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니 미친 듯이 싸워요
"저희 커플은 연애 5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서
주변에서 신기해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결혼하니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언성을 높이고
싸울 땐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과
서로에 대한 미움만 가득하네요.
언제나 날 배려해주는
다정한 모습에 결혼을 결심한 건데…
한 번 싸움이 시작되면
배려나 이해는 찾아볼 수도 없어요.
결혼생활이 계속될수록
서로의 밑바닥을 보는 것 같아 괴로워요.
저희 커플은 처음부터
안 맞는 사람들이었던 걸까요?"
-P양, 31세
P양처럼 핑크빛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기대와 다른 현실에
당황하는 커플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저 ‘잘못된 만남’이었던 걸까요?
<인생 학교>는 답합니다.
"아니요. 그건 그냥 당연한 거예요."
*<인생 학교>: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세운 교육 기관.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일, 결혼, 섹스 등)을 가르친다.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글을 볼 수 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사실들
<인생 학교>는 사회가 사람들에게
낭만주의 관점의 결혼관을 주입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겪을 때
많은 커플들이 당황한다고 설명합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아는 소울메이트,
영원히 행복한 결혼 생활…
우리는 은연중에 이런 것들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나'만'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다고 믿으며,
무언가 잘못됐다면서
그 문제를 자신 혹은 배우자에게 덮어씌우죠.
이제 낭만주의 관점이 아닌
현실주의 관점에서
결혼을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어떤 문제들을 감내하고,
극복해나가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인생 학교>는 결혼에서
우리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10가지 슬픔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오늘 그중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볼게요.
첫째. 싸울 때 우리는 모두 괴물이 된다
'사귈 땐 안 그랬는데...'
'다른 사람에겐 안 그러는데…'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며
이런 생각들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사귈 땐 그저 저녁 메뉴를
고민하면 그뿐이지만
함께 살면서 직면하는 문제들은
엄청나게 복잡합니다.
집도 사야 하고, 아이도 키워야 하고,
늙은 부모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정해야 하고,
섹스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대화해야 하죠.
친구들은 한 달에 고작 몇 시간을 볼 뿐이니
우리를 괴물로 만들 일도 없지만
쩝쩝거리는 소리, 양말을 뒤집어 놓는 버릇…
사소한 문제라도 매일 수십 년을 겪으면
우리를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둘째. 사랑한다고 해서
100% 솔직할 순 없다
연애 초반,
커플은 깊은 비밀을 털어놓으며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연인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그 사람 앞에서는
더는 숨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모든 것에 진실을 말해야지!”
라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100% 솔직하기란 어렵다는 걸
스스로 깨닫기 시작하죠.
결혼했음에도
회사의 다른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른 이성과의 잠자리를 상상해요.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인
상대방의 가족을 미워하고요.
하지만 그런 것들에 솔직해져서
돌아오는 건 상대방이 받는 상처뿐일 거예요.
심리학자 오렌스타인 박사에 의하면
건강한 관계에서도 거짓말은
아주 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이죠.
우리는 거짓과 진실이 서로 줄다리기하며
평생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셋째. 함께 있어도 외롭다
나의 모든 것을 알아주는
소울 메이트를 찾았는데도
외로울 수 있다는 건
인정하기 참 어려운 감정이에요.
하지만 인간은 예민하고
복합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외로움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라 해도
나처럼 생각하고, 나의 상황을
100%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는 없거든요.
2018년 미국 은퇴자협회(AARP)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45세 이상의 결혼한 커플 중 약 31%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대요.
싱글이 느끼는 외로움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결혼이 모든 외로움을
해결하지는 못한 거죠.
결혼 그 쓸쓸함에 대하여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결혼을
하지 말라는 것도,
혹은 무조건 견디라는 뜻도 아닙니다.
우리가 결혼의 아름다운 면만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결혼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에요.
결혼 또한 우리가 살면서 갖게 되는
많은 기술처럼 배우고, 수정하고
갈고 닦아나가야 해요.
이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P.S.
결혼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결혼 전 꼭 나눠봐야 하는
17가지 대화 주제를
함께 얘기해보는 거예요.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이
이렇게 달랐나?'싶어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결혼 전 체크리스트”에서
120가지 질문을 통해 알아보세요.
적어도 우리, 이건 꼭 해보고 결혼합시다!
*The School of Life, 『관계』, 와이즈베리, 2017., https://www.theschooloflife.com/thebookoflife/romantic-re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