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알고 하자!
남자분들!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자친구의 고민에
귀를 잘 기울여줘야 한다.”
다들 동의하는 말일 거예요.
그런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으면
조금 당황스러워집니다.
“왜 그래야 할까?”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아요.
“사랑하니까!” 같은
추상적인 답이나
“그래야 우리 사이에
좋을 테니까!” 같은,
어딘가 부족한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죠.
그래서 저는 그 구체적인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게 되면
실천에 더 잘 옮길 수 있을 테니까요.
누가 누가 잘 듣나
취리히 대학의 가이 보덴만 교수도
마침 저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더군요.
여자친구의 고민을 ‘잘 들어줬을 때’
나타나는 효과에 대해 알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그는
365쌍의 커플들을 모집해,
딱 8분 동안 여자가 남자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게 했죠.
당연히 모든 남자친구가
애인의 고민에
귀를 잘 기울여준 것은 아니었어요.
보덴만 교수는
고민을 잘 들어준 남자 쪽 커플에
집중했습니다.
그들에게만 일어나는
변화가 있는지 조사했죠.
과연 ‘잘 들어주는 것’에는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요?
‘잘 들어주기’의 효과
남자친구가 고민을
귀 기울여 들어주자,
무려 72%의 여자들이
고민으로 겪던 스트레스가
대부분 해소되었다고 대답했어요.
또 그 덕분에 남자친구에게
큰 고마움과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고 응답했죠.
관계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아졌고요.
그저 딱 8분 동안
잘 들어주기만 했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사실 고민으로 겪는 스트레스는
단지 그것을 ‘털어놓는’ 과정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소됩니다.
(Bodenmann, 2005)
심리학에선
이를 ‘자기 노출’의 효과라고 부르죠.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고민 같은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는 과정에서 생기는데,
혼자서 앓지 않고
그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꺼내어 놓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그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속마음을 꺼내게 하는데
특별한 열쇠가 하나 필요한 것뿐이죠.
바로 잘 들어주는
상대의 자세 말이에요.
잘 들어주는 방법
계속 “잘 들어줘라!”라고만 하니
대체 어떻게 해야
고민을 잘 들어주는 것인지
궁금한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런 분들을 위해
보덴만 교수가
세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1. 백 채널링 Back Channeling
백 채널링이란 쉽게 말해 맞장구.
내가 애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그랬구나..” “정말?” 같은 표현을 뜻해요.
말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리액션이 들어가면 더 좋죠.
애인이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물론이고요.
슬퍼서 울상이 된 애인 앞에선
함께 슬퍼하는 표정을 지어주고,
애인이 화가 나 있을 땐
함께 미간을 찌푸려주는 것도 좋아요.
애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고
아-무 반응 없이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애인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얘는 듣고 있는 거야? 마는 거야?’
내가 집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면
상대는 마음의 문을 다시 닫을 테고
자기 노출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2. 패러프레이징 Paraphrasing
“바꾸어 표현하기” 정도로 해석될 텐데요.
예를 들어,
“나 과장님이 쪼아대서
미칠 것 같아”라는 애인의 말에
“아니, 대체 이해가 안 되네.
그놈의 과장은 왜 그렇게 쪼아대서
자길 열 받게 만드는 거야!”처럼
애인의 말을 조금 바꾸어 표현하는 겁니다.
이런 표현은 애인에게
‘공감받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요.
단, 해결책을 주려는 마음에
조언이나 충고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과장님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같은 소리는 절대 하지 말라는 거죠.
애인이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건
문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공감을 받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예요.
게다가 실제로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보다
잘 공감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방법이
애인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Koestner, Richard et al, 2012)
욕심을 부리지 마세요.
그저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3. 오픈 퀘스쳔 Open Question
이번엔 질문을 하는 건데요.
애인이 마음을 열 수 있게
도와주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애인이 그 고민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없는지,
특별히 더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보는 겁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속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길 어려워해요.
자기 노출은 원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용기와 자신감을 필요로 하죠.
그러니
“정말 힘들었겠는데? 자기 기분은 어땠어?”
“그거 말고 또 힘든 건 없었어?”
같은 질문으로
애인의 속마음을 더 끌어내세요.
이런 질문을 통해
애인이 털어놓지 못한
깊은 속마음까지 끌어내면,
위에서 말한 자기노출의 효과를
더 톡톡히 누릴 수 있어요.
만능 열쇠
긴 시간도 필요치 않습니다.
애인에게 고민이 없는지 자주 묻고
귀 기울여 들어준다면,
애인이 고민 때문에 겪고 있는 스트레스가
실제로 해소됩니다.
게다가 당신의 진중한 태도 덕분에
이제 속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익숙해진 여자친구는
앞으로 고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마음 편히 꺼내어 놓을 거예요.
그럼 두 사람의 사이는
전보다 훨씬 더 가까워질 겁니다.
이게 바로 당신이
애인의 고민을 잘 들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 이젠 실천만 남았군요.
김관유 에디터의 후기
자기 노출은
두 사람의 친밀감을 높이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