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모리를 아시나요?

폴리아모리란 서로의 동의 아래
여러 명과 애정을 주고받는 관계를 뜻합니다.
보통 ‘비독점적 다자연애’로 번역되죠.

연애의 과학은
국내 최초의 폴리아모리 관련서인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의 공동저자
심기용 씨를 인터뷰했어요.

 

 

아래 내용은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 1편을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

1편: “왜 1명만 사랑해야 하죠?”
폴리아모리스트와의 인터뷰

 

한국의 폴리아모리

문형진(이하 문):

우리나라에 폴리아모리스트가
몇 명이나 되는지
집계한 자료가 있나요?

심기용(이하 심):

아직 통계는 없어요.
폴리아모리스트는 사회과학이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집단이 아니거든요.

다만 네이버나 다음카페 회원 수는
1천 명이 넘는 걸 볼 때
폴리아모리에 관심 있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고 봐야죠.

서로 일대일로 독점하는 관계만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바뀌게 되면
다양한 관계를 시도하는 사람은
점차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폴리아모리를 시도하지 않는 게
그런 관계를 상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 있으니까요.

‘아, 이게 죄가 아니구나,
그럴 수 있구나’ 하고 알게 되고
그 삶의 방식이 매력적이라면서
실제 해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을
저는 많이 만났어요.

문:

폴리아모리 하는 분들이
오프라인 모임도
종종 가진다고 들었어요.
그런 모임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심:

모임을 열어보면
한국 폴리아모리 상황이 보이는데
재미있는 게 다 초보예요.

“저는 시도할 마음이 있는데
다른 분들 경험을 들어보고 싶어요.”

다들 이렇게 얘기해요.
관심을 가지고 입문하려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거죠.

‘결국 다자적인 관계,
멀티 파트너십을 실제 맺는 분들은
별로 없는 거네요?’ 하는
알맹이 없는 자리로 끝날 때가 많아요.

해외는 그래도 논의가 좀 되고 있는데
국내는 롤모델도 없고 상황이 많이 달라요.

제가 이런 인터뷰에 늘 응하는 이유도
그런 국내 상황을 보면
제가 나름대로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예요.

 

폴리아모리적 데이트

문:

실제로 연애를 어떻게 하시는지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웃음)

좀 이상한 질문이지만
데이트할 때는 뭘 하시나요?

영화 보고 카페 가고 다 똑같나요?

심:

당연히 그렇게 연애하죠.

영화 보고 밥도 같이 먹고
술 먹고 어디 여행도 가고…
만나서 달리 할 게 없잖아요.

다 상상할 수 있는
선택지 안에서 해요.

 

 

문:

애인하고 어떤 영화를 봤는데
다른 애인이 그 영화를
또 보자고 하면 어떻게 하세요?

심:

그런 상황일 때 저는
그냥 같은 영화를 또 봐요. (웃음)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저는 애인들에게 제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안 하거든요.

제 원칙은
‘Don’t ask, don’t tell’이에요.
(*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

누구 만나는 데 굳이
다른 사람 얘기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쩌다가 애인이 저에게
다른 사람은 몇 명 만나는지,
혹은 공통으로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럴 땐 그 얘기의
당사자한테 물어봐요.

“너랑 나의 관계에 대해
말해도 돼?”

그 사람의 사생활이기도 하니까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거죠.
말해도 된다고 하면 얘기해요.

한번은 애인이 묻기에
제가 만나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펑펑 울더라고요.

’아니, 울 거면 물어보질 말지’
하며 황당해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서
애인도 익숙해지고 나니까
그게 또 엄청 민감한 일은
아니게 되더라고요.

 

선입견들

문:

연구들을 봐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남자가
연애나 섹스 상대를
더 많이 갖고 싶어하잖아요.

폴리아모리스트 중에도
남자가 더 많나요?

심:

여성이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들을 하시는데
실제로는 폴리아모리 커뮤니티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에요.

‘바람은 보통 남성 문제인데
폴리아모리가 그걸 정당화하는 거 아니냐?
여성 억압에 일조하는 거 아니냐?’
하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죠.

근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주체적으로 폴리아모리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한국에도 분명히 있어요.

여성이 독점적인 소유물이 되는 대신
자유롭게 다자적, 비독점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폴리아모리를 채택하는 거죠.

문:

이건 조던 피터슨이 한 얘긴데요.

사회가 폴리아모리를 허용하면
매력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이성을 불평등하게 독점할 거라는 거예요.

이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미지=조던 피터슨, 유튜브 캡처)

 

심:

아, 매력 자본이요.

어떤 독실한 기독교 신자분하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웃음)

그 분은 “폴리아모리는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여러 사람 만나려고 하는 개수작이다”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저를 앞에 두고 그런 얘길 하시니까
이거 칭찬인가? 싶더라고요. (웃음)
나를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봐주신 거구나…

폴리아모리 하는 사람은
다 예쁘고 멋진 사람일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런 사람만 폴리아모리를
하는 건 아니에요.

폴리아모리 하는 분들 보면
외모가 정말 다양하세요.

설령 외모가 뛰어나거나
다른 매력이 있어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연애 독점 문제는
선입견 때문에 생기는
기우라고 생각해요.

 

- 3편에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