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했어?
콘돔을 쓰느냐 마느냐,
아마 커플이라면 한번쯤
겪어봤던 갈등일 거예요.
남자 입장에서도 콘돔이 있음에도
순간적으로 '에잇'하며
안 쓰게 되는 경우도 있고
여자 입장에서는 했으면 하지만
말하기가 좀 그래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말을 했는데
"안 해도 괜찮아 잘할게" 라고
말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치않는 임신을 간편하게
막아줄 뿐만 아니라
성병 전염까지 방어해주는데,
심지어 가격도 싼데,
그냥 쓰면 되는데,
왜 안 쓰게 되는 걸까요?
오늘은 콘돔을 쓰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요.
쓰기 어려운 이유를 알아야
어떻게 대처할지도 답이 나올테니까요.
흥분의 위험
윈저 대학 심리학과의
샤이나 샤쿤 교수는
콘돔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인 상황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샤쿤 교수는 18세~32세
144명의 남녀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A그룹에게는 4편의 2분짜리
아주 야한 에로 비디오를 보여주었고
B그룹에게는 픽사 영화인
<월-E>의 비디오 클립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나서 위험한 성적 행동에 대한
8문항짜리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문항이었어요:
"클럽에서 이성을 만났습니다.
같이 춤을 추다가 마음에 들어서
클럽에서 나와 집으로 같이 갔어요.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섹스를 하게 됐죠.
당신은 콘돔을 쓰자고 했지만,
상대방은 느낌이 별로라며
싫다고 합니다.
이럴 때 콘돔 없이 섹스를 하시겠어요?"
이런 문항도 있었죠:
"매력적인 이성친구가 집에 놀러왔어요.
어쩌다보니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서
섹스를 할 것 같은 상황이 되었죠.
상대방은 아직 콘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먼저 콘돔 이야기를 하시겠어요?"
샤쿤 교수는 야한 영화를 본 A그룹과
애니메이션을 본 B그룹이
콘돔 없는 섹스에 대해 어떤 태도의
차이를 보이는지 궁금했어요.
결과를 보실까요?
야한 영화를 본 그룹은
애니메이션을 본 그룹보다
콘돔 없이 섹스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1.3배나 높았어요.
야한 영화를 보고
성적으로 흥분한 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콘돔을 안 쓰는 데
훨씬 관대해진 거죠.
재밌는 결과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못 먹어도 고!
샤쿤 교수는 성적인 흥분이
다른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다른 실험을 해봤죠.
샤쿤 교수는 남녀 122명의
새로운 실험 참가자를 모은 후,
앞 실험과 똑같이 두 그룹으로 나눠
비디오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디오를 본 후
설문조사를 하는 게 아니라
블랙잭 카드 게임을 하게 했어요.
블랙잭 게임은 가장 보편적인
카드 게임 중 하나로,
카드를 한 장씩 받다가
숫자 합이 21에 가까울 때 멈춰서
21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21이 넘어버리면 무조건
질 수 밖에 없어서
적당한 타이밍에 멈추는 게 중요하죠.
샤쿤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이 게임에서 점수 합이 15점인
상황을 주고 여기서
사람들이 카드를 한 장 더 받는지
안 받는지를 관찰했어요.
사실 이 상황은 좀 애매한 상황이에요.
한 장 더 받으면 21에 가까워져서
이길 가능성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21을 넘어서 질 위험도 있거든요.
그랬더니,
야한 영화를 본 그룹이
애니메이션을 본 그룹보다
카드 게임에서도 더 위험한 선택을
선호하는 것이 드러났어요.
한 장 더 받으면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야한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 장 더 받겠다고 했거든요.
성적인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흥분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거죠.
왜죠?
"성적인 흥분은 심리적으로
다양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일단 사람의 생각이 좁아져요.
상황을 훨씬 더 좁게 보고
닥칠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러다보니 평소에 비해
더 과감하고 위험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건 콘돔을 쓸지 말지 같은
성적인 선택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의사결정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또한 이러한 변화는 남자는 물론
여자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나요!"
(참고: 키스는 왜 더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콘돔을 쓰기 어려운 이유
이 실험을 보면 콘돔을 쓰기
어려운 이유를 알 수 있어요.
보통 콘돔을 쓸지 말지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순간은
이미 스킨십의 상황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입니다.
즉, 둘 중 한 명 혹은 둘 다
성적으로 흥분한 상황이라는 말이죠.
그러니까 평소에는
'콘돔을 꼭 써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막상 그런 상황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에잇 뭐 어때' 라고
위험한 판단을 하게 되는 거예요.
이건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도 마찬가지예요.
성적으로 흥분하면
남자가 콘돔을 안 쓸 때
말을 안 하고 넘어가거나,
남자가 안 쓰겠다고 말하면
수긍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좋은 건 평소에
두 사람이 미리 대화를 통해
콘돔 사용에 대한 원칙을
정해놓는 겁니다.
공개적인 대화를 통해
원칙을 세우면 아무래도
흔들릴 가능성이 줄어들죠.
이게 어렵다면,
콘돔 사용에 대해 한 타이밍 먼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미 흥분한 상황에서는
말할 마음도 안 생기고,
말을 해도 상대방이 설득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뭔가 분위기가
야릇하게 흘러간다 싶으면
흥분되기 전에 먼저
콘돔 사용여부를 이야기하세요.
그러면 흥분으로 인해
판단이 흐려지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구요!
P.S.
우리의 섹스는 얼마나 만족스러울까?
연애의 과학 앱에서
실제 성과학 연구를 참고해
섹스만족도를 측정해볼 수 있는
객관적인 검사를 만들었어요.
아래 배너를 눌러
직접 해보실 수 있어요!
이 글을 본 사람들이 많이 한 테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