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정수리 냄새

얼마 전 연애의 과학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게시글은 심지어
하나만 올라온 게 아니었어요.

저는 곧바로 구글에
‘정수리 냄새’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냄새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심증을 굳혔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애인의 정수리 냄새
열광하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냄새 말고 너

인간은 의외로
후각이 뛰어난 동물입니다.

인간이 가진 후각 관련 유전자는
1천 개 이상으로,
시각 관련 유전자보다 3배나 많아요.

특히 인간은 같은 인간의 피 냄새나
바나나 같은 특정 과일 냄새에 대해선
개나 쥐보다도 뛰어난 후각을 자랑하죠.
(JP McGann, 2017)

 

 

남자와 여자는
이렇게 뛰어난 후각을 사용해서
상대가 매력적인지 아닌지
무의식중에 판단하고 있어요.

사람은 상대의 MHC 유전자
자신과 다를수록 그 사람의 냄새를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답니다.

(* MHC: 주 조직적합성 복합체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는 사람의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의 집합인데,
부모 양쪽의 면역계가 다를수록
그 사이에서 나온 자식이 건강하거든요.

 

 

이걸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스위스 베른 대학에서 있었어요.

49명의 여학생들에게
남학생들이 입었던 티셔츠를 주고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 실험인데요.

그 결과 여학생들은 자신과
MHC가 크게 다른 남학생의 냄새를
더 기분 좋고 섹시하다고 느꼈답니다.
(Wedekind, 1995)

체취의 미세한 차이를 이용해
유전자 정보까지 읽어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하죠.

(참고: 모든 게 반대인 사람에게 저절로 끌리는 이유)

애인의 자연스러운 몸 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진다면?

그건 바로 두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잘 맞는다는 뜻이에요!

(참고: 사귀기 전에 몸 냄새를 잘 맡아봐야 하는 이유)
(참고: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의 살냄새는 따로 있다)

 

왜 하필 정수리야?

그렇다면 왜 다른 곳 말고
유독 정수리 냄새를 맡는 걸까요?

인체에서 체취가 나는 부위는
주로 털로 덮여 있는 곳이에요.

이마의 헤어라인과 정수리
땀과 피지 분비가 활발한 동시에
두피가 바깥으로 드러나 있어
체취를 잘 맡을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죠.

그 외에
겨드랑이, 사타구니, 항문 주위,
유두에서도 체취가 나지만…

이런 곳들은 아무래도 일상적으로
코를 들이대기엔 좀 부적절하잖아요?

반면 정수리는
보통 남자 쪽이 키가 크기 때문에
포옹만 해도 자연스럽게
냄새를 맡을 각이 나오게 됩니다.

 

 

요컨대 정수리가
가장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정수리 냄새를 언급하는 것이지,
사실은 그냥 애인의 몸 냄새가
좋다는 뜻인 거예요.

 

네, 정상입니다

결론적으로 남자친구가 나의
정수리 냄새를 맡으면서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본인의 면역계가 애인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뜻이니까
기분 좋게 정수리를 내맡겨도 좋아요.

단, 혹시라도 악취가 나지 않도록
머리를 꼼꼼히 잘 감고 말리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죠?

 

P.S.

지난 30년간의 이별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별 예측 테스트>는
커플 모두를 위한 종합 진단 테스트예요.

109문항의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마치면
두 사람 사이의 진짜 문제가 뭔지,
적절한 해결책은 무엇일지
상세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어요.

이별과 관련된 17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이별 확률이
몇 %인지도 
계산해드리고요.

원치 않는 이별을 막으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심리학 논문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조언도 해드립니다.

단순히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문형진 에디터의 후기

저의 정수리 냄새는 풍성한 자연과 봄의 호수를 연상케 하는 프루티 플로럴 계열로서 베이스 노트는 작약과 백합, 미들 노트는 연꽃과 시클라멘, 프리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