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에도 궁합이 있다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연애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외모와 체형, 목소리부터
직업이나 경제력, 대인관계까지
연애 상대를 선택할 때
따져볼 것들은 많지만,

연애를 오래, 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격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진료실에서도,
진료실 밖에서도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성격 간의 궁합이라는 게 있나요?
어떤 성격끼리 만나야 잘 지내나요?”

“MBTI 같은 심리검사를 통해
잘 맞는 사람의 유형을
고를 수 있지 않나요?”

그때마다 나는 그들을
실망시키는 대답을 건넨다.

“그런 거 없어요.”

성격 유형론을 통해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아주 달콤하게 들리지만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로서는 항상
경계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성격 검사의 경우에도
수개월 후 재검사를 시행했을 때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격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언제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는 어떤 타입이고,
너는 어떤 타입이야.’라며
성격을 쉽게 규정해버림으로써
변화의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한다.

그래서 성격을 통해
나와 궁합이 맞는 사람을
찾으려는 것은 위험하다.

 

 

성격을 만드는 건 기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만나야 행복하고,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할 수 있는 것이
기질이라는 개념이다.

기질은 생애 초기부터 관찰되는
타고난 그 사람만의 특성으로,
기질과 외부환경이 만나 성격이 형성된다.

종종 ‘기질’ ‘성격’을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격은 만나는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기질이라는 것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타고난 기질은 연애를 비롯한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클로닝거는
기질을 자극 추구성, 위험 회피성,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4가지로
구분했다.

자극 추구성이 높은 사람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
적당한 자극 추구성은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주지만
지나치게 높을 경우,
쉽게 지겨워하며 짧은 연애를
반복하기도 한다.

위험 회피성이 높은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실패할 미래가 먼저 그려져
연애를 시작하기 어렵고,
잘못 흘러가는 연애를
쉽게 중단하지 못한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으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쓴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 데 능하다.

인내력이 높으면
부지런하고 끈기 있게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고
고집이 센 편이다.

기질은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큰 영향을 미친다.

자극 추구성이 높고
인내심이 낮은 사람에게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끔찍한 고역이나 다름없다.

위험 회피성이 높고
사회적 민감성이 낮은 사람이
수많은 사람과 대면하는
감정노동자가 될 때 그들의
마음속엔 지옥이 펼쳐진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극 추구성이 높고
인내력이 낮은 사람에겐
익숙하고 편한 연애가
최악의 연애일 순 있지만
반대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겐
최고의 연애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타입의 사람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기질을 가진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모습에 억지로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게 먼저

기질은 바뀌지 않는 특성이란 점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기질만으로 연애 상대를 고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로서 추천하는
연애하기 가장 좋은 사람은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맞춰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상대방과 자신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생기는 마찰을 줄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줄 아는 사람,

상대방의 변화만 강요하지 않고,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일까?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을 비난해왔던 건 아닐까?

모든 독자분께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서로 맞춰갈 줄 아는 사람과
안정적이고 행복한 연애를 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자신의 기질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TCI 기질 및 성격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답니다.)


[문제적 연애] 시리즈
김지용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만드는 연애심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당신에게 꼭 필요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편집자: 구자민)



필자: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