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힘찬 막말 5초간 발사
“그만 좀 할 수 없어?
너 정말 지긋지긋하다.”
순간적으로 화가 난 나머지
그런 말을 내뱉고 맙니다.
마음 여린 애인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르는 걸 보고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닫죠.
자기도 모르게 심한 말을 내뱉었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단 한 번 잘못 뱉은 말이
이별로 이어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습니다.
혹시 그런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세요.
설령 화가 나더라도
막말까지는 하지 않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뇌 속의 밀당
갑자기 욱하는 마음이 들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어렵지 않아요.
딱 두 곳만 알면 됩니다.
바로 전두엽과 편도체예요.
머리 가장 앞쪽인
이마에 있는 전두엽은
두뇌를 총괄하며 이성적인 판단,
언어, 계획, 추론을 담당해요.
한편 뇌 속 깊은 곳의 편도체는
공포, 분노, 짜증, 슬픔 등
원초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곳입니다.
편도체가 울컥 화가 나거나
펑펑 울고 싶어할 때
점잖게 어르고 달래서 진정시키는 게
바로 전두엽의 역할이에요.
열일하는 전두엽 덕분에 우리는
회의 중에 부장님의 멱살을
잡지 않을 수 있는 거죠.
우리의 모든 사고와 활동은
이 두 부위가 서로 밀당을 벌이는
와중에 일어난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전두엽이
유독 힘을 못 쓰는 때가 있다는 거예요!
편도체가 승리하는 순간
문제는 바로 스트레스.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때
가장 먼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바로 전두엽이에요.
심할 때는 전두엽의 모든 영역이
그대로 기능을 멈춰버리기도 하죠.
보통 화가 나서 “뚜껑 열렸다”
“뭔가가 뚝 끊어졌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고
표현하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이렇게 전두엽이 뻗어(?)버리면
편도체가 대신 왕좌에 앉아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게 돼요.
그 결과 우리는 이성을 잃고
눈에 뵈는 것이 없어진 나머지
나중에 틀림없이 후회할 말들을
애인에게 쏟아붓는 거죠.
전두엽 일병 구하기
이제 우리가 언제
구강 컨트롤에 실패하게 되는지
대략 감이 오시죠?
바로 일상의 스트레스 때문에
전두엽이 이미 지쳐있을 때입니다.
일은 바쁘고, 잠은 부족하고, 몸은 아프고,
그런데 애인과 갈등까지 있다면
나도 모르게 막말을 해버릴 위험이 커요.
이건 의지로 이겨내기 어려운 문제죠.
(참고: 스트레스 받은 날은 연인을 만나면 안 되는 이유)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가장 좋은 건 애초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거지만…
그러려면 일단 죽어서 멋진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그다음으로 좋은 방법을
3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혼자 있는 시간 가지기
스트레스가 심할 땐 일단
애인을 만나지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남자들이
‘동굴에 들어가는’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감정 통제 능력이 약해진 시기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자칫 애인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자신을 잠시 가둬두는 기간인 거죠.
(물론 그런 때일수록 애인을
불안하게 만들어선 안 되겠지만요!)
이렇게 혼자서 충분히 쉬거나
느긋하게 취미 생활을 하다 보면
전두엽은 스트레스의 영향에서 벗어나
다시 마음의 주도권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쉬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애인의 이해심이 어느 정도
필요한 방법이기도 해요.
2. 운동하기
갑자기 웬 운동이냐고요?
운동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스트레스와 싸우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무기가
바로 운동이거든요.
실내 자전거를 단 10분만 타도
즉시 전두엽 신경망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A Samani, 2018)
특히 근력운동보다는
적당한 강도의 유산소운동이
가장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Nokia, 2016)
예를 들어 애인과
카톡으로 다툼을 벌이다가
감정이 너무 격해지는 것 같으면,
잠깐 카톡을 멈추고
10분만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팔 벌려 뛰기를 해보세요.
약간 숨이 찰 정도만 해도
정신이 맑아지고 이성이 돌아오는 게
확실하게 느껴질 거예요.
긴가민가 하시겠지만
정말로 효과가 있는 방법이니
꼭 한번 시도해보세요.
3. 운동하고 또 운동하기
앗… 왜 또 운동 얘기냐고요?
2번 방법이 당장의 막말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면,
3번은 좀더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이랍니다.
2번과 같이 잠깐 운동을 해서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분명히 좋은 방법이에요.
그런데 꾸준히 운동을 하면
전두엽 강화 효과가 계속 누적됩니다.
(Bernstein, 2018; Stern et al., 2019)
즉 근본적인 감정 조절 능력이 자라나서
더 침착하고 이성적인 사람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뜻이죠.
한 번만 운동해도 이득이 있지만
계속 운동하면 효과가 쑥쑥 불어난다는 것,
잊지 마세요.
그럼 전 얼른 퇴근하고
자전거 타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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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진 에디터의 후기
중국 속담에 "용이 한 걸음 걸으면 온갖 풀이 그 은혜에 젖는다"는 말이 있어요. 운동을 하면 몸이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감정 컨트롤도 잘하게 되고… 결국은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이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