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잠도 설치고
밤마다 눈물을 흘릴 정도로
고민이 되어서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이제 5개월 정도 사귄
남자친구가 있어요.
적극적으로 저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조금씩 마음이 끌려 사귀게 됐죠.
지금도 한없이 다정하고
착하고 좋은 남자친구예요.
그런데 최근엔 남친이
저에 대한 마음이 예전같지 않고
가족들과의 시간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남자친구가 휴가날을 미리
저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 그 날짜에 맞춰서
휴가를 써놓고
며칠 후에 그 휴가날 뭐하냐,
같이 놀러갈까 물어봤죠.
그랬더니 남친이 ‘아 맞다,
그날 휴가였지’ 하고
잊어버린 듯이 얘기하더라고요.
‘나 그날 별일 없으면
집 내려가서 가족들이랑
놀러갈까 생각하고 있어’
라고 하는 거예요.
미리 가족과 같이 있을 계획이
있었다면 모를까,
휴가인 것조차 잊고 있다가
제가 같이 놀러가자고 했는데도
가족과 함께하는 쪽을 택한 것 같아서
조금 서운했어요.
제가 서운하다고 했더니 남자친구는
자취를 하다보니 가족과 있는 시간도
분배해야 한다고 해서
저도 이해하고 넘어갔어요.
그런데 그 후에도 가족끼리
1박으로 놀러가서는
카톡 답장이 자꾸 늦어지는 거예요…
연락을 중시하는 저로서는
남친이 가족들과 있으면 제 존재가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한번은 공휴일이 낀 주에
모처럼 하루종일 같이 있을까
기대를 했는데
그날 가족들 집에 갈 것 같다면서
전날 만나서 저녁이나 먹자고 하더라구요.
저녁 먹는 날에도 저는
다음날 쉬니까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남친은 9시도 되기 전에
집에 가자는 거예요.
다음날 가족들과 시간 보내야 하니까
나와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됐어요.
또 다른 날에는 지방에 있는
남친 집에 놀러갔는데
전 피곤하기도 하고 다음날이 휴일이라
하루 자고 갈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고 갈 거야? 내 집 침대가 좁아서…’
당시엔 아무렇지 않은 척
‘바로 서울 올라갈 거야’라고 했지만
너무 서운했어요.
피곤해서 일찍 헤어지자는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초반에 사귈 때는 몇 번이나
1박으로 놀러가자고 하고
남친 집에 놀러가면 꼭 하룻밤 자고
종일 같이 지내는 일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나랑 자면 불편하고 피곤해서
밤이 되어도 돌려보내는 건가 싶어요.
이런 마음을 얘기하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이해 못해주는
이기적인 여자친구로 보일까봐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어요.
남자친구가 멀리 사니까
저를 데려다주지는 못하더라도
헤어지는 순간 아쉬워하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고 그 마음을 느끼고 싶은데…
조금만 피곤하면 일찍 헤어지려고 하고
하루 같이 지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면서
가족과의 시간은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서럽고 서운해요…
그것 말고 다른 건 정말 행복한데…
이젠 남자친구가 가족들이랑 있을 거라는
말을 할 때마다 표정이 굳어지고
서운한 감정부터 올라와요.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디터 문형진의 한마디
“건강하지 않은 소통방식이 문제!”
저에게는 사연 속에서
두 가지 주제가 눈에 띄어요.
첫째는 의사소통,
둘째는 거리감입니다.
의사소통 문제부터
얘기해볼까요?
남자친구의 휴가날을 듣고
미리 휴가를 써둔 다음
그날 뭐할 거냐고 물어보셨잖아요.
반대가 되었으면 좋았겠죠.
“그날 뭐할 거야? 같이 놀까?”
이렇게 물어보고 그 다음에
휴가를 쓸지 말지 결정했다면
서운할 일도 없었을 거예요.
사연자님이 말씀하시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거의 습관적으로
원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요.
그러면서 남친의 행동에
숨겨진 동기를 지레짐작하고
서운해하고 서러워합니다.
이는 남자친구분보다는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사연자님 마음의 습성 문제에 가까워요.
남자친구 마음이 변했을까봐 불안하고
그 불안을 표현하면 내가 이기적으로
보일까봐 불안하고…
이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참고: 종이 한 장으로 불안한 마음 해소하기)
사연자님이 만족하시려면
남자친구분이 초능력자처럼
사연자님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대로 행동해줘야겠죠.
물론 세상에는 굉장히 센스가 좋아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예요.
대개는 비현실적인 기대이고,
그렇기에 지금 취하고 계신 소통 방식은
건강하지 않아요.
남자친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사연자님이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우선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어보여요.
(참고: 행동 대화법이란?)
그리고 두 번째, 거리감 문제인데요.
사회학자 장클로드 카우프만은
사람이 본래 모순적인 욕망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지만
동시에 혼자만의 안락함도
어느 정도는 원하는 거죠.
이 두 욕망의 크기가
사람마다 다른 탓에 갈등이 일어납니다.
어떤 사람은 설령 배우자라 해도
밤낮으로 붙어있어야 하는 상황을
숨막히는 속박으로 느끼기도 해요.
남자친구분은 사연자님보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이
약간 더 크신 걸로 보여요.
한동안 같이 있었다면
조금은 떨어져있는 시간도
필요하신 성향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이건 사연자님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
절대로 아니에요.
연애 관계 속에서 편안하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다른 것뿐입니다.
깊은 대화를 통해
이 거리를 좁힐 수는 있겠지만
결코 완전히 일치시킬 순 없을 거예요.
그러므로 남자친구분을 좋아하고
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신다면
서로 마음의 거리감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감수해주세요.
사연자님의 슬프고 불안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남자친구분도 한두 걸음쯤은
가까이 다가와줄 테니까요.
에디터 구자민의 한 마디
“우선순위를 정하세요.”
보내주신 사연 안에서는
남자친구가 특별히 사연자님에게만
소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남자들은 ‘구애기’ 시기에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투자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기란
불가능하거든요.
(참고: 여자친구가 “너 변했어!”라고 하는 이유)
다만 확실히 가족이
우선순위에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우선순위는 성향에 가까운데
개인적으로는 좋은 성향이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남자친구는 자기 관리도 꽤 잘하고,
가족도 잘 챙기는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연자님에게도 다정하고
좋은 남자친구일 수 있는 것 같거든요.
사연자님의 마음도 이해해요.
‘나였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
나만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까
걱정되고 서운해지니까요.
제가 묻고 싶은 건 이거예요.
남자친구는 자신만의 우선순위가
분명한 반면 사연자님은 어떤가요?
혹시 몰라 휴가를 내고,
‘남자친구와 주말을 함께 보내지 않을까’
미리 기대하고,
‘남자친구 집에서
하루 자고 갈까?’ 생각은 하지만
남자친구가 원치 않는 것 같으니
그냥 집으로 오죠.
자기 마음은 숨기면서
남친의 우선순위가 내가 아닌 게 싫다,
그거 하나만 보여요.
내 우선순위를 정하세요.
내 우선순위를 알면
정확하게 요구도 할 수 있게 되죠.
사연자님의 우선순위는 남자친구인가요?
그렇다면 남자친구가 꼭 지켜줬으면 하는 것과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어요.
남자친구에게 주말을 같이 보내자고 요구하고,
대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때
연락은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부분은 쿨하게 포기하는 거죠.
“가족보다 나를 더 신경써줘”
같은 말들은 막연해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뭔지
남자친구가 알 수 있도록 해주세요.
나의 우선순위가 분명할 때
상대방에게 더 존중받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