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이별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사랑하지 않는 우리
그래서 no no no no…”
리쌍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이 커플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데도
이별하지 않고 괴로워만 합니다.
더 나아질 희망도 없고
더 잘해줄 자신도 없으면서
어째서인지 헤어지진 않아요.
우리 주변에도
이런 커플들이 있습니다.
당장 헤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든 연애를 지속하는 사람들.
이들의 심리는 대체 뭘까요?
꾸역꾸역 이어가는 연애
덴버 대학의 스콧 스탠리 박사는
위와 같은 커플의 상태를
‘관계 관성’(Relationship Inertia)
이란 말로 정의합니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그 ‘관성’ 맞아요.
사물이 원래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 것처럼,
애정이 없는 연애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스탠리 박사에 따르면,
관계에 관성이 생기는 데엔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연애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애인의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은 아직 나를 좋아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에요.
니가 좋아서가 아냐
사람들이 연인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노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예요.
(Rhoades, 2010)
하나,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어서
둘,
이별을 가로막는 걸림돌 때문에
문제는 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상대가 좋아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별하기 쉽지 않아서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겉으론
데이트도 하고 기념일도 챙겨 주는
‘썩 나쁘지 않은’ 커플 같지만
마음 속을 들여다 보면
이미 애정이 다 사라진
‘쇼윈도 커플’인 거죠.
“그래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계속 만날 수 있죠?”
라고 의문이 들 수 있겠습니다.
잠시 ‘관계 관성’으로
만남을 이어가는
커플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이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은 느껴지실 거예요.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뷰를 재구성했습니다. )
Q. “왜 안 헤어지는 거예요?”
“음... 잃는 게 많아요.
여친 때문에 알게 된 친구도 많고...
생활 면에서 도움을 받을 때가 있어요.
나이도 나이인데 지금 헤어지면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
(남자, 33, 연애 7년차)
“진짜 집에서 내쫓을지도 몰라요.
정신 나갔냐고, 너 결혼 안 할 거냐고...
늦기 전에 더 좋은 사람 찾아볼까
고민도 좀 했었지만..
가끔 데이트도 하고 선물도 주고 받고,
그렇게 나쁜 관계는 또 아닌 것 같아서...”
(여자, 31, 연애 9년차)
“솔직히 섹스 때문인 게 커요.
새로운 사람과 매주 섹스하는 사이까지
나아가는 거.. 자신 없어요.
이제 나이가 있어서 시간도 없고, 힘도 없고..
잠깐 헤어졌을 때
큰 맘 먹고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했는데...
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남자, 30, 연애 5년차)
결단 내리는 법
이렇게 사람들은
한 사람과의 이별을 앞두고
참 다양한 걱정을 합니다.
이별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저울질해 보는 거죠.
보통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거나
그렇게까지 심각해지지 않을 문제지만,
대가의 크기를 지레짐작해
너무 크게 느껴요.
일종의 노파심이랄까요.
그래서 연애가 오래 되었을수록
더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그만두는 게
더 나은 연애도 분명 있어요.
이별의 결단을 내리는 방법,
사실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커플이
‘이별을 가로막는 걸림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사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면 됩니다.
스탠리 박사는
더 좋은 사이를 만들기 위해 하는 노력을
‘헌신’이라고 명명했는데요.
다른 것 없이, '헌신'의
학술적 개념을
그대로 옮겨오겠습니다.
헌신 (Dedication)
“서로 깊이 헌신하는 연인은
커플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강해,
‘우리’라는 존재를 별개로 생각한다.”
“함께 미래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고,”
“연애 관계와 연인을
높은 우선 순위에 두며,
서로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다.”
(Stanley&Markman, 1992)
여러분은 이렇게,
연애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