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고민

“남자친구와 롱디 중인데
이번 주는 못 갈 것 같다고 하면 짜증이 나요.
바쁘니까 이해는 하지만
나를 예전만큼 안 좋아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또 이런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저 자신이 너무 찌질한 거 같아서 화가 나고...
그러다 결국 헤어지자고 해버렸어요.”

J와 남자친구는 몇 달째
장거리 연애 중이라고 했다.
매주 주말마다 남자친구가
서울에 올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최근 들어 남자친구의 일이 바빠지면서
한 번씩 못 오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J는
남자친구의 마음이 변한 게 아닌지
고민하는 동시에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게 괴로웠다.

어떤 마음으로 헤어지자고 했는지 묻자
J는 답했다.

“제가 너무 쿨하지 못한 것 같아서요.
어차피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닌데
집착하는 것 같아서 싫어요.
헤어지면 이런 한심한 감정을
안 느껴도 되니까요.“

머리를 감싸 쥔 채로 J가 덧붙였다.

“어차피 감정도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이니까
약으로 좀 없애 주시면 안 될까요?”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건

J에게 과거의 연애는 어땠는지 묻자
그녀는 여러 차례 연애를 했지만
한 번도 3개월을 넘겨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두 달이 지나면 대개
처음에 느꼈던 설렘과 신선함은 사라지고
권태가 그 자리를 채웠다고.

그런데 지금의 남자친구에겐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끌림을 느껴
혼란스럽다고 했다.

J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낯설게 느껴지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J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이 아닌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마음이길 바라고,
혹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

그런데 J는 그 감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는 대신
불필요한 것으로 여기고
몰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그 이면에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상대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심한 불안을 느끼다 보니
그러한 생각과 감정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억누르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도 비슷한 상황에서
J는 늘 그러한 감정을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한 채
무시하려 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상대의 마음이 식었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피하기 위함이다.

J의 연애가 3개월을 넘지 못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감정은 컨트롤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J가 감정을 개인의 의지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흔히들 생각과 감정은
내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매일 머릿속을 채우는
수백 가지 생각과 감정 중 대부분은
의식적으로 떠올리기보단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 속에서
자연히 생겨난 것들이다.

이렇게 생겨난 생각과 감정은
마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부표처럼
마음속을 떠돌다 사라지곤 한다.
이것들을 자신의 의지대로
우리 안에 가두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J는 ‘불필요한 감정’을 제거하지 못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자기 자신이 한심해 보였겠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녀 마음속에 피어오른 감정은
찌질한 것도, 불필요한 것도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감받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떨치지 못하는 것 역시
그녀의 부족함 탓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 바라보면
J는 더 이상 상대에게 집착하는
쿨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연애 과정에서 다들 한 번쯤 겪는 일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J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누었고,
결국 J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남자친구에게 오픈해 보기로 했다.

언제나 ‘쿨하고 싶었던’ 그녀에게는 큰 변화였다.

당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
감정은 이미 생겨난 것이고,
아무리 나쁜 이름을 붙이고 몰아세운다고 해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냥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 감정을 바라보라.

지금 당신이 그러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당신이 부족하거나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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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오동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소아정신과 전문의
연세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팟캐스트&유튜브 채널 <뇌부자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