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끝내질 못하니

오랜만에 소개팅하러 간 당신.
'딱 네 이상형이야'라는
친구의 말에 잔뜩 기대했더니만,

막상 나가보니 당신의 이상형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어요.
이상형은커녕 오히려
정반대라는 말이 더 적절해 보였죠.

당장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친구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정작 상대방은 당신이 마음에 든 눈치예요.
당신은 얘기하면 할수록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데 말이죠.

집에 가는 길에 그 사람에게서 온 카톡.
"ㅇㅇ씨 오늘 재밌었어요^^
다음에 XX(주선자 이름)이랑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맘 같아서는 단칼에 잘라버리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당신은
"네^^ 다음에 같이 봐요"라고
답해버립니다.

혹시 당신도 위와 유사한 상황에서
거절하지 못하고 2번째, 3번째..
n번째 만남을 이어간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정독하셔야 합니다.

 

연락처 좀…

토론토 대학 심리학과의
사만다 조엘 박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을
거절하는 패턴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재미있는 연구를 계획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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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박사는 실험을 위해
싱글 대학생 99명을 모집한 후
각자의 이상형을 구체적으로 물어봤어요.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참가자들에게
한 이성의 프로필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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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성의 프로필은
참가자들이 적은 이상형과는
정반대로 조작된 것이었어요.
당연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일 수밖에 없었죠.
(나쁜 박사님..)

조엘 박사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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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룹에는 상대방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는 상황을
상상해보라고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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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그룹에는 상대방이 당신과
데이트하기 위해 지금 근처에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두 그룹 사람들에게 똑같이 질문했죠.
“상대방에게 연락처를 알려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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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단지 주어진
상황만 달라졌을 뿐인데,
데이트 신청을 받는 상상만 한 A 그룹보다
주변에서 상대방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B 그룹이
무려 1.6배가 넘게
연락처를 알려주겠다고 답했어요.

아니, 분명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인데
74%의 사람들이 연락처를 알려주겠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요?

 

말은 쉽지

사실 A그룹이나 B그룹이나
마음에 안 드는 상대방을
거절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거예요.

문제는 거절이라는 게
마음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죠.

그냥 상상만 했을 때
마음에 안 드는 상대방에게
연락처를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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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장 상대방이 지금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상대방을 실망시키기 싫은 마음,
나쁜 사람이 되기 싫은 마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연락처를 알려주는 거예요.

(A 그룹과 B 그룹 차이에
해당하는 28%가 바로
이런 사람들이겠네요.)

더 재밌는 건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미안한 마음 때문에 연락처를 알려준
사람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이상형과 전혀 다른 사람인데
왜 연락처를 알려줬죠?" 라고
물어봤더니,
"그렇긴한데 괜찮은 사람
같기도 해서요" 
라고 답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분명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거절하지 못 했지만
스스로는 괜찮아 보여서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자기 합리화하는 거죠.

가슴 속 아주 깊은 곳에서는
분명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면서도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쉬운 선택을 해버리는 거예요.

 

상상의 나래를 펴세요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이 싫으면
애프터가 들어와도
단칼에 자르는 단호박이 있고,
마음이 여려서 거절을 미루며
몇 달씩 만나는 우유부단 타입이 있어요.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당신이 후자에 속한 사람이라면
조엘 박사의 실험처럼
상상력을 동원해서
자신의 진심을 확인해보세요.

내가 그 사람을 알기 전이라고
가정하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그의 특성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만약 '만나기 전이었다면 굳이 이 사람을
만나러 가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이라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상처 주기 싫어서
배려하는 거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당신이야말로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상대방의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드는 이기적인 사람
일 수도 있으니까요.

P.S.
지금 관심 있는 누군가의 감정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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