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던 사람들
다시 만나서 잘 될 확률은

3%밖에 안 된대.
나머지 97%는 다시 헤어져.
처음 헤어졌던 이유랑 똑같은 이유로."

— 영화 <연애의 온도> 중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 대사예요.

정말 저 영화 속 대사처럼
다시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헤어진 연인과 재회해도
같은 문제로 헤어지는 게 태반이죠.

이렇게 사람들이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다
결국 더 큰 상처를 입고 헤어지는 건

재회한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재회하는 법을 제대로 몰라서 그래요.

재회에도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헤어지고 더 가까워진 사람들

재회를 잘하는 방법이 궁금했던
네브래스카 링컨 대학 조디 캘라스 박사는
헤어진 연인과 연락하며 지낸 사람들을
관찰했는데요.

재회한 후 전보다
더 행복하게 연애하는 커플들은
헤어져 있던 기간 동안 
연인과의 관계가 점점 나아졌어요.
다시 사귄 것도 아닌데도요!

 

(그래프=해당 논문 발췌)

엉망진창으로 헤어져 놓고선,
“이제 보니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이네!”
라고 다시 호감을 느꼈다는 얘기죠.

뭔가 비법이 있겠죠?
캘라스 박사는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 사람들이 헤어진 기간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살펴 봤는데요.

세 가지 공통점이 발견됐습니다.

 

#1. ‘마지막 싸움’은 꼭 화해했다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났는데,

그 사람이 아주 긴 이메일을 보냈어요.
그때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
나를 무시한 걸 엄청 후회하고 있다고요.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답장해줬어요.

그렇다고 다시 만나게 된 건 아니에요.
그래도 그 이후에 좀 더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순 있었어요.
저도 오해한 게 많았더라고요.”
(연구 참가자 C)

 

성공적으로 재회한 사람들은
헤어진 후라도
이별의 계기가 된 '마지막 싸움'에 대해선
꼭 오해를 풀고 화해했어요.

사과할 건 사과하고
용서할 건 용서했죠.


이별로 이어지는 싸움은
사소하고 평범한 이유로 일어나요.
누가 들으면 “그런 걸로 헤어졌다고?"
싶을 정도로요.

이별의 진짜 원인은 그 싸움이 아니라
그때까지 쌓여온 불만이나
되풀이된 문제들이죠.

당사자들도 그 싸움은 그저
이별의 방아쇠였을 뿐이란 걸 알아요.
그래서 대부분 그 싸움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거나 화해를 청하지 않죠.

하지만 연구 결과를 보니
재회를 원한다면 그 '마지막 싸움’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였어요.

인터뷰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래야 상대와의 소통의 장벽이 사라져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거든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였죠..!

 

#2. ‘조력자’로 역할을 바꿨다


“집안일로 우울해진 날이 있었어요.

그 사람(전 여친)한테 얘기하니까
위로해주겠다고 집 근처까지 와 줬죠.
대화를 하고 나니 엄청 후련해졌어요.

연인으로서의 관계는 끝났지만
지금은 가장 믿음직한 카운슬러예요.
제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어떨 때 힘들어하는지 가족보다 더 잘 알아요.“
(연구 참가자, K)

 

헤어지면 얼굴 보기 참 힘들죠.
오직 연인으로서 만난 사람이라,
연애가 끝나 버리면
관계를 이어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성공적인 재회를 한 사람들은
좀 달랐습니다.

연인이 아닌 ‘다른 존재’로서
헤어진 연인과 관계를 이어 갔어요.

연인으로서 만나기 어려워졌으니
다른 존재로 역할을 바꿔
만날 이유를 다시 만든 거죠.


대부분 위의 인터뷰처럼
상대방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 파트너가 되어 주거나,

업무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조력자로 역할을 바꿨어요.

그렇게 헤어진 연인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고 나니,
연애할 땐 보지 못했던
서로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연락이 끊기지 않고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었죠.

 

잠깐 정리해 볼까요?

여기까지 요약하면,
재회에 성공해 더 행복하게 만난 커플들은
헤어져 있던 동안,

  • 이별의 계기가 된 갈등은
    최대한 빨리 풀었고,
  • 연인이 아닌 다른 역할로서
    그 사람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줬어요.

어떻게든 “관계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애를 쓴 거죠.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재회에 성공하는 법> 같은 글을 보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말 것’,
'사과하는 순간 주도권을 뺏긴다’
같은 팁이 많은데요.

실제로 재회에 성공하는 법은
정반대였네요.

성공적인 재회를 한 사람들은
애인의 주변에 어떻게든
남아 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바보처럼 징징거리면서
매달린 것도 아니군요.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며
자기 가치를 다시 어필해 나갔어요.

이제 마지막,
세 번째 공통점을 확인해 봅시다.

 

#3. '조금 특별한’ 대화를 나눴다

재회에 성공한 커플들은
헤어져 있던 기간 동안
평소엔 하지 않던 특별한 방식의
대화를 나눴어요.

이름하여, OOOOO 대화.

아직 연애의 과학에서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대화법인데요.

분명 재회에 성공해본 독자님이라면
이별 기간 중 이 대화를
연인과 나눠보셨을 거예요.
(저도 효과를 톡톡히 봤죠...!)

이 대화법에 대해선
설명 드릴 게 꽤 많아서요.
다음 글을 통해 자세히 알려 드릴게요.

금방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김기웅 에디터의 후기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