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연애

3개월째 연애 중인 직장인 남자 B
그런데 또 ‘그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까진 분명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녀가 점점
자신에게 가까워지고,
여러 기대와 요구를 해오면서
B는 그녀에게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죠.
“아,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나 보다.”

매 연애마다 이런 식이라
100일을 넘겨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D는 연애 1년 차 여대생입니다.
행복보다는 불안감을 더 많이 느껴요.

항상 남자친구 연락을 기다리느라
목을 매게 되고,
‘남친에게 내가 매력 없어 보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어제도 남자친구에게 ‘그 질문'을 했죠.

“자기 나 진짜로 사랑해?”

남자친구에게 벌써 서른 번은 건넨 질문이었죠.

B와 D는 이런 연애를
늘 반복하고 있습니다.

바로 B와 D가 불안정형 애착에 해당하는
‘회피형'과 ‘불안형’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은 어쩌다 이런
애착 유형을 갖게 된 걸까요?

 

애착의 역사

그 답을 얻기 위해선
인간이 언제, 누구에게
첫 번째 애착을 갖게 되는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인간이 처음 애착을,
그러니까 “몹시 사랑하거나 끌려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대상은 바로 엄마입니다.

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난 지 6-9개월이 되었을 때,
엄마라는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타인과 구분하게 됩니다.
(Ainsworth, 1967)

그리고 이때 엄마에게
생애 첫 번째 애착을 느끼게 되죠.
엄마에게 이런 애착을 느끼는 건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 본능입니다.

따라서 되도록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낯설거나 두려운 상황에 놓이면
가장 먼저 엄마를 찾죠.

아이는 엄마와
소통을 주고받고 싶어합니다.
아직 말을 배우기 전이니,
엄마를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손을 휘젓고, 안기려해요.

그리고 이때,
아이가 보내는 이 소통의 신호들을
엄마가 얼마나 민감하게 알아채고,
따뜻하게 받아주는가에 따라
최초의 애착 유형이 결정됩니다.

 

유아기의 애착 유형

엄마가 자신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채고,
아이에게 늘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엄마에게 너무 집착하지 않고
‘적당하게 의존'합니다.

집착하고 매달리지 않아도
엄마가 변함없이
나를 잘 보살펴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아이들은
“안정형 애착”을 갖게 됩니다.

반면 엄마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아채지 못하거나,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냉담한 반응을 자주 보여주면,

아이는 점차 엄마에게
사랑을 기대하지 않거나,
반대로 지나친 집착을 보이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이
“불안정(불안/회피)형 애착”을 갖게 됩니다.

(불안정형 애착이 회피형과 불안형으로
나뉘는 이유에 대해서는
후속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결국 한 아이의 애착 유형은
'엄마의 양육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죠.
(Ainsworth, 1967)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이가 성장하면서
애착의 대상은 바뀌게 됩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는
그 대상이 ‘친구’로 바뀌죠.

여기서 중요한 건,
“애착을 갖는 대상은 바뀌지만,
애착 유형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안정형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안정적인 친구 관계를 맺고,

불안정형은 친구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반대로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불안정한 관계를 맺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인이 되면,
애착의 대상은 ‘애인’이 됩니다.

각 애착 유형의 특성은
애인을 대할 때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안정형은 애인에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관계를 잘 유지하고,

불안정(불안/회피)형은
글머리에 등장했던 B나 D처럼
애인에게 집착하고 불안해하거나,
반대로 회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게 어릴 때 한 번 형성된 애착 유형은
시간이 지나도 잘 달라지지 않습니다.

 

엄마를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성인 10명 중 8명은
생후 12개월 때의 애착 유형을
성인기까지 그대로 가지고 갑니다.
(Fonagy et al., 2002, p.40)

말인즉슨, 지금 내 애착 유형은
태어난 지 12개월이 되었을 즈음에
이미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게다가 그 애착 유형은
이미 단단히 자리잡아버려서
뒤늦게 바꿔보려 해도 잘 바뀌지 않습니다.

애착 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보울비 박사는 이렇게까지 얘기했죠.

“애착 유형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견고해진다”

내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정해져서,
웬만해선 바뀌지도 않고,
내 연애와 대인관계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까지 행사하는 이 애착 유형.

하지만 그 사실에
마냥 억울해 하시거나,
어머니를 너무 원망하지는 마세요.

불안형으로서도, 회피형으로서도,
분명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니까요.

내 애착 유형을 깊이 이해해,
연애 중 일어나는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찾아 나가면 되죠.

다음 주 화요일 찾아오는
<당신이 그렇게 연애하는 이유>에서
그 과정을 세세하게 안내해드립니다.

참, 그리고 이 시리즈를 읽어나가기 전에
본인의 애착 유형을 알아두시면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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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심리학 연구 자료를 토대로 만든
애착 유형 테스트를 해보실 수 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애인의 애착 유형까지 알 수 있으니
미리, 꼭 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다음 화에선
안정, 회피, 불안, 두려움(혼란)형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아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