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
여기 한 커플이 있습니다.
이 커플은 서로에 대해 잘 압니다.
상대방이 어떤 성격인지,
상대방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죠.
여기 또다른 커플이 있습니다.
이 커플은 자기가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잘 이해해준다고 느낍니다.
과연 이 두 커플 중
더 오래 연애할 가능성이 높은
커플은 누구일까요?
오늘 연애의 과학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해 답하려고 해요.
뭣이 중한디?
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기 전에
먼저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얘기해봐야겠죠.
이번 연구를 진행한 틸버그 대학의
모니크 폴먼 교수는 둘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아는 것(knowledge):
상대방의 성격, 취향, 습관, 행동에 대한
지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이해하는 것(understanding):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날 이해한다는
주관적인 느낌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폴먼 교수는 이런 차이를 염두에 두고
199쌍의 신혼 부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폴먼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실험에 참가한 신혼 부부들에게
3가지 항목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1. 주관적인 이해
이해도를 측정하는 건 간단했어요.
이해도는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그냥 직접적으로
"상대방이 당신을 잘 이해한다고 느끼나요?"
라고 물어보면 되는 거죠.
#2. 상대방에 대한 지식
폴먼 교수는 참가자에게
상대방의 성격, 음식 취향,
화났을 때 행동 패턴에 대해
질문한 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
정답율을 체크했어요.
#3. 관계 만족도
관계 만족도는 서로 얼마나
신뢰하는지,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
여러 부문에 대해 질문한 후
종합적인 수치를 계산했어요.
자, 이해와 지식은 각각
관계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문제는 이해야
결과는 아주 극명히 갈렸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잘 이해한다고
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관계 만족도가 18%나 높았어요.
이들이 결혼하지 3개월 정도된
신혼 부부여서 전반적으로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가 나타난 거죠.
그에 반해 서로 잘 아는 건
관계 만족도와 상관이 없었습니다.
서로의 취향이나 성격을
잘 아는 부부든, 잘 모르는 부부든,
관계 만족도는 별로 차이가
없었거든요.
폴먼 교수는 똑같은 실험을
6개월 후에 다시 실시했는데,
이해도는 6개월 후의 관계 만족도에
영향을 미쳤지만,
서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6개월 후의 관계 만족도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어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구를 진행한
폴먼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관계 만족도에 지식은 소용이 없고
오로지 이해받는다는 '느낌'만
중요하다니 말이죠.
느낌적인 느낌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폴먼 교수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이 연구는 관계 만족도가
객관적인 현실보다는
주관적인 느낌으로 결정된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
맞아요.
상대방이 날 이해해준다,
우리가 서로 잘 맞는다,
관계 만족스럽다 같은 건
모두 주관적인 느낌이에요.
상대방의 여러 면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잘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연구에서 보셨듯이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아는 것이 이해까지 나아가고,
상대방이 내가 이해하고 있단 걸
알아줘야 관계에 만족하는 거죠.
물론 좀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나 정말 상대방을 잘 알고 이해하는데,
상대방이 그걸 느끼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니..
그래도 어쩌겠어요.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알리는 것도 이해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노력해야죠.
연애나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도
바로 이런 측면 때문아닐까 싶어요.
To. 상대방을 잘 안다고 자신하는 분들께
당신이 상대방을 얼마나 잘 알고
이해하는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대화를 통해 전달해주세요.
단순히 아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상대방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얘기해주세요.
To. 상대방이 날 이해 못한다고 느끼는 분들께
물론 정말로 상대방이 날
이해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게 그냥 느낌적인 느낌 뿐일 수도 있어요.
상대방은 의외로 당신의 많은 면을
알고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주관적인 느낌 뿐일 수도 있으니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보세요.
어쩌면 기분 좋게 놀라실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