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지난 주말, 오랜만에 여동생을 만났어.
동생 생일이었는데
선물까지는 좀 낯간지럽고
밥이나 한 끼 사줄까 했지.

아, 혹시 오해할까봐 얘기하는데
동아리 후배 그런 거 아니고
진짜 동생이야.
피를 나눈 친동생...

근데 만나는 도중에
아주 소름돋고 충격적인 일을 당했어.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여동생이 썸남이랑 통화하고 있었던 거야!

동생이 썸남이랑 통화하는 게
뭐가 충격적이냐고?

너희가 내 입장이 되어서
한 번 상상을 해봐!

시도때도없이 소리지르고
기분 나쁘면 욕도 서슴지 않는 내 동생이
착한 척, 얌전한 척, 치명적인 척,
온갖 척으로 무장하고 조곤조곤 얘기하는 모습...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어.
“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질색하는 날 보더니 동생은 금세 표정을 바꾸고
핸드폰 마이크를 손으로 막은 채
이렇게 속삭였어.
“통화하는 거 안 보여? 좀 닥쳐.”

썸남이랑 통화하던 그 가식적인 목소리
계속 귓가를 맴도는 통에,
결국 밥만 먹고 서둘러 빠이빠이해야 했지.

으.. 생각만 해도 아직 소름이 끼쳐!ㅠㅠ

 

목소리 연기대상

그런데 이런 가식이
생각보다 잘 먹히나봐.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꾸며낸 목소리가
평소 말하는 목소리보다
이성에게 더 매력적으로 들린다
연구 결과가 있거든!

알브라이트 대학 수잔 휴즈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평소 목소리와 꾸며낸 목소리의 매력 점수는
14점이나 차이가 났어!

그래, 그게 먹히니까
오빠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처음 듣는 목소리를 낸 거겠지...

 

그럼 나도 한 번..?

그런데 내 말을 듣고 솔깃해서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남자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어.

위의 연구 결과는
여성 참가자들의 이야기거든.

남자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연구를 안 했냐고?
물론 했지. 차이가 없었을 뿐..

남성 참가자들은
평소 목소리로 말하든 목소리를 꾸며내든
별 차이가 없었어.
오히려 매력점수가 더 떨어졌지.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휴즈 교수님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자.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그동안 여자는 남자에 비해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사회적 요구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능숙하게
‘이성에게 먹히는 목소리’를
연기할 수 있는 거죠.”

“반대로 사회가 남자들에게 요구해온 건
자신감이나 권위 있는 태도입니다.
목소리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해봐야
‘자신감 있게 큰 소리로 말해!’ 정도가 다죠.”

“그러니 목소리로 권위를 세울 수는 있어도,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목소리를
꾸며내는 데에는 서툰 거예요.”

 

하던 대로 해

교수님 말씀 잘 들었지?

그러니까 여성 독자들은 몰라도
우리 남자 동생들은
소개팅할 때나 썸녀와 통화할 때
그냥 평소 목소리대로 해.

인위적으로 목소리 깔고
멋있는 척 해봐야 느끼하기만 하지,
그거 안 먹혀.

오히려 ‘목소리 연기’에 능숙한 상대방은
그걸 다 간파하고 있을 지도 몰라.
‘얘 지금 무게잡고 있구나...’

‘멋있는 척’ 하고 있다는 걸 들킨 순간
이미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는 틀렸다는 거,
그 정도는 알잖아?

그러니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평소 모습을 보여줘.

평소 모습으로는
매력 어필이 안 될 것 같은데 어떡하냐고?

그럴 때 참고하라고
<연애의 과학>이 있는 거 아니겠어?

우선 이 글부터 보고,
(참고: 썸탈 때 외모보다 중요한 ‘이것’?)
또 이 글도 보고,
(참고: 자존감 낮은 사람들이 연애할 때 하는 실수)
이 글도...
(참고: 고백하기 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것은?)

모르긴 몰라도,
꾸며낸 목소리보다는 훨씬
너희 연애에 도움이 될 거야!


기명균 에디터의 후기

너의 목소리가 보여, 딱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