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데...

별로 땡기지 않는데도
‘애인이 원해서’ 섹스를 해본 경험,
많은 분이 해보셨을 겁니다.

심리학에선 이런 섹스를
‘섹시하지 않은 성관계(Unsexy Sex)’
라고도 합니다.

국내의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60%, 남성의 27%
그리 내키지 않을 때도
애인과의 섹스에 응해준 경험이 있다고 해요.
(한국여성민우회, 2012)

근데 말이죠.
그때 왜 그러셨나요?

나무라는 게 아니라
그냥 이유가 궁금한 거예요!

먹기 싫은 음식, 보기 싫은 영화였으면
“싫어”하고 쉽게 거부했을 텐데,
우리는 왜 유독 섹스에서만큼은
거부하지 않고 응해줬을까요?

 

실망하면 어떡하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섹스에
응해줬던 이유는
아마 ‘불안감’ 때문일 겁니다.
애인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요.

평소 “애인이 날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큰 사람일수록
원치 않는 섹스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까요.
(Albino & Cooper, 2003)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렇게 내키지 않는 섹스는
해준다고 해도 우리 사이에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거.

이미 연구를 통해 증명된 결과거든요.

 

공쳤네 공쳤어..

고려대 심리학과의 고영권 교수는
69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평소 내키지 않은 섹스에 응해준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연애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설문을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키지 않을 때도
섹스에 잘 응해준 애인을 둔 사람

내키지 않을 땐
섹스에 응해주지 않은 애인을 둔 사람
연애 만족도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내키지 않을 때 응해 준 섹스는
상대의 만족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는 거죠.

내키지 않을 때 응해주신 분들께는
조금 충격적인 결과예요.
널 위해서 피곤해도, 귀찮아도 해줬는데
아무런 차이가 없다니!

 

내가 한 번쯤 희생하자

고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처음 한두 번 이런 섹스에 응해줄 땐
‘실망하면 어떡하지?’하는
불안감에 섹스에 응해줍니다.”

“하지만 점차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섹스는 사랑의 행위보다는
‘희생’과 같은 개념이 되죠.”

“‘그래. 피곤하지만..
너를 위해 내가 희생하지 뭐’가 되는 거예요.”

“문제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을 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겁니다.”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마음을 갖게 되기 쉬워요.

‘너를 위한 희생을 했으니
너도 그만한 대가를 나에게 줘야지.’

“그럼 관계 전반에서 상대방에게 

내 희생에 대한 보답을 원하게 되죠.”

“예전엔 나에게 70점만
잘해줘도 만족했다면,
이런 희생을 하고 있으니
이제 90점은 해줘야 된다고 느끼게 되는 겁니다.”

 

근데 진짜 문제는

하지만 상대방은
내가 희생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평소
“나 지금 하기 싫은데 널 위해서 하는 거야”라고
얘기해주면서 섹스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니 상대는 영문도 모른 채
요즘 따라 애인이 요구도 많아지고
태도가 깐깐해졌다고 느끼게 돼요.

(사실은 썩 내키지 않아했던) 애인과의 섹스로
플러스 됐던 상대의 관계 만족도가
애인의 ‘깐깐해진 태도’ 때문에
다시 마이너스 되면서 제자리를 걷게 되는 거죠.

 

두 가지 선택

심지어 상대의 연애 만족도는 변화가 없더라도
나의 만족도에는 점점 마이너스가 될 테니
서로에겐 오히려 해가 되는 행동이네요.

그러니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겠죠?

무엇보다 좋은 방법은,
“피곤해서 오늘만 쉬자”는 얘기에
기분이 상하지 않는 관계가 되는 거예요.

내가 섹스를 거부하는 걸
애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게요.

그러기 위해선
평소 섹스에 대한 대화를
‘일반 대화’처럼 편한 이야기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저희 연애의 과학에 있는 섹스 글들이나
실험실에 있는 섹스 컨텐츠들을
애인과 적극 공유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섹스에 대해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사람들은 섹스에 관한 대화에
평소보다 훨씬 너그러운 자세로
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부담은 조금 덜어 놓으셔도 좋을 거예요.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섹스는 사랑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방법 중 하나이지만,
사랑을 증명하는 행위는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