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을 먹는다고?

여자들끼리 있을 때
누군가 경구피임약을 먹는다고 하면
이런 대화가 종종 오갑니다.

“부작용 없어?”

“남자친구가 콘돔 안 껴?
콘돔 써! 네가 약 먹지 말고.”

“남자들 편하라고 하는 일이야.
여자 몸만 상하잖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경구피임약 복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피임은 남자가 해야지!

부작용도 물론 문제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피임을 책임지면
남자에게 배려받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져요.
남자는 여자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비난받기 쉽고요.
(이은주, 2017)


바로 이 지점에서
여자들은 억울함을 느낍니다.

피임은 당연히 남자가 알아서 하는 건데
왜 여자가 챙기냐는 거예요.

경구피임약 복용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남자가 안 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피임법처럼 느껴져요.

 

정말 그런가요?

하지만 성적 자기 결정권을 연구하는
여성학 학자들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이들은 여성 자신이 피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구피임약 복용을 긍정적으로 봐요.

여성이 남성에게 피임 협조를 구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스스로 피임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되기 때문이에요.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콘돔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콘돔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콘돔 사용시 피임 성공률 : 85~92%
김소라, 2013)

시간 맞춰 약만 먹는다면
99.5% 확률로 거의 완벽하게
피임할 수 있으니까요.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이에 따라 한국여성학회는
경구피임약 복용이
여성의 자율성을 향상하는
여성 중심적인 피임법이라고 정의했죠.
(한국여성학 29호)

반면 콘돔 사용은
남성의 태도에 성공 여부가 달린
남성 의존적인 피임법이라고 해석했고요.

 

컨트롤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서울대학교 간호학 연구
<미혼 여성의 경구피임약 복용 경험>에서
인터뷰어로 참여한 직장인 A씨는
왜 피임약을 복용하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저는 그 농담 진짜 싫어하는데,
남자들끼리 ‘콘돔에 구멍 뚫는다’
막 이런 농담 많이 하잖아요.

그런 끔찍한 얘기가 가능할 정도로
콘돔은 되게 남성 중심적이에요.

반면에 경구피임약은 어쨌든 여성이
꾸준히 같은 시간 섭취를 하는 거고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을
여자가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피임 목적 외에도
내가 섹스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느낌이 좋고
내 책임 안에 있어서 좋아요.

또다른 인터뷰어인
25세 E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파트너 때문에 피임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진짜 불안하면
섹스를 하지 말던가.

자기가 방법 하나를 강구해서
스스로를 안전지대에 있게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임신 부담감을 느끼고 싶지 않으려면
자기가 공부를 개인적으로 해야 하고
관심도 가져야 되고
스스로가 섹스 자체에 대한
책임감을 인지해야 해요.”

이렇듯 적극적인 피임 실천은
여성이 성생활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요.

더불어 자율적인 자기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죠.

 

옳은 방법은 없어도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해야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부작용 때문에 피임약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콘돔이 완벽한 피임법도 아니고
자궁 내 장치, 피하주사법 등의 시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이 세상에 100% 안전한 피임법은 없어요.
결국 본인에게 적합한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피임 방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피임법이 내게 잘 맞는지,
그 피임법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또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의 지도 아래
내게 맞는 방법을 찾으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고요.

두 가지 이상의 피임법을 사용함으로써
일말의 임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바람직하죠.

이 모든 게 주도적으로
성생활을 책임지는 과정입니다.

피임약을 선택하더라도
“그냥 약 먹는 게 서로 덜 불편해”라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내 성생활은 내가 책임질 거야”라는
능동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겁니다.

성생활에서 진정한 자유는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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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미 에디터의 후기

피임은 한 사람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