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보통 ‘사랑의 묘약’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어떤 고통도
잊을 만큼 행복하니까
이런 말을 사용하는 거겠죠.
그렇다고 단순히 작품 속에서만 사용되는
문학적 표현으로 볼 수 없습니다.
사랑은 실제로 ‘묘약’의 역할을 하거든요.
사랑이라는 이름의 진통제
사랑이 정말로 묘약인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UCLA의 에이젠버그 교수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의 참가자들은
평균 3년 6개월 째 연애 중인
21명의 여성이었어요.
연구진은 여성들의 손등에
고통스럽지만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열을
가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자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어요.
열을 가하는 동안
A그룹의 여성들에게는
처음 보는 사람의 사진을,
B그룹의 여성들에게는
현재 연애 중인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고통을 얼마나
느끼는지 기록하게 해서
두 그룹의 차이를 살펴봤어요.
실험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봤던
B그룹의 참가자들은
처음 보는 사람의 사진을 봤던
A그룹의 참가자들에 비해
느끼는 고통의 양이 무려
25%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fMRI를 통해 참가자들의
뇌 사진을 찍어보니,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본 사람들은
뇌에서 고통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과 대상 피질의 활동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대로 안정감을 담당하는 부분의 활동은
훨씬 더 활성화되었습니다.
더 재밌는 건,
오랜 기간 동안 만족스러운 연애를
하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현상이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만족스러운 연애가
'사랑'이라는 진통제의 효과를
더 강하게 만든 거죠.
연애를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신경 써주고 아껴준다는 느낌이 들면
심리적인 안정감이 생깁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나를 아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심리적으로 큰 위안이 되죠.
하지만 그 위안이 단순히
심리적인 효과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어요.
당신이 넘어져서 다치거나
크고 작은 병에 걸려서 아플 때도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 고통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돈 주고 살 필요도 없고
부작용도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좋은 연애는 그 어느 약보다
훌륭한 진통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 이제 당신이 멋진 연애를 해야 할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아무하고
연애를 시작하지는 마세요.
사랑의 묘약은 행복한 연애를 할 때만
얻을 수 있으니까요.
* Eisenberger, Naomi I., et al. "Attachment figures activate a safety signal-related neural region and reduce pain experienc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8.28 (2011): 11721-1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