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려
누구나 어릴 적부터 겪어온
부모님과의 갈등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사연도 가지각색이죠.
너무 보수적이거나 엄한 부모님 때문에
평생 주눅 든 채로 살아온 사람,
어릴 적 부모님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가 해소되지 않은 사람,
형제나 자매에 대한 편애 때문에
아직도 섭섭함을 느끼는 사람.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여전히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계시거나,
풀리지 않은 앙금을
마음속에 쌓아두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근데 그 앙금, 언제 푸실 생각이세요?
시간도 많이 지났고 해서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할 생각이라고요?
그런 생각 중이시다면
제가 지금 콕 집어 말씀드리죠.
‘절대’ 안 됩니다.
당신의 연애를 위해서요!
다 옛날 일이라고?
부산대학교의 안은혜 연구원은
성인 382명을 모집해
“부모와 나 사이는 어떤지”
“애인과의 관계는 어떤지”
“연애에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들의 답변을 분석하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
부모에게 남아있는
감정적인 ‘앙금’이 많은 사람일수록,
훨씬 더 불만족스럽고
불행한 연애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부모님과 나 사이의 앙금이
왜, 또 어떻게
내 연애에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옛날 일이 아니야!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죠.
경제적 독립, 사회적 독립.. 많은 분야가 있지만,
무엇보다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건
바로 ‘심리적인 독립’이에요.
많은 심리학자는
그 심리적인 독립 중에서도
‘갈등적 독립(Conflictual Independence)’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갈등적 독립이란,
아동-청소년기를 거치며 쌓아왔던
부모와의 온갖 갈등들,
그리고 거기서 만들어진
분노. 죄책감, 불만 같은 나쁜 감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걸 뜻해요.
그러니까 부모님과 나 사이에
앙금이 남아있는 사람은
아직 이 갈등적 독립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거죠.
아직 안 풀린 게 많으니
부모에게서 갈등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면
내 연애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부모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은
연인관계에서 재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애착을 가지고 의존하는 대상이 자연스럽게
부모->애인으로 바뀌면서요.
(남순현, 한상열, 2003)
부모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을
애인에게 요구하게 되기도 하고,
부모가 해소해주지 못한 문제들을
애인이 대신 풀어주길 바라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지나치게 의존적인 태도로 이어져
불균형한 관계를 만들고,
애인에게 큰 부담을 주게 돼요.
게다가 이들은 애초에 남들보다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원래 사람은
부모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거든요.
(차정화, 전영주, 2002)
부모와 다 큰 자식 사이에
아직 해묵은 갈등이 남아 있다는 건
그 갈등 해결법을 잘 가르쳐주지도,
배우지도 못했다는 가장 큰 증거죠.
실제 연구에 따르면
부모에게 앙금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일수록
애인과 다툴 때 훨씬 부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한다고 해요.
(안은혜, 2010)
내가 연애할 때마다 그랬던 게
그냥 ‘내 성질머리’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실은 아직 풀리지 않고 남아있던
부모님과의 앙금 때문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오래된 장롱 위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켜켜이 쌓인 부모님과의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쓸어내도 며칠 지나고 나면
다시 금방 쌓이게 될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조심스레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내 연애에 영향을 끼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알아보는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거든요.
조만간 글이나 테스트(가이드북)로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조사하고 공부 중이에요.
여러분이 가진 상처를 제대로 알아보고,
그 상처가 연애에 끼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그 상처를 아물게 할 방법까지
모두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나름 저의 '대 기획'이라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연인 관계보다 어려운 게
부모 자식 관계인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