 정답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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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경제학을 바탕으로
데이트 앱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또 어떻게 활용해야 좋은지를
알려드리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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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거짓말을 한다
소개팅, 데이트 앱은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상황이에요.
자기에 대해선 충분히 알지만
상대에 대해선 거의 모르잖아요.
가장 효율적인 건 모두가
자기 정보를 솔직히 공유하는 것이죠.
그러면 서로를 의심할 필요도 없고
원하는 짝을 만나기도 용이할 테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요.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려고
자신을 포장하고 거짓말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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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련 연구 결과를 한번 볼까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프로필 올린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확인한 결과래요.
- 키는 3cm 크게 (요건 남자만)
- 몸무게는 2kg 가볍게
- 나이는 한두 살 적게
- 연봉 10만 달러 이상 비중이 현실의 4배
- 프로필 사진은 몇 년 전에 찍은 인생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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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죄다 뻥쟁이네요!
왜 이런 걸까요?
힌트는 게임이론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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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거짓말이 넘쳐나는 이유
소개팅, 데이트 앱 등은
단일게임과 반복게임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요.
단일게임은 상대와 딱 한 번만 거래하는
상황을 뜻해요. 앞으로 볼 일이 없기에
당장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속이려 들어요.
한 번 보고 말 여행객에게
식당 주인이 바가지 씌우는 상황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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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게임은 반대죠. 상대와 계속 거래하므로
이익을 장기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경향이 있어요.
단골이 될 수 있는 인근 회사 직원에게
서비스 주는 상황 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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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전형적인 반복게임이에요.
마음 맞는 파트너와 함께
행복을 다져가는 게 목표니까요.
그런데 데이트 앱에서
짝을 찾는 시점에서도 그럴까요?
일단 잘 보여야 만나기라도 할 수 있는 걸요?
만나서 별로면 앞으로 안 보면 되고요.
종합하면 이런 결론이 나오네요.
계속 만나며 관계를 다질 파트너를 찾는 경쟁!
반복게임 파트너를 찾기 위한 단일게임!
데이트 앱에 소소한 거짓말이 가득한 건
이 때문이에요. 만나서 그럭저럭 괜찮으면
자잘한 거짓말은 서로 눈감아주곤 하죠.
하지만 딱 그 정도 수준에 그쳐야 돼요.
크게 뻥 치면 다시 안 만나줄 테니까요.
그럼 연애 불가! 목표 달성 실패!
뚱뚱한 걸 통통하다고,
통통한 걸 탄탄하다고
말하는 정도는 괜찮아요.
그러나 기혼자가 미혼자인 척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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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이 항상 최선은 아냐
“사랑을 나눌 사람에겐 솔직해야지!
나는 진솔함으로 승부하겠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영리한 태도인지는 의문이에요.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대규모로 벌이는 격이기 때문이에요.
자세히 설명하면 경제학 강의가 될 테니
결론만 간단히 언급할게요.
파트너를 믿고 협력하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서로 믿지 못하는 바람에
속이려 든다. 그래서 모두가 손해를 본다.
소개팅, 데이트 앱도 이런 상황이에요.
모두가 자기 정보를 솔직히 공유하는 게
최선이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며
조금씩 뻥튀기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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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서로 눈감아줄 수 있는 소소한 거짓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합리적인 전략에
가까워요.
다들 자기 매력을 과장해 어필할 때
자기만 솔직하게 굴어 봐야
크게 득 될 게 없단 뜻이죠.
일단 점수를 따야 만나기라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야 나의 진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죠!
모두가 정직하게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사회는 현실에선 기대하기 어려워요.
슬프게도 연애는 실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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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 곳곳의 영리한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표현해서
나쁘게 느끼실 수 있겠지만
사실 이런 행위는
우리 일상 곳곳에 가득해요.
예뻐 보이려고 화장술을 익히고,
셀카를 보정해서 인스타에 올리고,
가끔 무리해서 비싼 옷을 사고,
졸업사진 찍는 날엔 미용실에 가죠.
또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쓸 땐
작은 성취를 크게 부풀리거나
원만하고 헌신적인 성격인 것처럼
위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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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제 주변만 봐도
이런 소소한 거짓말을 잘 활용하는 친구들이
연애도 잘하고 돈도 잘 벌더라고요.
저요? 전 경제학을 공부해서
이런 내용을 이론으로 알긴 했으나
실천으로 옮기진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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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어요.
여러분, 저처럼 되지 마세요!
냥교수 에디터의 후기
판사냥, 이 글은 고양이가 썼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