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따로 자요
결혼한 친구가 남편과, 혹은 아내와
각방을 쓰기로 했다고 말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표를 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내심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나?
혹은 둘이 사랑이 식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쉬워요.
금슬 좋은 부부라면 당연히
살을 맞대고 자야 한다는
통념이 있는 거예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30년 이상 부부관계를 연구해 온
장클로드 카우프만 사회학 교수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각방 쓰기가 사랑을 더
키워줄 수 있다는 거죠.
카우프만 교수의 <각방 예찬>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내용이랍니다.
그들이 따로 자는 이유
카우프만 교수는 각방 쓰기를 주제로
150쌍 이상의 커플과 부부를 인터뷰해서
생생한 증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각방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척 다양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 수면의 질이에요.
각방을 쓰기 시작하는 계기는
대개 둘 중 한 명이 수면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이었어요.
가령 여러분이 얕게 자고
쉽게 깨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간신히 잠이 들려던 참에
무신경한 배우자가 이불을 휙
들추고 들어와서는(앗 추워!)
순식간에 드렁드렁 코를 곤다면
과연 기분이 어떨까요?
아무리 사랑스럽던 사람이라도
잠을 못 자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쥐어박고 싶을 만큼 미워질 수 있어요.
나는 못 자는데 상대는 잘 잔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캐나다의 라이어슨 연구소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함께 자는 것 자체가 수면의 질을
일정 부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해요.
뇌 스캔을 통해 확인한 결과,
같이 자는 상대의 움직임과 소리 때문에
자꾸 잠에서 깨는 게 문제였죠.
각방 쓰기는 이런 문제에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거리감의 문제
두 번째 이유는 사람마다
심리적 거리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거예요.
카우프만 박사는 사람이 본래
모순적인 욕망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지만
동시에 혼자만의 안락함도
갖고 싶어하는 거죠.
이 두 욕망의 크기가
사람마다 다르기에
자연스럽게 갈등이 생깁니다.
어떤 사람은 밤낮으로
배우자와 붙어있어야 한다는
상황 자체를 숨막히는 속박으로
받아들이기도 해요.
“가끔 우리 둘 중 하나가
구실을 붙여 일부러 싸움을
만든다는 걸 깨달았어요.
거실 소파로 도망쳐서
홀로 밤을 보내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였죠.” (나탈리)
이럴 때 배우자가
비슷한 성향을 가졌거나
다행히도 대화가 잘 이루어지면,
두 사람은 바야흐로
행복한 각방 생활에 돌입하는 거예요.
일단 한번 해보시라니깐요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대부분 각방을 쓰는 생활이
훨씬 행복하다고 증언했어요.
특히 각방을 쓴다고 해서
애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죠.
잠깐 그들의 말을 들어볼까요?
“한마디로 정말 살맛 나요!
불평하며 깨는 일도 없고요.
저녁에 각자 자기 침대로 가기 전에
짤막하게 애정을 나누는 시간도
더 즐기게 됐답니다.” (파니)“자기 침대로 서로를 초대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카트린)“저녁이나 아침에 서로 연애하듯이
만날 때면 더 행복해요.” (로제르)“매일 저녁 아내 방으로 가서
잘 자라고 인사를 해요.
아내는 좋아하죠,
로맨틱하다면서.” (로베르토)
어떤가요?
생각보다 괜찮은 사이죠?
한방이냐 각방이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각방 쓰기는 부부 관계가
파탄났다는 증거가 아니라,
두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한 가지 생활 방식일 수 있어요.
따로 자면 사이가 나빠질까 봐
너무 두려워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연인이나 배우자를 너무 사랑하지만
동시에 혼자 자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힘드시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보여주면서
조심스럽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물어보세요.
너무 단호하게 말씀하시면 안 돼요.
상대가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있거든요.
혹시 배우자가 각방을 쓰자고 해서
섭섭하신 분이라면,
얼마나 힘들기에 이런 말을 했을지
조금만 더 이해해 주세요.
침대는 이렇듯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끊임없이 적절한 거리를 찾으며
조율해나가야 하는 공간이랍니다.
P.S.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 채
결혼부터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결혼하려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둘이 꾸려가는 삶은 어떤 모습일지
꼼꼼하게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결혼을 앞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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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결혼할 계획은 없지만, 아내가 옆집에 산다면 어떤 생활이 될까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여러분은 어느 정도의 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