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3살 대학생 수영입니다.
남자친구와 사귄 지는 300일 정도 되었어요.
저희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고민 상담을 신청한 건
저희 부모님 때문이에요.
부모님은 처음부터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하셨어요.
나이, 직업, 돈,
가정환경, 외모 이런 것들을 따져가며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고 말이죠.
지금 당장 결혼한다고 한 것도 아닌데
저녁 8시만 돼도 전화해서
“어디냐” “뭐하냐” “언제 들어오냐” 물어보세요.
부모님이 남친을 워낙 싫어하시니까,
데이트도 일주일에 한 번만 하고
10시 전에는 집에 들어갔어요.
그 흔한 커플 사진 한번
카톡 프로필에 올린 적도 없고요.
그런데 부모님이 얼마 전
제 아이디로 된 계정들을 몰래 뒤져서,
제가 혹시 남자친구 집에 갔었는지
확인하셨더라고요.
그때 처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큰 문제는 며칠 전에 발생했습니다.
부모님이 남자친구가 일하는 직장에 찾아가서
"야, 솔직하게 말할게.
너 싫으니까 그냥 헤어져" 이러셨다는 거예요.
다른 직원들도 다 있는데 말이죠.
그 얘길 듣고
실망스러울 정도로 너무 화가 났어요.
그렇게 하고 집에 오셔서는
저한테도 헤어지라고 하셨죠.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연락 줄이고 만나는 횟수도 줄이겠다.
사람 마음이 한 번에 칼로 자르듯이
잘리는 것이 아니니까 기다려달라."
"그리고 오늘 엄마아빠의 행동은
아주 무례했다."
그렇게 말했더니
"부모로서 할 행동을 했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른 연인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는 건데 뭐가 그렇게 잘못됐나요?
남자친구도 저도 아직
헤어질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특히 전 이 남자가 정말 좋습니다.
편하게 남들처럼 하고 싶은 거 하며
연애하고 싶어요.
앞으로 전 어떻게 해야 하죠?
에디터 김관유의 한 마디
“더 이상은 안 돼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수영님의 부모님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습니다.
딸의 인생에 충고와 조언,
제안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은 딸의 사생활을 몰래 조사하고
개인의 선택권마저 무시하고 계세요.
심지어 그를 넘어
딸의 남자친구 인생에까지 개입하고 계시죠.
이제는 단지 현 남자친구와의 관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수영님 인생이 달린 문제예요.
앞으로 부모님은
수영 씨의 이성 관계와 관련된
많은 문제에서 수영님를 대신해
선택권을 가지려 하실 거예요.
수영 씨의 지금 연애,
앞으로 하게 될 연애,
심지어 결혼까지요.
부모님의 마음에 꼭 드는 애인을
만나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아 만나는 건
마치 ‘부모님을 위한 연애'를
하는 것과 같을 거예요.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부모님이 아닌
‘나의 연애'를 하고 싶다면,
부모님이 수영님의 삶을
더 이상 침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사연을 읽으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건,
과도한 침해를 당하고 계신 상황에 비해,
수영님의 반응이 꽤 온건하다는 거였어요.
"연락 줄이고 만나는 횟수도 줄이겠다."
"사람 마음이 한 번에 칼로 자르듯이
잘리는 것이 아니니까 기다려달라." 같은 말들.
수영님가 이런 말을 한 건
아마 당장 남자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
일단 이번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였을지 몰라요.
하지만 이런 작은 ‘회피’들이
장기적으로는 큰 악영향을 끼칩니다.
부모님은 수영님의 말을 믿었다가
배신감을 느끼실 테니까요.
그 배신감 때문에 부모님은
결국 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시게 되겠죠.
그러니 두려움이 생기더라도,
조금 걱정이 되더라도,
더 단호하고 솔직하게 얘기를 마치세요.
"아빠 엄마에게
조언과 충고를 들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건 분명 내 삶입니다.
결정은 제가 내리는 게 맞아요" 로 끝내라는 거죠.
계속 일관된 태도로 맞서야 합니다.
잊지 마세요.
순간의 위기를 넘기려는 태도가
지금보다 더 심한 간섭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것!
에디터 구자민의 한 마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세요!”
부모님은 일종의 권리 행사를
하고 계신 겁니다.
그리고 권리를 행사해도 될 만큼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믿고 계시죠.
그게 실제로 옳은 일이든 아니든 말이에요.
쉽게 말해 “내가 널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는데 이 정도 간섭도 못 하냐?”
이겁니다.
부모님에게서 그런 권리를
박탈하는 방법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는 것뿐이에요.
독립해서 삶의 주도권을 찾으세요.
독립된 삶을 살면
내 삶의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부모에서 자신에게로 옮겨옵니다.
그래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
‘지금은 상황이 좀 그래서’,
‘부모님이 반대해서’ 등
여러 이유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께 휘둘린다면
앞으로도 계속 남자친구에게
상처를 주게 될 거예요.
지금은 수영님과 남자친구 두 분 다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
어떻게든 견디고 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남자친구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가 아니라
수영님의 대처방식에 실망해
헤어지고 말겠죠.
물론 오로지 남자친구만을 위해
독립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건 오히려 내 삶을
쥐고 휘두르는 존재가
부모에서 남자친구로
옮겨갈 뿐인 거니까요.
저는 앞으로 수영님이
‘성인답게’ 살아가는 데에는
독립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스스로의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라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린다면
부모님도 더이상 수영님의 삶을
함부로 쥐고 흔들지 못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