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들? 해결사가 왔어!

연애에 대한 조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고 유효한 말이
바로 고민을 들어줄 때
해결해주지 말고 공감해주라
말일 거예요.

이 말이 이토록 설득력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탓일 수도 있지만…
저는 좀 다른 말씀을 드리려 해요.

애인의 고민을
해결해주고자 하는 마음
그만큼 강력한 유혹이라는 거죠.

애인이 뭔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그 문제를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보고
해결책을 출력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이렇게 금세 해결책을
내놓고 싶어지는 마음 뒤에는
두 가지 불안이 자리하고 있어요.

 

첫 번째 불안

첫 번째 불안은 애인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불안입니다.

상상 외로 많은 사람이(특히 남자들이)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은연중에 이런 불안을 품고 있어요.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나는 쓸모없는 존재, 애인보다
모자란 존재가 된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고 마는 거예요.

애인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민이 있을 때 정말 괴로운 것은
고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니에요.

그 문제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해야 할 때,
그게 정말로 괴로운 거죠.

(참고: 여자친구의 고민을 가장 잘 들어주는 방법)

요컨대 고민을 말하는 사람이 원하는 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몸만 같이 있다고
혼자가 아닌 게 아니에요.

같이 있는 사람의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경우 겪어본 적 있으시죠?

그럴 때면 마치 상대가 사라진 것처럼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데,

내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문제에 신경을 집중하는 순간
애인이 바로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분명히 같은 공간에 있는데
혼자 남겨져버린 듯한 소외감이죠.

물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도
애인을 위한 행동인 건 틀림없어요.

하지만 그 전에 우선 해야 할 일
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거예요.

애인의 고민에 달려들기에 앞서
애인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세요.

그런 다음에 같이 해결책을 찾아도
절대로 늦지 않답니다.

 

두 번째 불안

두 번째 불안은
불분명한 것을 내버려두지 못하는
우리의 본능에서 나오는 불안입니다.

사람은 보통 이해할 수 없는 걸 보면
왠지 모르게 불안해져서
그것을 자신이 알고 있던 틀에
끼워맞추려는 습관이 있어요.

심리학자 하하키기 호세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곧바로 답을 내지 않고 지켜보는 힘
소극적 수용력negative capability
이라고 불렀습니다.

달리 말하면 불확실하거나 놀랍거나
회의적인 상태를 회피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이죠.

 

(이미지=책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견디는 힘')

 

소극적 수용력을 갖춘 사람은
상대의 문제를 쉽게 결론짓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먼저 살피는 능력이 있답니다.

반면 소극적 수용력이 없는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내기보다는
틀린 답이라도 빠르게 선택하고
그것을 믿어버리려는 유혹
이끌리기 십상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주변에서 그런 예를
흔하게 겪어보셨으리라 생각해요.

 

불안 다루기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할게요.

우리가 자꾸 애인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에요.

첫째,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

둘째,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모호한 것을 분명한 것으로 빨리
바꾸고 싶은 불안.

하지만 좋은 소식도 있어요.

다른 많은 마음의 문제가 그렇듯이,
자신의 불안감을 잘 이해하고
인지하고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일어날 수 있거든요.

이 글을 읽으신 뒤
애인이 고민 상담을 하려 할 때,
해결책을 찾으려다가 멈칫하는 마음이
들기만 해도 굉장히 큰 변화랍니다.

‘해결보다 공감하기’는
타고나는 재능 같은 것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숙달될 수 있는 능력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다음에 고민을 들어주실 땐
아래의 세 가지 말을 해보세요.

  1. 나는 네 곁에 있다(네 편이다).
  2. 네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겠다.
  3. 그거 참 난처하고 큰일이겠다.

물론 이런 말을 해주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요.

하지만 이때 여러분은 애인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주게 됩니다.

고민하는 애인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뿐 아니라,
내가 아는 틀에 애인을 구겨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거죠.

실제로 해보시면 이 세 가지 말이
얼마나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는지 깨닫고
놀라게 되실 거예요.

상대가 문제를 이야기할 때
정말 문제는 그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것만 기억해도 아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답니다.

 


문형진 에디터의 후기

누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반사적으로 해결책을 출력하는 사람: 바로 접니다.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